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5

2003.10.16

몸은 민주당에, 마음은 신당에 … 전국구 7인의 고민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10-09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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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은 민주당에, 마음은 신당에 … 전국구 7인의 고민

    민주당 전국구 의원들의 탈당을 촉구하는 현수막.

    이미경 이재정 허운나 김기재 박양수 조배숙 오영식 의원 등 민주당 전국구 7인은 민주당적을 가진 통합신당의 핵심세력이다. 몸은 민주당에, 마음은 신당에 가 있는 ‘따로국밥’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들을 ‘박쥐의원’이라고 폄하한다. 7인의 전국구 의원은 이런 분위기를 잘 안다. 전국구 L의원의 한 측근은 “표현은 안 하지만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말한다.

    그들 뒤에는 또 다른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안상현 전 강원도의회 의원과 황창주 한국농업경영인 연합회장, 박종완 전 농협중앙회 이사 등이 주인공. 이들은 민주당 전국구 예비후보 1, 2, 3번이다. 송화섭 전 대구대 대학원장, 한충수 국민자산신탁 감사, 양승부 변호사, 박금자 산부인과 병원장 등도 그 뒤를 잇는 예비의원들. 전국구 의원이 탈당할 경우 곧바로 배지를 승계하는 이들은 요즘 “언제쯤 배지를 다느냐”는 주변의 축하 인사(?)를 받는다. 그러나 예비후보들은 이에 대한 말을 하기가 어렵다. ‘7인방’이 언제쯤 결단을 내릴지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9월 민주당이 당사 현관에 ‘욕심을 버리십시오’란 글귀와 함께 전국구 7인의 이름을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자, 한 전국구 예비후보는 “이런 글은 광화문 네거리에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후보단일화협의회 문제와 관련해 최명헌 의원에게 ‘탈당하라’고 다그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라며 전국구 의원 7인의 이중적 처사를 꼬집기도 했다. 다른 한 예비후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지극히 이기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며 “화형식이라도 해야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잡음이 이어지자 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가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그는 9월 말, “국정감사가 끝나면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신당 주변에서도 신당의 개혁성을 훼손하는 전국구 의원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전국구의 정치생명은 그리 길지 못할 것 같다.

    전국구 의원들 내부에서도 균열이 발생한다. 한 인사가 신당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한 것과 관련, 다른 한 전국구 의원의 측근은 “그렇게 공개적으로 활동하려면 탈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당 압력에 직면한 다른 한 인사는 “신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비위에 참석한 것이 전부”라며 “이후 행보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당 동참 원칙을 세운 적이 없다’는 말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 인사는 “신당이 생각보다 뜨지 않자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인사는 최근 20여일간 외유를 떠나 아예 ‘정치’와 담을 쌓기도 했다. 대부분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를 노리는 전국구 의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의원직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참모들도 그런 건의를 수시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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