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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색도시⑩ | 멕시코 타스코

銀으로 세운 금빛 풍광의 식민도시

  • 글·사진/ 타스코=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銀으로 세운 금빛 풍광의 식민도시

銀으로 세운 금빛 풍광의 식민도시
멕시코는 선뜻 여행지로 택하기 어려운 나라다. 그러나 한번 가보면 그 매력에 푹 빠져 돌아오기 싫은 곳이기도 하다. 스페인 제국시대의 낭만과 마야, 아스테크 문명의 신비가 뜨거운 태양과 절묘하게 융합된 멕시코. 미국과 국경이 맞닿은 멕시코는 1994년 페소화 폭락이란 위기를 극복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눈부신 경제발전까지 이룩했다. 한반도의 10배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가진 이곳은 북부의 사막지대와 남부의 밀림지대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청정한 태평양과 멕시코만, 거기에 카리브해까지 안고 있어 겨울에는 북미지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에 자리한 타스코는 ‘유쾌한’ 식민도시다. 식민도시란 스페인 제국시대 때 멕시코의 자원을 스페인으로 송출하기 위해 건설된 도시. 식민지 역사가 500년에 이르렀기 때문에 식민(Colonial)이라는 부정적 표현에 ‘유쾌한’이라는 수식어가 그리 어색하지 않다. “멕시코에 와서 타스코를 방문하지 못한 사람은 매우 불행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말한 시인이 있을 정도로 타스코는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다. 아스테크의 신화를 좇아 해발 1700m 고원까지 진격한 스페인군은 이곳에서 전설의 은을 발견하고 타스코를 건설했다.

멕시코시티에서 불과 2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이 은광 도시는 14만명의 인구 대부분이 은 관련 산업에 종사하며 나머지는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타스코의 지명은 1440년 이곳이 스페인군의 수중에 넘어가기 전 이 지역을 다스렸던 아스테크인들이 틀라츠코(공놀이 하는 장소)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됐다. 이후 이곳에서 거대한 은광이 발견되면서 아름다운 산허리에 중세 스페인의 수도였던 톨레도 지역을 본떠 도시를 설계했다. 도시의 틀거지는 중세 스페인을 연상케 하지만 거기에 멕시코 특유의 따사로움이 더해져 보다 정감 있는 풍광을 자랑한다.

명물 산타프리스카 교회 스페인 제국 냄새 물씬

정복자들은 은을 발견한 기념으로 타스코에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인 산타프리스카 교회를 선사했다. 이 건축물을 빼놓고 타스코를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1751년 은의 제왕이라 불렸던 프랑스인 라 보르다가 빈털터리가 될 때까지 아낌없이 지원해 건설된 이 웅장한 교회는 엄숙한 고전양식에 화려한 내·외부 장식이 더해져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높이 치솟은 두 개의 첨탑과 아기자기한 돔은 교회라기보다는 예술작품에 가까울 정도로, 보는 이의 영혼까지 아름답게 하는 힘이 있다.
銀으로 세운 금빛 풍광의 식민도시

타스코시의 상징인 산타프리스카 성당의 화려한 모습. 이 건축물은 스페인과 프랑스, 그리고 멕시코의 최고 예술가들이 총동원되어 7년 만에 완공됐다.





銀으로 세운 금빛 풍광의 식민도시

① 시장에서는 원주민이 직접 만든 다채로운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② 아시엔다(대지주의 농장)와 폐은광을 순회하는 마차.③ 케이블카가 관광객을 계곡 위로 안내한다.④ 500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훔볼트관.

이런 도심의 풍광이 권위적이지 않고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도시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하얀 색벽면과 연갈색 타일 지붕이 연출하는 통일된 색감과, 전통을 존중하는 주민과의 조화에 있다. 하루 종일 도시를 걸어다녀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이국적인 정취가 파란 하늘, 숲과 잘 어우러진다. 거기에 딱정벌레를 닮은 자동차로 채워진 정감 있는 도로는 자동차 매연까지 향기롭게 느껴질 정도로 관광객의 혼을 빼앗는다.

