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6

2003.08.07

공연장들 시즌제 도입 성공할까 外

  • 입력2003-07-31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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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들 시즌제 도입 성공할까 外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공연장들 시즌제 도입 성공할까

    예술의전당에 이어 부천문화재단이 시즌제 도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공연 시즌(Season)제’란 특정 기간 내의 공연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공개하고 티켓 예매 역시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 마케팅 방식이다. 유럽과 미국 등지의 공연장들은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을 한 시즌으로 정하고, 여름에는 각종 페스티벌을 연다.

    국내 공연장의 경우, LG아트센터가 3년 전부터 한 해의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공개하고 부분적으로 티켓을 판매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도 5월에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리골레토’ 등 23편으로 이루어진 하반기 시즌 공연 목록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의 티켓은 판매하지 않고 있어 ‘진정한 시즌제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공연 주최측의 입장에서는 한 해 공연을 일관성 있게 구성할 수 있고, 관객은 보고 싶은 공연의 티켓을 일찌감치 구할 수 있는 것이 시즌제의 장점이다. 반면 이미 계획된 공연이 연주자의 건강문제 등으로 인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 LG아트센터는 최근 9월4, 5일로 예정되었던 아르헨티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내한공연을 취소하고 이미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에게 티켓을 환불해주었다. 예술의전당 역시 제야음악회 출연진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17편의 부천문화재단 올 하반기 시즌 공연작들은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교감’, 이윤택의 연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등 서울 무대에서 검증된 수준작들로 이루어져 있다.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면 최고 30%까지 할인이 돼 편당 1만원 내외의 가격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이용관 부천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관객이 없는 것은 모든 지방공연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관객을 늘리고 공연단체의 전문성도 증대시킬 수 있는 시즌제야말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본다”고 시즌제의 의의를 설명했다.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

    공연장들 시즌제 도입 성공할까 外

    사티로스와 잠자는 여인, 1936.

    이제 피카소(1881~1973)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잖게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피카소가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긴 데다, 한국 미술계가 세계 무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세계적 대가’ 프리미엄 때문에 자주 기획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호암갤러리(9월14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판화전인 데다 제목도 진부한-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을 통해서 본 피카소는 지금까지 열린 그의 국내 전시에서 본 모습 중 가장 인간적이라 할 수 있다. ‘예술과 사랑’이라는 퍼즐 조각들로 맞춰본 피카소는 ‘입체파의 거두’ 혹은 ‘게르니카’의 정치성 등으로 수식되는 미술사적 아우라 없이, 그저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인간이다. 공책 크기의 작은 화면 속에 그것을 완벽하게 형상화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의 천재성을 입증하긴 하지만.

    전시작은 1930년대에 묶여진 ‘볼라르 판화집’과 60년대 말, 그가 사망하기 5년 전에 만들어진 ‘347 판화집’에서 선정한 205점이다. ‘볼라르 판화집’은 피카소가 한창 조각에 몰두해 있던 혈기왕성한 시절의 작품들이다. 고전적인 양식과 소재를 선택하고 있는데, 누드모델과 피카소가 같은 방향에서 ‘점잖게’ 조각 작품을 응시하고 있는 구도에서 그의 예술에 대한 경외, 열정을 볼 수 있다. 동시에 신화에 예술가를 대입시킨 일련의 작품들에서는 오만에 가까운 자존심도 느껴진다. 이에 비하면 ‘347 판화집’은 죽음을 앞둔 피카소의 성적 판타지, 지나간 열정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피카소가 만든 ‘죽어도 좋아’(!)인 셈이다. 특히 ‘라파엘과 라 포르나리나’ 연작은 화가 라파엘과 모델 라 포르나리나의 노골적 정사 장면들로 늙은 피카소는 이제 주인공이 아니라 ‘훔쳐보는’ 인물로 등장한다. 여성편력이 극심했던 이 천재에게도 노쇠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그러나 1층 전시장에서 터지는 웃음을 누르고 2층 전시장 입구에 이르면 관람객의 마음을 꿰뚫는 피카소의 ‘한 말씀’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예술은 한 번도 정숙한 적이 없었다. 결국 사랑이 있을 뿐, 그것이 무엇이든.(Art is never chaste…. In the end, there is only love.)” 문의 02-771-2381.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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