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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화려한 싱글

21세기 ‘나홀로 가족’이 대세?

2000년 222만여 가수 '15년 만에 세 배' … 싱글산업도 덩달아 초고속 성장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21세기 ‘나홀로 가족’이 대세?

21세기 ‘나홀로 가족’이 대세?
‘싱글’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즉 싱글의 수는 1985년 66만1000여 가구에서 2000년에 222만4000여 가구로 15년 만에 세 배 이상 불어났다. 이는 전체 가구의 15.5%로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평균 여섯 집 중 한 집이 싱글, 즉 ‘나 홀로 가족’인 셈이다. 2020년에는 전체 가구의 21.5%를 1인 가구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글의 수가 이처럼 빠르게 늘다 보니 싱글을 겨냥한 ‘싱글산업’의 규모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싱글을 주고객으로 하는 ‘싱글산업’의 규모를 연 6조원 가량으로 추산한다.

출판기획 일을 하는 정미선씨(37)는 최근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서 나와 서울 마포의 16평짜리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일거리가 밀리면 밤을 새워서라도 마쳐야 하는 프리랜서의 특성상 혼자 살며 일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우선 16평 오피스텔을 꾸미는 일이 급선무였다. 정씨는 인터넷의 싱글 전문 쇼핑몰부터 찾았다. 싱글들은 주로 인터넷을 이용해 쇼핑을 한다. 신세계몰, LG이숍, H몰, CJ몰 등 유명 인터넷 쇼핑몰들은 지난해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싱글을 위한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외에도 ‘싱글마트’(www.singlemart.com), ‘삐딱’(www.ppiddak.com) 등 싱글을 위한 온라인 숍들은 10여 군데에 달한다.

경제력 빵빵 … 싱글들 대형 가전도 선호



싱글 전문 온라인 매장인 ‘싱글벙글숍’을 운영하는 LG이숍 홍보팀에 따르면 싱글은 가족 단위 고객보다 구매력이 더 강한 편이다. “가정이 있는 고객들은 뭐 하나를 사려 해도 남편과 또는 아내와 의논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하지만 싱글은 누구와 의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빨리, 그리고 많이 삽니다. 또 스스로를 위한 투자에 과감한 것도 싱글 고객들의 특징이죠.”

‘싱글벙글숍’에서 특히 많이 팔리는 물품은 행거 등 수납용 가구와 마사지 기구 등 미용 관련 제품이다. 가전제품 중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은 노트북.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소형 가전제품 못지않게 대형 가전제품들도 많이 나간다고 한다. 요즘 싱글들이 그만큼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가전업계에서는 이미 2, 3년 전부터 싱글을 겨냥한 ‘싱글 가전’이라는 신조어가 통용되고 있다. 지난해 ‘싱글 가전 세일전’을 열었던 테크노마트의 매장들은 대부분 별도의 싱글 가전용 공간을 만들어놓고 있다. 앰프와 CDP 일체형 오디오, 토스터 겸용 전자레인지 등 멀티 기능을 갖춘 가전이 싱글에게 환영받는 아이템들이다. “크기는 작아도 대형가전이 갖춘 기능을 다 갖춘 제품이라야 싱글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어요. 가격보다는 성능과 디자인이 더 중요하죠. 과거와 확실하게 달라진 점은 싱글들이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테크노마트 홍보팀 은혜림씨의 말이다.

가구·생활용품 업계도 싱글을 위한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리빙 인테리어 업체인 ‘전망 좋은 방’ 홍보팀 유미선씨는 싱글 고객들은 쉽게 이동시킬 수 있고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좁은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가구를 원한다고 말했다.

“싱글 고객은 가구 외에도 예쁘고 기능적인 생활소품을 많이 찾아요. 예를 들면 침대 위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테이블이나 조명등의 역할까지 하는 자명종 시계 등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을 좋아합니다. 결혼한 사람보다 싱글들이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그만큼 취향대로 잘 꾸며놓고 살고 싶어하죠.”