멕시코 대부분의 도심은 ‘소칼로’라 불리는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타스코 역시 광장과 교회를 중심으로 수십 갈래의 골목이 비탈길을 따라 갈라졌다 다시 합쳐지는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 골목골목에 중세풍의 교회와 관공서가 자리하고 있고 호텔과 멋들어진 박물관들이 펼쳐져 있다. 대부분의 호텔은 수도원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친근하고 생동감 넘치는 광장을 따라 도심을 산책하는 즐거움이야말로 타스코가 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일 것이다.

타스코가 은을 주제로 한 도시인 만큼 시내관광은 ‘안토니오 피네다 은 세공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문화전시관으로 변한 은의 제왕 보르다 백작의 저택을 방문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박물학자로 유명한 훔볼트가 묵고 갔다는 ‘훔볼트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박물관에서는 도시의 역사를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다. 물론 가톨릭과 은의 역사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눈썰미 있는 방문객이라면 은 광산에 투입된 원주민의 고난을 통해 멕시코의 슬픈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하학적 도심 골목과 보석 같은 야경 일품

특산품은 물론 은이지만 시장에 가보면 아스테크 원주민들의 풍취가 스며든 장식품들을 보고 원주민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중앙광장과 산타프리스카 교회, 박물관 다음으로 주민들이 추천하는 타스코 관광 2순위는 단연코 도심의 야경. 타스코에 오는 관광객들의 대부분이 이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절벽 사이로 뚫린 도로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마치 은하수가 땅에 내려온 것처럼 아름답다.

산 꼭대기에 위치한 그리스도 상 앞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전경도 일품이다. 도심이 언덕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던 예수를 도시 이미지에 대입시켰다. 도심 반대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보는 경치도 빼놓을 수 없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가까이에 옹기종기 모여 이루어진 정겨운 도심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銀으로 세운 금빛 풍광의 식민도시

기념품을 팔고 있는 원주민 소녀. 화려하게 장식된 잡화점. 중세풍 건물과 딱정벌레를 닮은 독일산 차량이 운치 있게 조화를 이뤘다(위부터).

이제 본격적인 도심 외곽 체험이다. 주민의 대다수가 은 관련 산업(광산 세공 판매업 등)에 종사하기 때문에 역시 은이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매월 2t의 은이 생산된다는 광산은 현재 일본인과 독일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300년 전 스페인 제국이 운영하던 폐은광을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매일 아침 마차를 타고 3시간에 걸쳐 옛 은광이 있던 아시엔다(대지주의 농장)를 돌아보는 코스. 지금은 정글로 변했지만 마차를 타고 산길을 달리는 기분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도심에서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카카와밀파’ 동굴에 가서 2km에 걸쳐 펼쳐져 있는 석회동굴을 살펴보는 것도 추억에 남을 만한 일이다. 인근에 파충류인 이구아나가 많이 서식해 한때 이구아나 고기가 인기리에 판매됐으나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한 이구아나를 보호하기 위해 공개적으로는 팔지 않는다.

타스코에는 예술과 관련 있는 사람이 많다. 너무도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몇 달씩 장기 체류하거나 아예 눌러앉는 외지인 예술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집을 아름답게 가꾸고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도심은 언제나 싱싱함을 유지한다.

타스코에는 장기 거주하는 한국인은 없다. 이곳 언어학교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3~4명 정도 살고 있을 뿐이다. 현재 멕시코에는 PC방 열풍이 불고 있다. 타스코처럼 고색창연한 도시에서도 PC방을 찾을 수 있다. 삼성과 LG 로고가 선명한 PC는 기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테킬라로 만든, ‘마르가리타’라 불리는 상큼한 칵테일을 한 모금 입에 물고 도심을 내려다보니 하늘 밑 타스코에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 인적 끊긴 도시에 한 무리 구름이 몰려오니 은빛을 뿜어내던 도시가 어느새 천상의 도시로 변신한다. 구름에 가린 은하수가 이윽고 바람을 타고 다시 시인의 눈앞에 찬란하게 드러난다. 타스코의 시인이 노래한다.

“Venga un dia Taxco y observen la maravilla de la naturaleza.(딱 하루만이라도 타스코로 오게나. 자연의 기적을 단 하루만이라도 눈여겨보게나.)”







주간동아 396호 (p76~79)

글·사진/ 타스코=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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