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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지역특구’ 만병통치약?

각종 행정규제 완화로 지자체 발전 기대감 … 가이드라인 미비 자칫 해프닝 될 수도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우후죽순 ‘지역특구’ 만병통치약?

우후죽순 ‘지역특구’ 만병통치약?
‘인삼특구, 녹차특구, 생선회특구, 춘향특구, 홍길동특구….’

7월8일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가 지역특화발전특구법 구상을 밝힌 뒤 대부분 언론들이 너도나도 거론한 지역별 산업특구의 사례들이다. 재경부의 지역특구 구상은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별로 특구 지정 신청을 받아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 한해 지역 내 특화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행정규제를 중앙정부가 나서서 없애준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경부는 7월19일까지 각 지방을 돌며 설명회를 한 뒤 8월 말까지 지자체들의 예비 신청을 받아 올해 안으로 특구법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특구를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벌써부터 지역특구 구상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들의 규제 완화 건의를 바탕으로 지역특구를 추진한다는 구상은 좋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지역주민들의 기대감만 부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무늬만 특구’나 ‘껍데기 특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년 지정 … 일부에선 실효성 논란

재경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법 구상이 발표된 직후 ‘인삼특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충남 금산군의 경우 인삼 재배와 관련해 어떤 규제가 있는지조차 몰라 군 관계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금산군 관계자는 재경부 구상이 나온 직후 인삼·약초 재배업자들을 상대로 지역특구 신청을 위한 행정규제 사항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묻는 여론 수렴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인삼재배농가와 유통업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재배·유통업자들은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잡삼이나 미삼까지도 품질검사를 받도록 규정한 인삼산업법의 관련 규정이 불필요한 행정규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러한 검사는 금산 인삼의 품질 및 브랜드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규제 완화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군 관계자는 ‘황당하다’는 반응.



금산군청 박원규 인삼약초과장은 “1996년 7월 이후 정부가 인삼 생산을 독점한다고 규정했던 인삼전매법이 없어지고 인삼산업법이 제정되면서 일반기업들도 홍삼을 제조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인삼 생산과 관련한 대부분의 규제는 없어진 셈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인삼 재배업자들이 말하는 행정규제가 규제인지 제도개선 사항인지 아리송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지역특구 구상이 나온 직후 ‘녹차특구’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남 보성군의 경우도 혼선을 빚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보성군의 녹차 관련 행정규제 중 대표적인 것이 환경영향평가. 산비탈을 깎아 1ha 이상의 녹차밭을 만들려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들은 산비탈을 깎아서 녹차밭을 조성하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이런 규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TV 화면에 나오는, 산비탈을 타고 드넓게 펼쳐져 있는 녹차밭은 대부분 이러한 환경규제가 생겨나기 전에 조성된 것들.

“모르는 사람들이야 산비탈을 깎아서 녹차밭을 만들면 보기에도 좋고 질 좋은 녹차가 생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산비탈에 조성된 녹차밭은 기계작업이 불가능한 데다 퇴비를 제대로 공급할 수도 없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수확 시기도 훨씬 늦습니다. 그러다 보니 환경영향평가를 받아가면서 산비탈에 녹차밭을 만들 이유가 없는 거죠.”

이 때문에 보성군에서 녹차밭을 조성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지의 논밭과 같은 유휴 경작지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보성군 역시 농민들에게 논밭에 벼 대신 녹찻잎을 재배할 것을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후죽순 ‘지역특구’ 만병통치약?

재정경제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 구상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7대 과제에도 들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자체에서 규제 완화 특구가 누굴 위한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보성군 관계자는 “지역 설명회에 참석해 재경부의 구상을 충분히 들어본 뒤 특구 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어떠한 실익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축제인 ‘춘향제’를 발전시켜 ‘춘향특구’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남원시청 관계자 역시 “일단 남원시 전체를 지역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풀어달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경부가 지역특구 구상을 발표한 뒤 전국 최초로 특구 신청을 하겠다고 나선 전남 완도군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달라 심의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완도군이 특구 지정을 통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밝힌 내용은 이미 관련 부처 차원에서 규제 완화가 검토중인 것들이거나 환경 또는 문화재 관련 규제들이기 때문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완도군은 횡간도 쥬라기공원 조성과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의 이름을 딴 최경주 해변골프장 건립 등을 내세워 해양관광특구 지정을 요청하겠다고 나섰다. 비슷한 형태의 해양관광특구 신청을 검토중인 여수나 고흥에 비해 발빠르게 치고 나온 셈. 완도군의 경우 전체 육지 면적(393km2)의 72.7%인 285.7km2가 수산자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건물의 신·증축 등 기본적 재산권 행사까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해양관광특구 지정을 통해 수산자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 완도군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전국 10개소의 수산자원 보호구역을 올 초부터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재조정하기 위해 이미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1978년 수산자원 보호구역 지정 이후 육지와 바다의 주변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보호구역은 변하지 않고 있어 이미 재검토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누굴 위한 것이냐”

