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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 별별 재료가 다 쓰이네

실크·보석·녹두가루 등 이색 원료 제품 잇단 출시 … 지나친 효과 기대는 금물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화장품에 별별 재료가 다 쓰이네

화장품에 별별 재료가 다 쓰이네

화장품의 이색 원료들은 대부분 자연에서 추출된 것이다. 동의보감(작은 사진)에는 피부미용과 관련된 기록이 다수 남아 있어 한방 화장품 개발에 좋은 자료가 된다.

남달리 피부미용에 신경을 쓰는 ‘나화장’씨는 요즘 특이한 방법으로 화장을 한다. 조선시대의 여인들처럼 녹두가루와 쌀로 세수를 하고 얼굴에 플랑크톤 추출물을 바른다. 그리고 보석가루를 눈썹과 입술에 발라 화장을 마무리한다. 얼굴에 비타민C를 덧바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밤이면 청주로 목욕을 하고 약쑥을 온몸에 바른다. 또 목욕 후에는 코코아로 전신 마사지를 하고 실크를 바른다.

약간은 ‘SF’처럼 들리는 ‘나화장’씨의 이색 화장법은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실크, 플랑크톤, 약쑥, 보석, 녹두가루, 비타민C, 청주 등이 원료인 이색 화장품들이 실제 상품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이색 화장품은 대부분 대량생산되기보다는 기획상품으로 한정 생산되어 백화점, 전문점 등에서만 판매된다. 가격 역시 일반적인 화장품보다 20~50% 정도 비싸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일반 화장품보다 20~50% 비싸

이색 원료로 만든 화장품의 종류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아예 이색 원료 화장품만으로 구성된 브랜드도 있다. 태평양이 자수정 옥 토르말린 말라카이트의 4가지 보석 성분을 첨가해 만드는 ‘베리떼’ 브랜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베리떼는 기초화장품부터 색조화장품까지 90여 가지의 ‘보석’ 화장품을 출시했다.

“보석은 기원전 7000년부터 질병 치료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자수정은 살균력이 있고 말라카이트에는 황산화 효과가 있습니다. 보석은 화장품에 용액 형태로 들어가거나 미세한 파우더 형태로 함유되죠.” 베리떼 브랜드 매니저인 김정태씨의 설명이다. 외국 유명 브랜드 중에는 다이아몬드가 함유된 화장품을 내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보석 화장품이라고 해서 유달리 반짝거리지는 않는다고.



그런가 하면 애경산업이 내놓은 ‘프레시스’는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크단백질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이다. 기초화장품과 기능성 제품 등 18종이 출시되었다. 실크단백질은 피부 성분과 유사한 단백질이어서 외국에서도 좋은 화장품 원료로 인정받고 있다. 애경은 일본에서 실크단백질 성분을 들여와 제품을 개발했으나 최근에는 농업진흥청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크단백질의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나드리 화장품은 청주로 만든 보디케어 ‘청주’ 브랜드와 상황버섯을 함유한 ‘상황’ 브랜드에 이어 비타민C를 함유한 투웨이케이크를 내놓았다. 또 비오템은 코코아 오일이 함유된 슬리밍 제품과 플랑크톤 추출물이 들어간 크림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이색 화장품이라고 해서 특정 재료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화장품에는 기본적으로 3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 단, 특정 성분의 함유 여부에 따라 제품 이름에 ‘선인장’이나 ‘플랑크톤’ 같은 말이 들어간다. 때문에 특정한 성분의 함유량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LG생활건강의 한방 브랜드 ‘더 후’의 녹용팩에는 녹용이 5% 함유되어 있는데 이처럼 특정 성분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 화장품에 들어가는 이색 원료들은 대부분 화장품 재료로 좋은 성분입니다. 코코아 오일은 인체의 기름 성분과 유사하며 쇠기름 등과 달리 트러블이 적고 오가피와 약쑥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죠. 문제는 단순히 광고 효과를 노리고 소량만이 들어가 있는가, 아니면 특성 성분이 활성을 나타낼 만큼 다량 들어가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봅니다.” 대전보건대학 화장품과학과 김상진 교수의 말이다.

화장품에 별별 재료가 다 쓰이네

애경산업의 ‘프레시스 실크제닉’, 비오템의 ‘아쿠아수르스 크림’, 태평양의 ‘베리떼’, LG생활건강의 ‘더 후’ (왼쪽부터). 각기 누에고치, 플랑크톤, 보석, 한방 추출물을 원료로 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더욱 이색적인 원료들이 활발히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화장품 개발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대부분의 재료는 이미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사가 개발하는 원료는 엄격한 대외비여서 회사 내에서도 소수의 개발인력만이 알고 있다고.

최근 우리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한방재료’. 이미 LG생활건강에서 약쑥, 오가피 등을 넣어 만든 한방화장품 브랜드 ‘더 후’를 출시했고 태평양에서도 ‘설화수’ 등 한방재료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방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도가 높은 데다 대체의학, 허브 등을 선호하는 유럽 등지에 수출될 전망도 밝은 편. 조선의학사를 전공한 신동원 박사(한국과학기술원 초빙교수)는 “동의보감에는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한방재료 등 실제로 피부미용에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화장품의 효능에 대해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설령 몸에 좋은 재료를 넣었다고 해도 화장품은 어디까지나 ‘화장품’이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의약품안전과 관계자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화장품을 사용하는 목적은 피부의 미화와 청결이다. ‘살이 빠지는 화장품’ 등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다. 또 자외선 차단, 주름 개선, 미백의 세 가지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은 식약청이 그 효능을 심사한다”고 밝혔다. 즉 화장품에 특이한 재료가 들어갔다고 해서 지나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또한 군소 수입 브랜드 중에는 그 성분이 의심스러운 천연화장품들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품은 식약청 등에서 꼼꼼하게 심사하지만 수입 화장품 중에는 재료가 불확실한 제품들이 있다. EU(유럽연합) 등에서 우리 정부에 관세장벽 철폐를 강력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은 낯선 군소 수입 브랜드의 ‘천연화장품’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396호 (p66~67)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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