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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헛방 쏘는 ‘백상어’ 둔해빠진 ‘비호’

국산 무기 평가 체계 허술, 명중률 낮아도 ‘통과’ … 고위층 눈치 보느라 ‘이의제기’도 못하는 판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헛방 쏘는 ‘백상어’ 둔해빠진 ‘비호’

헛방 쏘는 ‘백상어’ 둔해빠진 ‘비호’

국방과학연구소가 독자개발한 중어뢰 ‘백상어’.

지난 8월21일 오후 6시30분쯤 해군 모 기지. 해군은 1발당 가격이 9억2900만원 에 이르는 국산 중(重)어뢰 ‘백상어’를 시험발사했다. 미끄러지듯이 발사관을 빠져나온 백상어는 스크루를 돌리며 서서히 목표물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목표물은 바다 속에 침몰해 있는 폐선(廢船).

맹수는 먹잇감을 발견하더라도 목표물이 덮쳐 잡을 수 있는 사정권 안에 들어올 때까지는 숨죽이며 서서히 접근한다. 백상어 역시 마찬가지다. 목표물(적 잠수함)이 전속으로 도주하더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 사정권 내로 들어오자, ‘휘잉~’ 하는 소리와 함께 강하게 물살을 내뿜으며 28노트(시속 50km)의 초고속으로 폐선을 향해 돌진했다.

물속에서 듣는 폭음은 공포 그 자체다. 먼 곳에서 터진 폭발음이 ‘물’이라고 하는 매질(媒質)을 통해 전달되는데도 둔중한 타격으로 다가온다. 큰 쇠 종(鍾) 안에서 밖에서 누군가가 힘껏 종을 때렸을 때 듣게 되는 거대한 울림, 물속에서 듣는 폭음은 그와 유사하다. 잠시 후 백상어가 터지면서 ‘콰광~’ 하는 폭음이 들려왔다.

해군 ‘백상어’ 전량 반품 ‘이례적’

그러나 소나(sonar)로 살펴본 폐선은 멀쩡했다. 백상어가 폐선에 이르기도 전에 터져버린 것이다. 목표물과 접촉하는 ‘절정의 순간’이 아니라 그 직전에…. “바보 같은 놈!” 소나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은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문제는 심각해졌다. 석 달 전인 5월20일에 있었던 시험발사에서도 백상어는 엉뚱한 짓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목표물이 있는 곳까지 달려갔으나 터지지 않았다. 절정의 순간에 도달했는데도 너무 둔감해 터지지 않더니, 이번에는 지나치게 예민한 나머지 절정에 오르기도 전에 터져버린 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백상어의 처지는 그러했다.

실전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한국 잠수함은 그대로 ‘끝’이다. 이쪽에서 쏜 어뢰가 전속으로 달려드는 순간 상대 잠수함은 이를 알고 전속으로 도주함과 동시에 이쪽을 향해 어뢰를 발사한다. 그런데 우리 쪽에서 쏜 어뢰가 너무 둔감하거나 민감하여 엉뚱한 짓을 한다면, 적 잠수함은 2차, 3차로 집요하게 어뢰를 발사해 이쪽을 격침시키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일격필살(一擊必殺)이 중요한데, ‘한심하게도’ 백상어는 이격불살(二擊不殺)을 기록한 것이다.

백상어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독자개발한 것인데 생산은 업체에서 담당했다. 몸체와 유도 부문은 LG이노텍이, 작약과 폭약은 ㈜한화가, 신관은 협진정밀이 생산한 다음 LG이노텍에서 최종 조립을 했다. 백상어가 ‘이격불살’한 것은 이 4개 기관 중 어딘가에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리라.

흥미로운 것은 해군의 ‘뱃심’이다. 해군은 업체로부터 구입한 쭛쭛발의 백상어 전량을 반품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된 어뢰 두 발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이어 불발 원인을 규명하고, 앞으로의 재시험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전부 개발자측에서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불량품을 발견한 ‘소비자’인 해군이 불량품을 생산한 ‘업자’측에 반품과 배상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조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의 세계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번 조처는 매우 예외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방부가 신무기를 개발할 의사를 밝히면, 여러 민간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선다. 미 국방부는 민간기업에서 개발한 무기를 시험해본 후 가장 성능이 좋은 것을 골라 장비로 선택한다. 5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JSF와 F-22 랩터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신무기 개발은 ‘국영(國營)’ 사업이다. ADD가 거의 모든 신무기 개발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무기가 원하는 성능을 갖추었는지를 시험·평가하는 것도 ADD다. 백상어를 개발할 때 ADD는 27번 시험발사를 했는데, 그중 여섯 번의 결과가 ‘불량’이었다. 무려 22%의 불량률. 다섯 번 쏘면 한 번 이상은 엉뚱한 짓을 하는 ‘지랄탄’이 된다는 것인데도 백상어는 시험·평가를 통과해 해군에 납품되었다.