재경부가 지역특화 발전 성공사례로 거론한 전남 장성군의 홍길동 테마파크 조성사업의 경우도 역시 혼선을 빚고 있다. 장성군은 황룡강 주변에 홍길동기념관 등 건축물을 건립하기 위해 지역 환경관리청으로부터 인근 하수종말처리장까지의 오폐수 유입관로 매설을 전제조건으로 허가를 받고 문화관광부의 관광지 지정 승인까지 받아놓은 상태. 장성군 관계자는 “재경부의 지역특구 신청이 필요한 관련 규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지자체들이 특화사업 추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행정규제는 대부분 환경이나 건축 관련 규제들로, 구체적으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나 농지법, 또는 수자원 관련 법률 등의 각종 제한 행위다. 그러나 이들 제한규정을 만든 건설교통부나 농림부가 규제의 근거를 들이대며 규제 완화에 반대할 경우 재경부가 이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인지도 문제다. 게다가 자칫하면 환경 관련 규제만 풀어주는 나쁜 선례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김선배 박사는 “재경부의 지역특구 구상이 자칫하면 꼭 필요한 규제를 풀어주고 실효는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박사는 또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재원에 대한 언급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경부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에도 총리가 직접 나서 각 부처를 설득한 뒤 지역특구를 추진한 사례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 부총리 또는 국무총리의 조정력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7월8일 열린 부산·경남권 설명회에는 이 지역 내 41개 지자체들이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재경부의 지역특구 구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지역경제 발전 구상을 ‘지역특구’라는 이름으로 내놓기도 했다.

우후죽순 ‘지역특구’ 만병통치약?

노무현 대통령(맨 왼쪽)이 6월 지방분권에 관한 ‘대구 구상’을 밝힌 뒤 대구 벤처센터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생선회특구는 이번 지역특구 구상과는 관련이 없는, 단순한 지역특화 전략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해군에서 경남도에 제출한 생선회특구 추진계획은 관내에 대규모 횟집타운을 조성해 지역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에 지나지 않는다. 경남도 관계자는 “생선회특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남해군의 구상은 재경부의 지역특구 계획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생선회를 내세워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재경부가 내놓은 지역특구의 취지에 맞지도 않는 데다 한마디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이야기다.

단순 지역특화 전략이 특구로 둔갑?

‘공룡특구’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경남 고성군의 지역특구 추진계획은 공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골프학교 구상에 지나지 않는다. 고성군은 하일면 자란도 전역에 어린이 골프학교와 어린이 골프장을 만들고 고성군 지역의 초·중등학교에서 골프를 정규과목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경남도에 제출했다. 정식 명칭은 어린이공룡골프교육특구. 경남도 관계자는 “고성이 공룡 화석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 점에 착안해 ‘공룡’을 내세워 관광객을 끌어보겠다는 구상이지만, 정작 어떠한 규제를 완화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초 재경부가 내놓은 지역특화발전특구 구상은 일본의 구조개혁특구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해 각 지자체로부터 400여개의 특구 신청을 받아 지금까지 120개의 특구를 지정한 바 있다. 일본의 특구 중 가장 많은 것은 산학 연계 특구. 주로 산학 연계 활성화와 산업단지 집적화를 위해 외국인 연구요원 특례조항 신설이나 국립대 교원의 겸직 금지 규정 철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항만 공항 등 물류 중심지에 대해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해주는 물류 특구도 많다. 재경부는 ‘등교거부 특구’ ‘와인특구’ 등 독특한 사례들을 주로 인용했지만 특구 지정의 가장 큰 목적은 다른 데에 있다는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재경부의 지역특구 구상을 환영하고 있다.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이 제정되면 그동안 환경부 건교부 문화관광부 등 중앙부처들의 규제 때문에 추진되지 못했던 지역발전 사업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자체에서는 재경부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거나 재경부의 홍보 부족으로 인해 단순한 지역특화 구상이 ‘특구’라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특화발전특구 구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국가균형발전 3대 원칙과 7대 과제에도 들어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 자칫하다가는 ‘기가 막힌’ 특구 구상이 ‘기가 막힌’ 해프닝으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주간동아 394호 (p44~45)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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