21세기 ‘나홀로 가족’이 대세?

‘전망 좋은 방’에서 출시한 싱글용 침대 겸 소파, 1인용 테이블. 싱글 전문 생활용품 매장 '폴리엠'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싱글 가전’중. 1인용 커피메이커와 초소형 청소기는 알뜰파 싱글족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아이템이다(왼쪽부터).

아예 싱글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 토털 생활용품 매장도 생겨났다. 4월 서울 강남 신사동에 1호점을 연 ‘폴리엠’은 속옷부터 가구, 가전제품, 욕실용품까지 모든 생활용품을 한 곳에서 파는 생활용품 전문점이다. 자연히 고객 가운데 싱글과 신혼부부가 많다. ‘폴리엠’은 첫 매장을 연 지 3개월 만에 6개의 직영점이 속속 문을 열 정도로 빠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고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싱글 고객은 주로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쇼핑하러 온다. 1인용 커피메이커, 초소형 청소기 등이 싱글에게 특히 환영받는 아이템이라고.

“폴리엠 매장을 열기 위해 일본 스웨덴 등 해외 생활용품 매장을 시장조사했습니다. 철제 시스템 가구 등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예쁘고 통일감 있는 아이템을 많이 갖추어놓은 것이 싱글 고객들에게 매력으로 비치는 것 같아요. 서울 외에도 대전 유성처럼 젊은 인구와 독신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연 직영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폴리엠의 운영회사인 ‘휴머스홈’ 홍보팀 김경호 차장의 분석이다.

싱글 전용 여행상품 등장 … 싱글 탈출의 기회 삼기도

여행업계도 최근 싱글을 위한 여행상품을 개발하느라 부산하다. 사실 싱글에게 의식주 같은 기본적 생활보다 더 불편한 점은 여름휴가 등을 함께 할 가족이 없다는 점. 그러나 싱글을 위한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이러한 불편 역시 말끔히 해소된다.

2001년부터 싱글을 위한 여행상품을 출시해온 클럽메드는 5월에도 ‘솔로 이스케이프(Solo Escape)’라는 이름의 몰디브행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10월에는 발리로 가는 싱글용 여행상품이 등장할 예정이다.

“‘솔로 이스케이프’라는 여행상품 이름은 솔로를 탈출하자는 뜻이 아니라 솔로끼리 일상을 탈출해보자는 의미죠. 참가자의 남녀 비율은 비슷한 편이고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습니다. 단체 참가 프로그램이 많은 동시에, 혼자만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죠.” 클럽메드 홍보팀 지경훈씨의 설명이다. 솔로 이스케이프에는 레포츠 등 다른 여행상품에서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말고도 요가와 살사댄스, 탱고 강습 등 다양한 강습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여기에 참가한 남성들이 여행을 통해 ‘짝’을 찾으려는 눈치가 역력한 반면, 여성들은 이성교제보다는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21세기 ‘나홀로 가족’이 대세?
어딘지 모르게 불완전한, 또는 잠시 거쳐가는 생활패턴으로 여겨졌던 싱글. 그러나 가족 우선의 가치관이 개인과 일을 우선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싱글은 자연스러운, 그리고 자유로운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점차 다양해지는 싱글산업들은 이 같은 싱글들의 라이프 패턴을 철저히 분석해서 싱글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저는 적극적으로 싱글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일이 바빠 차일피일 결혼을 미루다 결국 싱글로 살게 되었죠. 하지만 결혼해서 사는 친구들을 보면 제 삶이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결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생활에 허덕이며 힘겹게 살잖아요. 전 가족을 부양할 필요도 없고, 더구나 요즘은 혼자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서 일상생활하는 데 거의 불편을 못 느끼니까요.” 혼자만의 공간으로 이사해 온전한 ‘싱글’이 되는 데 성공한 정미선씨의 말이다.



주간동아 394호 (p78~79)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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