무기업계에서는 자체 시험발사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보유한 백상어 전량을 반품하며 배상을 요구한 해군의 조치를 아주 이례적이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비자’인 군이 무기라고 하는 ‘제품’에서 하자를 발견해 ‘생산자’에게 배상을 요구한 것은 아주 당연한 조치인데 왜 무기업계에서는 이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이유는 한국의 국방사회가 무기 국산화를 통한 자주국방이라는 명제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무기는 ‘세계 최고의 것’이라는 맹목적인 애국심이 부지불식간에 판을 치면서, 그 누구도 국내에서 개발된 무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해군과 공군은 가끔씩 문제 제기를 해왔다. 해·공군은 각각 배와 비행기라는 장비를 이용해 ‘인간이 살 수 없는’ 바다와 하늘이라는 공간에서 작전하는 군대인지라, 아무리 국산일지라도 불완전하면 예민하게 대응해온 것이다.

국산 무기 문제 제기하면 비애국자?

문제는 ‘인간이 살 수 있는’ 땅 위에서 움직이는 육군이다. 국방 소식통들은 언제부턴가 육군에서는 국산 무기는 무조건 최고로 여기는 맹목적인 애국심이 팽배해졌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내년부터 제품이 나오는, 자주 대공(對空)포인 ‘비호(飛虎)’다. 비호는 ㄷ중공업에서 생산한 K-200 장갑차에 ㅌ중공업에서 생산한 30mm 대공포와 미국 R사에서 제작한 조준기를 올렸다.

현대의 전투기는 전부 초저공 비행을 하며 적진으로 침투한다. 높은 고도로 비행하면 금세 상대의 방공 레이더에 탐지돼 방공 미사일의 ‘밥’이 되기 때문이다. 비호는 이렇게 낮은 고도로 침투하는 적기를 요격하는 무기다. 이는 곧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적기를 탐지해 요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비호는 그 어떤 방공무기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발사되어야 한다.

비호는 과연 일격필살의 능력을 갖고 있는가. 적잖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비호는 ADD에서 시험발사를 할 때도 명중률이 높지 않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비호가 20년 전의 무기 개념을 토대로 개발돼왔다는 점이다. 초저공 침투 기술이 발전하기 전인 20년 전의 항공기를 격추하는 개념으로 개발된 비호가 현대의 항공기와 미사일을 격추하기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비호를 ‘둔호(鈍虎)’로 부르는 이들은 비호의 명중률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이들은 “미국의 난다 긴다 하는 무기업체들도 종종 경쟁에서 탈락하곤 한다. 그런데 한국의 ADD가 개발한 무기는 도무지 실패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한다. 좀더 열정적인 사람들은 “ADD는 개발만 하고 시험·평가는 소비자인 군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국에서 무기 개발 사업은 전문가들이 아니라 국방부 실력자들이 결정한다. 실력자가 분위기나 애국심에 도취돼 ‘잘했어’라고 칭찬하면, 그 무기는 무조건 좋은 것이 되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가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하면, 그는 비애국적이고 불충한 사람이 된다. 이러니 누가 문제점을 지적하겠는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게 낫지. 이렇게 평가 체계가 허술하다 보니 ADD가 개발한 국산무기는 무조건 OK였다.”

비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 무기를 사용할 방공포부대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보병들로 구성된 국방부의 최고위층이 OK한 것이라 감히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방공포부대 장교들에게는 애국심보다는 진급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이렇게 꼬집었다.

“전쟁이 일어나 열심히 방공무기를 쏘는데도 적기를 잡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살골을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은 다음에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해군이 백상어를 소신껏 반품 조치했듯, 육군도 그러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고 진짜 용기다.”



주간동아 405호 (p34~35)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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