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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우리 풍수 | 계룡산 ‘도깨비 터’ 음절마을

종교건물 우후죽순 … 도깨비의 장난?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종교건물 우후죽순 … 도깨비의 장난?

종교건물 우후죽순 … 도깨비의 장난?

도깨비 터에 들어선 건물은 대부분 종교 관련 건물들이다.

풍수의 기본개념 가운데 하나가 땅의 성격을 파악해 용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학교 터, 집터, 사찰 터가 각기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올 7월 계룡시로 승격한 충남 논산시 두마면 엄사리 음절마을, ‘도깨비 터’로 알려진 이곳에는 종교 관련 건물들이 유난히 많아 그러한 풍수의 기본개념에 충실한 땅이 아닐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엄사(奄寺)’란 행정구역명 또한 바로 이 ‘음절’을 한자로 바꾼 것이다.

도깨비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이들에게는 친숙한 귀신이다. 이를테면 도깨비가 힘이 세서 황소를 지붕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솥뚜껑을 솥 속에 넣어 밥을 못 짓게 골탕을 먹인다는 등의 이야기를 필자도 듣고 자랐다.

음절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도깨비 터로 알려지게 됐을까. 이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오면서 13년째 이장을 맡아온 이효택씨(43)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1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농촌마을이었다. 그 이전에는 이곳에 음절이란 큰 절이 있었다는데, 언제 생겨서 언제 망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인근에 계룡대(삼군본부)가 들어서면서 이곳 음절마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마을에 교회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씨는 “집 다섯 채 지으면 그 가운데 하나는 교회가 되더니 지금은 교회가 족히 100개는 된다”고 말했다. 교회뿐만 아니다. 마을에는 종단이 서로 다른 절들, 요가원, 점집,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신흥종교 건물들이 혼재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외지인들이 와서 주민들에게 집터를 팔라고 졸라대는데, 대개는 절이나 교회를 짓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들 건물의 유형도 다양하다. 우람한 고층건물을 자랑하는 교회, 시멘트로 지은 사찰, 슬레이트 지붕이 얹힌 건물이 이색적인 민족종교 사원, 일반 주택에 온갖 부적으로 도배해놓은 점집…. 일요일이면 더욱 볼 만하다. 찬송가, 목탁, 염불, 주문 소리들이 아우러져 그야말로 도깨비들 잔칫날 같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왜 이렇게 변해가는 것일까? 원래 도깨비 터였는데 이제야 그 땅이 제대로 쓰이는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옛날에 이 마을에 있었다는 ‘음절’이란 큰 절이 망한 것만 보아도 이곳 터가 절터로서 적합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종교건물 우후죽순 … 도깨비의 장난?

일반 주택에 차려진 점집.

그러나 까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계룡대가 들어서면서 그 인근에 있던 많은 종교 건물들이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 도깨비 터로 알려진 이곳에 대체지로 선택한 듯하다.

그렇다면 왜 계룡산은 무당들이나 기도를 드리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었을까? 그것은 좌절된 영웅과 땅에 기도하면 그 기도를 잘 들어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개 굿을 하거나 기도를 하는 까닭은 자신과 가족의 고통을 덜어보고자 해서다. 이때 좌절한 영웅(예컨대 최영 장군이나 관우 장군)들의 분노에 찬 영혼을 위로해주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면 그들이 기도를 들어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좌절된 땅’이란 어떤 의미인가. 우리 조상들은 산에도 신격(神格)이 있다고 믿었다. 조선조까지만 해도 명산에 ‘대신(大神)’이라는 직위를 내리고 제사를 지냈다. 계룡산도 그러한 명산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태조 이성계가 이곳을 도읍으로 정해 1년 가까이 공사를 벌이다 돌연 취소했다. 한마디로 ‘소박’을 맞고 ‘분노와 수치심’으로 가득 차게 됐고, 때문에 계룡산에서 기도하면 잘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언제부터인가 무당이나 종교단체가 모여든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음절이 도깨비 터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 풍수적으로도 좋은 절터(다른 종교건물 포함)가 되려면 명당의 기본요건을 갖추는 이외에 터 주변에 암벽이 있어야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 이곳에 있었다는 ‘음절’이 망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종교가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건 ‘도깨비의 장난’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주간동아 2003.09.04 400호 (p94~94)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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