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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부산’ 참말로 많이 컸데이!

8회째 맞은 ‘국제영화제’ 亞 최대 규모로 우뚝 … 스타 총출동·필름 시장 활기 ‘명성 실감’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시네마 부산’ 참말로 많이 컸데이!

‘시네마 부산’ 참말로 많이 컸데이!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2일 김포공항에서 시작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겨우 여덟 살이 되었을 뿐이지만, 세계 10대 ‘국제’ 영화제로 성장하면서 개막식은 대한민국 문화계 관계자들이라면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되었다.

그래서 개막 당일 김포공항은 부산으로 향하는 스타들과 이들을 촬영하는 카메라로 북적댔다. 영화제 공식 지정 항공사인 A사의 비행기에는 매편 최소한 10명 안팎의 영화배우와 감독들이 탔고, 이들이 부산에서 내리는 모습을 취재하려는 방송사의 카메라맨과 리포터들까지 동승했다. 기자가 탄 비행기에도 이병헌, 이재은 같은 스타들과 황기성, 민병천 감독 등이 탑승해 비행기 안에서 영화 한 편이 나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언제나 스케줄이 꽉 차 있다’는 스타들이 이코노미석에 점점이 박혀 빛을 내고 있는 비행기 안의 모습은 부산영화제의 힘을 실감하게 했다.

관람객 20만명을 기록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6만명이 모이는 도쿄국제영화제나 10만명이 몰리는 홍콩영화제와는 비교가 안 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올해는 세계 61개국에서 243편의 영화를 보내와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게 되었다. 이 영화제는 매년 전년도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김선엽씨는 “세계 영화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해진 아시아 영화의 현재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유일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영화인들이 몰려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개·폐막작 선정 위해 치열한 로비

‘시네마 부산’ 참말로 많이 컸데이!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국내외 스타들. ‘도플갱어’의 야쿠쇼 고지·구로사와 기요시, 안성기,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방은진·박중훈, 강수연·명계남, 이병헌, 문소리(위 왼쪽부터).

영화촬영 스케줄 때문에 도저히 올 수 없었던 한 회를 빼고 매년 영화제를 지켜왔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열혈 마니아인 배우 안성기씨는 “비경쟁 영화제인데도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영화제로 성장해 무척 기쁘다. 특히 김동호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하여 한국 영화인들이 포장마차에서 외국 영화인들을 ‘녹여놓은’ 게 주효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방자치단체의 단발적인 이벤트가 되지 않겠느냐는 걱정 속에 영화 마니아들 중심으로 열렸던 것에 비하면, 최근 이 영화제는 너무 많은 방송사와 스폰서, 배급업자, 심지어 정치인들을 배려하느라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의 모든 대중행사에는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참석해 ‘격려의 말씀’을 하는 순서가 하나 더 더해졌고, 행사는 방송사의 생방송 시간에 맞춰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다. 개막식 진행자인 박중훈씨가 “생방송이라 긴장해 서두르다 보니 개막식을 폐막식으로 소개했다. 폐를 끼쳤다. 이런 패가망신이 다시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할 정도였다.

영화계 스타들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방송사의 영화, 연예 관련 프로그램 제작팀이 참석해 영화보다는 사생활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독식하는 일이 종종 벌어져 관련자들을 맥빠지게 하기도 한다. 또 전체 영화제 예산 37억원 중 ‘겨우’ 9억원을 낸(대부분인 22억원은 시와 국고 예산) 협찬사들이 각종 행사장을 자사 홍보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돼, 영화제에 돈 쓸 곳이 많아지면서 스폰서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음도 분명했다. 영화제 한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져 스폰서를 어렵게 구했기 때문에 그들의 ‘적극적인 홍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영화제의 공식일정은 개막식 전에 열린 개막작 ‘도플갱어’ 시사와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배우 야쿠쇼 고지, 나가사쿠 히로미의 인터뷰로 시작됐다. 가장 주목받는 개막작과 폐막작(올해는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가 선정됐다) 선정에는 영화제의 위상을 반영하듯 세계 각국의 영화사들이 치열한 로비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도플갱어’가 개막작 후보로 떠오르자 일본의 제작자측은 ‘세계 최초 시사’를 요구하는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여 몬트리올영화제 출품 등을 취소했다고 한다.

‘시네마 부산’ 참말로 많이 컸데이!

정치인에서 대학 신입생까지 부산과 영화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여러 이벤트들.

개막작 프리미엄을 업고 ‘도플갱어’는 예매 매진이 되었고 야쿠쇼 고지는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인사 중 한 명이 되었다. 한국의 국민배우 안성기와 종종 비교되는 야쿠쇼 고지는 10월3일 안성기와 함께 팬들을 위한 공개 토크쇼를 하기도 했다.

