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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칼자루 양보 못해?

법무부 정책위 구성 대내외 개혁 의지 표명 … 강도 높은 ‘내부사정’ 대검도 발빠른 대응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검찰개혁 칼자루 양보 못해?

검찰개혁 칼자루 양보 못해?

대검이 최근 추진중인 ‘감찰 기능 현실화’와 ‘검찰개혁자문위원회’가 법무부의 검찰개혁을 의식한 일련의 적극적 대응책이라는 법조계의 해석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와 대검찰청(이하 대검) 사이에 검찰개혁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법조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법무부가 최근 검찰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자 이에 질세라 대검이 비슷한 취지의 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두 기관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법조계 일각에서는 “두 기관이 검찰개혁 방향과 관련, 알력이 심하고 긴장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형식 논리로 본다면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주체고, 검찰은 개혁 ‘대상’이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을 지휘, 감독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검이 스스로 제 살을 깎는 개혁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법무부의 검찰개혁 강도를 낮추기 위한 고육책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5월20일 법무부가 정식으로 발족한 개혁 별동대인 법무정책위원회와 그 실무팀인 법무정책기획단. 법무정책위원회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그동안 검찰개혁을 강력히 주장해온 안경환 서울대 법대 학장과 협의해 위원을 선임했다는 후문. 위원 가운데는 언론계 인사뿐 아니라 검찰 권력에 대한 제한을 주장해온 참여연대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어 검찰을 긴장시키고 있다(표 참조).



강장관의 검찰개혁 구상은 위원회 구성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다는 평가.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와 참여’를 위한 방안 마련이 개혁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위원 가운데는 ‘선출되지 않은’ 검찰 권력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 검찰개혁이 검찰 내부의 논리에 의해 좌절되는 것만큼은 막아보겠다는 강장관의 의지가 분명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검찰 권력 비판 인사 다수 포함



이에 대응해 대검은 ‘자체감찰 기능 강화’ 카드를 내놓았다. 또 외부인사들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위원회(가칭)’를 구성해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검은 현재 강도 높은 ‘내부사정’을 진행하고 있다. 2001년 춘천지검 영월지청 검사들의 강원랜드 카지노 호텔 무료 숙박 의혹, 서울 용산 안마시술소 업주 박모씨(일명 ‘오다리’)와 통화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뿐만 아니라 그동안 1년에 1건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검사의 징계위원회 회부 횟수가 송광수 검찰총장 취임 이후 이미 회부 2건, 경고조치 1건에 달할 정도로 검찰의 내부사정 의지는 강하다.

이에 대해 검찰 내·외부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검찰 외부에서는 송총장의 내부 자정 의지가 가시화하고 있다면서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던 검찰이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절대적인 것.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검찰개혁안에 ‘물을 타기’ 위해 검찰 고위층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검찰개혁 방안이 나올 때마다 거론됐던 ‘대검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 같은 개혁의 창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감찰을 주도하고 있는 신종대 대검 감찰1과장은 “언론이 엠바고를 깨는 바람에 시끄러워졌지 통상적인 감찰활동에 지나지 않는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강장관이 사석에서 “요즘 서초동 왜 그래요?”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검찰의 자체 감찰은 검찰 안팎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개혁 칼자루 양보 못해?

1997년 한보사건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을 지낸 이훈규 검사(가운데)가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대검이 구성한 검찰개혁위원회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대검은 김일수 고려대 법대 교수 등 각계 인사 16명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6월 초부터 가동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월 말부터 준비해온 위원회 구성은 상당한 곡절을 겪었다는 후문. 대검의 제의에 응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을 뿐 아니라 법무부의 법무정책위원회와 기능이 겹치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시각도 있었기 때문.

이 때문에 대검이 위원회 구성을 밀어붙이는 것은 강장관이 취임 초부터 준비해온 정책위원회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수 대검 공보관은 “법무부의 정책위원회가 법조 전반의 개혁, 즉 법원과 교정, 그리고 출입국 관리까지 포괄한다면 대검은 검찰 수사 관련 사항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법무부-대검 개혁 주도권 물밑경쟁설을 일축했다.

현재 법무부의 검찰개혁 방안 마련 작업은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다. 5월20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정책위원들은 “법무부가 법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놀라워했다. 위원들은 ‘검찰의 기소독점권’이나 ‘검사동일체 원칙’의 개선 등 성역 없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배종대 위원(고려대 법대 학장)은 “과거 사법개혁위원회 같은 허울뿐인 위원회라면 애당초 참여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과를 자신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법무부 정책위원회와 기획단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와 대검이 경쟁적으로 검찰개혁 의지를 보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반응. 아무리 법무부가 훌륭한 개혁방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검찰이 현장에서 이를 무시하면 검찰 개혁 효과는 반감하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국민을 위한 검찰로 태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387호 (p38~39)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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