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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SK㈜ 꼴 될라”

정몽구 회장 우호 지분 25%뿐 ‘불안 증폭’… 외국 회사들 지배구조 관한 연구 용역 맡겨 ‘사전대비’?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현대차 지배구조 SK㈜ 꼴 될라”

“현대차 지배구조 SK㈜ 꼴 될라”

2000년 6월26일,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왼쪽).

”회장님이 대단히 긴장하고 계시다. 원래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고 수익률도 좋은 편인데, 최근에는 관련 부서에 ‘웬만한 건은 보류하라’고 지시할 만큼 현금 확보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측근이 사석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그는 “평소 욕심내던 땅도 있으나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미 충남 아산, 전남 순천 율천공단 등지에 대규모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정회장을 이토록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현대차의 지배구조다. 특히 지난 3월26일 모나코의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SK㈜ 주식을 매입, 일약 1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정회장의 불안감 또한 크게 증폭됐다.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언제든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 때문이다. 정회장은 임원들에게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힐 정도로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회장실 지시에 따라 연세대 경영연구소 산하 기업윤리센터에 ‘세계 8대 자동차 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연구’(가제) 용역을 맡겼다. 포드, 도요타, 푸조, 폴크스바겐 등 세계 유수 자동차 회사의 지배구조를 숙지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여유자금도 ‘자사주 매입용’으로 투입 태세



자동차 산업에 밝은 한 인사는 “포드사의 경우 창업주 집안이 전체 지분의 5%를 가지고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가문 회의에서 중요 사항을 결정할 정도다. 푸조도 가족기업이며, 도요타는 아예 계열사 간 1대 1로 지분을 교차 소유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공장이 위치한 니더작센 주정부가 20%의 지분을 갖고 있어 매우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타 회사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국내외 세력에 의해 적대적 M&A(인수 및 합병)가 시도되거나 경영권 관련 논쟁이 벌어질 경우 논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사전포석인 셈이다.

이와 관련,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연세대 박헌준 교수(경영학)는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 다만 굉장히 복잡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룹의 장기 경영전략과도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 더군다나 ‘어떤 지배구조가 최선’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연구 결과는 11월 말 나올 예정이다.

올 초에는 전무급이던 채양기 재무관리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대해서도 사내 일각에서는 “정회장이 재무 쪽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현재 우리 회사의 여유자금은 6조원에 이른다. 이 대부분이 재투자에 쓰이는 대신 현금 형태로 보관돼 있다. 상황에 맞춰 ‘실탄’(자사주 매입용)으로 쓰기 위해 장전해둔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투자가 생명인데 지배구조가 부실하니 돈이 있어도 마음껏 풀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평소 현금 보유분이 많은 것에 대해 “자동차 산업은 유동성이 커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밝혀온 것과는 사뭇 다른 얘기다.

“현대차 지배구조 SK㈜ 꼴 될라”

소버린의 SK㈜ ‘접수’사태는 재벌 오너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보석으로 풀려난 SK 최태원 회장.

현대차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정회장의 우호 지분은 25% 정도에 불과한 반면 다임러크라이슬러(이하 다임러), 캐피탈그룹 등 외국인 지분은 10월6일 현재 47%에 이르는 데 기인한다. 특히 지난 9월, 이미 현대차 지분 10.5%를 보유한 다임러가 5% 추가 확보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 지배구조는 재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렇게 될 경우 다임러는 현대모비스를 밀어젖히고 현대차의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현대차의 주요 주주는 현대모비스(13.21%), 다임러(10.46%) 글로벌 뮤추얼펀드(캐피탈그룹, 5.61%) INI스틸(4.87%) 정회장(4.4%) 미쓰비시상사(2.8%) 현대중공업(1.7%) 금강고려화학(1.02%) 자사주(0.4%) 등이다.

다임러 등 외국인 지분 47% ‘압도적 우위’

사실 지배구조에 대한 정회장의 고민은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 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원을 등에 업은 동생 고 정몽헌 회장측과 자동차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수세에 몰린 정몽구 회장은 외자유치를 통해 우호 지분 확보와 경영능력 검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 다임러가 제3자 배정 신주인수 방식 등으로 10%의 지분(4800억원)을 가져감으로써 정회장의 ‘도박’은 멋들어지게 성공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의 1대 주주가 된 다임러는 ‘3부자 동반퇴진’을 종용하던 한국 정부에 “정회장의 경영권을 향후 10년간 보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로써 정회장은 자동차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차-다임러 간 계약이 체결된 직후부터 업계에는 “두 회사가 이면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지난 8월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현대차가 다임러측에 ‘2003년 8월까지는 현대차와 협의를 거쳐, 이후 2009년 말까지는 별도 협의 없이 현대차 지분 5%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준 것이다.

“현대차 지배구조 SK㈜ 꼴 될라”

현대차 지배구조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고민은 동생 고 정몽헌 회장과 대결한 ‘왕자의 난’ 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정몽헌 회장 영정 앞에 선 정몽구 회장.

상황이 이런 만큼 정회장은 다임러와의 이면 계약이 밖으로 알려지기 전에도 지배구조 공고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1년에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11.5%를 확보, 1대 주주가 됐다. 올 3월14일에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보유 중이던 지분 1.71%를 전량 인수했다. 9월에는 정회장 명의로 미쓰비시상사 소유분 70만주(보통주 0.32%)를 사들였다.

현대차는 다임러가 콜옵션을 행사해도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다임러가 콜옵션을 행사, 15% 안팎의 지분을 갖는다 해도 정회장 우호 지분 25%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고민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건 그 외에도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다임러가 미쓰비시상사, 캐피탈그룹 등 기타 외국인 주주와 손을 잡는 경우다. 두 번째로 다임러의 최대주주인 도이체방크가 다임러와 손잡고 주식 매수에 나서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그 외 SK㈜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회사 경영권이 흔들리고 주가가 급락하는 위기상황이 펼쳐질 경우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 이유로 회사 가치에 비해 시가총액이 낮은 데다 우호 지분율도 낮은 점을 들었다. 현재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7조8000억원이다. 2002년 기준 연 매출 26조3300억원, 순이익 1조4400억원에 달하는 회사인 만큼 저평가됐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이와 관련, 최근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0월1일 산업정책연구원과 한국평가연구원은 ‘주가 관련 성과지표로 평가한 CEO 랭킹’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2위, 박정인 현대모비스 사장이 4위, 다시 정몽구 회장이 기아자동차 시가총액 증가와 관련해 5위를 차지해 주목받았다.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은 회사 가치가 상승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시장에서 그만큼 매력적인 상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A 등을 통해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9월16일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웨인 첨리 사장이 “본사 차원에서 현대차 지분 추가 매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자 현대차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손종원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현 상태가 M&A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또 다임러가 추가 지분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러나 우호 지분율이 3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현대차로서는 불안한 일임이 분명하다.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경우 각각 40%, 30% 이상의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분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모비스 등 상장사는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비상장 금융사의 경우 자금 여력이 없다. 결국 꾸준히 자사주를 늘려가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간동아 405호 (p36~38)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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