‘쉘위댄스’ ‘실락원’ 등에 출연한 야쿠쇼 고지는 “내가 48세지만 일본 영화계에선 젊은 편인데 한국에선 나이가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하는 듯하다. 한국 영화계는 참 젊다”고 첫인사를 했다. 한국 영화계가 참 활발하다라는 말로도, 한국 영화의 생산과 소비가 너무 편향적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2일 저녁 7시, 3년 만에 야외인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다시 열린 개막식과 개막작 상영은 많은 영화팬들을 열광시켰다. 구름이 달 위로 길게 흐르는 가을밤,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공포영화를 보는 즐거움 때문에 전국에서 수많은 영화 팬들이 직장에 휴가원, 혹은 사표를 내고, 혹은 ‘자체 휴강’을 한 채 부산으로 몰려온 것은 아닐까. 보수적인 부산의 ‘아저씨’들도 영화제 기간 중에는 아내와 딸이 심야영화를 보러 가는 건 ‘장려’한다고 한다.

개막식에는 황정순, 임권택, 강수연, 윤정희씨 같은 영화계의 전통적인 스타들과 문소리, 박해일, 이병헌 등 새로운 세대의 배우들이 ‘레드 카펫’을 밟고 입장했다. 뜻밖에 드라마 ‘다모’가 배출한 톱스타 이서진, SES의 슈의 얼굴도 보였는데 현장에서 캐스팅돼 조만간 스크린에 데뷔할 것이란 속보가 나왔다.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다.

지난 2년 동안 11월에 열리는 바람에 실내로 들어갔던 개막행사가 다시 수영만으로 나온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축제적 성격을 되살리는 한편, 그동안 남포동 등 부산 시내와 해운대 및 수영만 일대로 이원화되어 열리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심을 특급호텔들이 늘어선 해운대로 옮겨와 칸영화제와 경쟁하는 국제적 행사로 만들겠다는 주최측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올해 메인 상영관 역할을 하게 된 해운대의 메가박스 10관을 비롯해 부산의 멀티플렉스들이 하나둘씩 해운대로 옮겨지고 있는 것도 이 영화제가 해운대에 자리잡는 것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했다.

부산 시민들 참여 열기도 후끈

‘시네마 부산’ 참말로 많이 컸데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상영관인 해운대 메가박스(위)와 남포동 시내의 극장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규모가 커지고 해운대로 그 중심이 옮겨진 결과로 얻어진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시작했던 필름 시장, 즉 PPP(부산프로모션플랜)가 실속 있게 성장한 것이다. PPP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영화 제작자들과 투자자들이 영화를 팔고 사는 미팅과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지난해까지 한국 영화를 해외시장에 파는 데 국한해오다 올해부터는 아시아 영화를 파는 일로까지 확대해 홍콩, 일본, 대만 등에서 20여개의 세일즈 회사들이 참가했다. 이 회사들이 아시아 영화의 90%를 팔기 때문에 PPP에서 거의 모든 아시아 영화가 판매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 26개국에서 270명의 바이어가 참석했던 PPP에는 지난해 35개국에서 1000명이 참가했다. PPP 첫해 차마 ‘수출’이란 말을 붙이기 낯간지럽던 한국 영화는 편당 판매액이 1만5000 달러에서 10배로 늘어 지난해 15만 달러가 되었다.

“다른 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 영화산업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틀림없다”고 말하는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했다. 올해 PPP에서는 특히 한국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져 18개의 공식 프로젝트 중 허진호 감독의 ‘행복’ 등 5편이 영화 투자자와 배급사를 찾고 있다.

하루의 영화 상영이 모두 끝나고, 영화를 팔고 사는 장사도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바다마을’이란 이름을 얻은 ‘시립’ 해운대 포장마차촌으로 모여든다. 부산의 포장마차는 소주잔을 기울이는 스타들을 만나는 게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은 아시아의 명소가 되었다. 올해는 이곳에서 아예 TTU(Two Thumbs Up, 최고라는 뜻)라는 공식 파티가 열려 영화제의 시작을 시끌벅적하게 알렸다.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영원히 기념하게 될 소식은 개막 3일째인 4일 밤 날아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4년 동안 준비하여 반입한 북한영화 7편이 정부의 ‘이적성’ 심의를 통과하고 뒤늦게 상영허가를 받은 것이다. 특히 북한 최초의 극영화인 ‘내 고향(1949)’ 등 2편은 ‘제한상영’이라는 조건부 상영이었지만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 등 5편은 일반상영 허가를 받아 ‘북한 사회의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영화를 소개한다’는 당초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됐다.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이자 ‘전 세계 영화의 오늘을 소개하는 영화제’로 화려하게 성장하면서도 북한 영화를 제외해 늘 떳떳하지 못한 느낌을 가졌던 부산국제영화제가 비로소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빚을 갚은 셈이다. 몇 년간 반복되어온 ‘이적성’에 대한 우려와 논란을 잠재운 것도 부산국제영화제의 힘이다. 영화제는 10월10일까지 계속된다.





주간동아 405호 (p74~76)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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