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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굿모닝 게이트

‘정대철 쇼크’ 신당에 직격탄

대선자금 논란 버티기 땐 신·구주류 지루한 힘겨루기 가능성 … 구속 땐 창당 급물살 탈 수도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정대철 쇼크’ 신당에 직격탄

‘정대철 쇼크’ 신당에 직격탄

7월11일 의원총회 도중 곤혹스런 표정으로 김근태 의원(왼쪽)과 귀엣말을 나누는 정대철 대표.

‘정대철 쇼크’의 위력은 가공할 수준이었다. 그가 윤창열 굿모닝시티 대표로부터 4억2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고백한 7월11일 이후, 정치권은 ‘시계 제로’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대표를 중심으로 굴러가던 신당 논의도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신당 논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앞으로 며칠은 상황 돌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는 듯했다. 굿모닝시티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정대표의 고백이 있은 직후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은 “나 같으면 당장 (정치를) 그만둔다”는 가시 돋친 발언으로 사실상 정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초선의원은 “정말 신당이 잘되길 바란다면 정대표가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한 핵심당직자도 “정대표가 물러나야 돌파구가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틀 정도 민주당을 지배하던 여론은 이랬다.

그런데 주말을 보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정대표의 ‘버티기 작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토요일인 12일 정대표는 측근 및 변호사들과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받은 돈의 액수를 놓고 ‘횡설수설’하던 정대표가 굿모닝시티로부터 받은 돈을 뇌물이 아닌 ‘신고 안 한 정치자금’으로 정리한 것도 이 무렵. 이해찬 이재정 의원 등 신주류 핵심인사들 사이에서 정대표를 두둔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요일인 13일 밤, 불과 이틀 전 정대표 퇴진론을 거론했던 문실장이 사실상 정대표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날 저녁 서울시내 한 한정식집에서 유인태 정무수석비서관과 함께 정대표를 만난 문실장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자신의 발언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고 정대표는 “정면돌파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세 몰리다 정면돌파로 반전 노려 … 청와대도 일보 후퇴

신당추진위의 한 핵심인사는 “정대표가 대선자금 문제까지 거론하며 거침없이 나오는 것은 여당 대표인 자신마저 검찰조사에서 지켜주지 않은 청와대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김대중 정권 초기 경성사건으로 구속됐던 전례가 정대표를 강경하게 만든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경성사건은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집권 후 단행한 야당 의원 빼오기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짙다. 여당 의원인 정대철을 구속시키자 각종 비리 연루 의혹을 받아온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국민회의로 넘어오지 않았느냐”며 “지금 정대표는 자신이 다시는 그런 식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결의에 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표 주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 나라종금사건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은 전례를 정대표가 원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받은 돈의 성격을 정치자금으로 몰아가 끝내 구속을 피한 안부소장의 전략이 이번에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한마디로 정대표는 지금 3각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고 안 한 정치자금’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 밝힌 돈의 성격을 두고 검찰과 국민 여론을 상대로 기세싸움을 벌이는 한편, 자신을 검찰수사를 받는 상황으로 내몬 의혹이 짙은 청와대를 향해서도 독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 신·구주류 양편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면 ‘정대철 쇼크’ 이후 민주당의 신당 창당 일정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대체로 두 갈래로 향후 정국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느긋하던 신당 일정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신당추진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정대표가 구속될 경우 신당 반대파인 박상천 의원이 대표직을 승계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당무회의의 의사봉을 쥘 경우 신당 창당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대표가 물러날 경우 최고위원회의가 박상천 정균환 이협 의원 등 구주류 중심의 ‘원로회의’가 될 전망이어서 더더욱 분당을 통한 신당 창당이 불가피해진다는 것.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대표가 신당 논의는 물론, 이번 사건에서 파생될 대선자금 논란의 중앙에 버티고 선 가운데 신·구주류가 지루한 힘겨루기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한나라당마저 얽혀 들어 정치권 전체가 무차별적으로 치고받는 난전 양상을 띨 공산도 있다. 민주당 대선자금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 당직자는 “만약 대선자금 문제가 화두가 된다면 우리는 자신 있다. 모은 돈이나 쓴 돈이 한나라당보다 우리가 절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당추진파의 전략가인 이강래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언론에서는 신주류와 구주류의 갈등을 대등한 다툼인 양 보도하지만 실제 7대 3 정도로 신주류가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현역의원만 놓고 보면 신당파가 과반수를 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힘의 우위가 유지될 때 전당대회를 소집해 지도부를 신주류 위주로 전격 교체해 사실상 민주당을 장악하는 적극적인 전략도 구사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대철 쇼크’라는 난기류를 만나 궤도를 벗어난 신당 논의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한편 이번 파문을 통해 청와대의 정무능력이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정대표를 향해 “당장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당사자의 저항에 힘 한번 못 쓰고 주저앉는 무기력, 이런 청와대의 무능은 향후 정국을 꼬이게 하는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394호 (p34~36)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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