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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인터넷서도 “명품 팔아요”

대중화·고급화 가속 ‘불황은 남의 일’ … 중고품 거래 ‘세컨드 핸드’ 시장도 확산 추세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도매시장·인터넷서도 “명품 팔아요”

도매시장·인터넷서도 “명품 팔아요”

도매시장에서도 불경기 타개책으로 명품 판매붐이 일고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입구, 최근 ‘최초의 명품 아웃렛’으로 대대적인 광고전을 펴고 있는 ‘하이티파니’ 샘플하우스(분양사무실) 안. 평일 오전인데도 투자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이 10여개의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다.

“최초의 명품 아웃렛이란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거죠. 명동에 오는 젊은 사람들 보세요. 가짜 (명품) 든 사람 많지요? 값만 좀 싸진다면 언제든 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잠재적 구매층입니다.”

하이티파니를 분양하는 ㈜월드인월드 개발사업부 정영주 이사의 설명이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사치품, 이른바 명품 ‘재고’를 6개월~1년 정도 시차를 두고 절반 가격에 판매하면 20대 소비자들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이티파니는 전체 지하 2층, 지상 11층 건물의 5~7층 3개 층에 350개의 명품 아웃렛 매장을 만들어 2005년 개점할 예정이며 이보다 앞선 내년 3월 청담동에 아웃렛 매장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하이티파니가 명품관 중심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찾은 일종의 ‘대안’이라는 것. 정이사는 “명품의 판매율이 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 패션 시장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4~26세 여성들 주 공략 타깃



실제로 전체 백화점에서 잡화가 -13.4%, 남성복이 -16%의 매출을 기록한 지난 4월, 명품은 단 1.7%만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이 집중적으로 팔리는 강남은 이와도 무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스로 일본 관광객이 거의 없어 롯데백화점이 장사를 못했다. 롯데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그것이 반영된 것일 뿐 현대 압구정점이나 무역센터의 명품숍들은 작년과 같은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통 도매상권의 대형 의류 쇼핑몰들도 앞다퉈 리뉴얼을 거쳐 ‘명품관’을 개장하고 있어 전체 명품 판매량은 오히려 크게 늘고 있다.

동대문 상권의 대형 쇼핑몰인 ‘두타’ ‘프레야’가 명품 잡화 매장을 ‘명품관’으로 확장했고, 명동의 ‘아바타’도 4월 초 1층에 인테리어를 고급화해 명품관을 개장했다.

아바타 홍보팀의 권병준씨는 “대형 쇼핑몰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명품 매장을 열었는데 성공적”이라며 “주고객은 명품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24~26세 여성들”이라고 밝혔다.

명품관은 다른 층만큼 북적거리진 않았지만 한 명품관 판매사원은 “단가가 비싸서 1~2개만 팔아도 1만원짜리 티셔츠를 하루종일 파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도매시장·인터넷서도 “명품 팔아요”

최근 명품관을 새로 개장한 서울 명동의 대형 패션몰. 서울 압구정동의 중고 명품점. 명품 판매가 늘면서 중고품 유통 규모도 커졌다(왼쪽부터).

50개이던 명품 잡화 매장을 최근 100개로 늘리고, 신발·가방 중심이던 판매품목을 의류로 확대한 두타의 경우 명품 구매층이 ‘경제력 있는 20~30대’에서 10대 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두타 명품관 역시 단골을 제외하면 명품을 처음 접하는 젊은 손님들이 많아 버버리, 구찌, 페라가모, 폴로처럼 대중화된 브랜드가 인기가 있다. 특히 이곳에서 팔리는 버버리 물량은 수입업자의 국내 공급 규모에서 5위 안에 들 만큼 많다고 한다.

도매시장뿐 아니라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버버리나 프라다 같은 명품을 판매하고 인터넷 쇼핑몰들도 앞다퉈 명품관을 개장하고 있다. 삼성몰측은 “인터넷상의 명품 판매도 경쟁이 심해져 지난 3월부터는 삼성분당플라자 명품 매장과 온라인을 연계하는 새로운 차원의 명품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등 직영매장이 아닌 도매시장이나 인터넷에서 팔리는 명품은 ‘보따리 수입’된 것들도 있지만 1995년 이후에는 대개 ‘병행수입’이란 제도를 통해 제삼자가 외국의 딜러로부터 사온 물건들이다. 이들 상품은 즉 진품이지만 유통과정이나 판매마진을 줄여 백화점보다 10~30% 정도 싸게 팔고, 재고의 경우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처럼 가격이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는 ‘진품’인지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타 홍보실의 전창수 과장은 “우리도 그 점에 특별히 주의한다. 일종의 판매감시원들을 상주시키고 가짜를 팔다 적발되면 폐점시키는 등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 전문 컨설팅업체인 엠피아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은 전체 의류 잡화 시장(18조5000억원)의 5.2%인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패션 시장이 일본의 그것을 따라간다고 보면 앞으로 1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엠피아이의 최현호 이사는 “요즘 웬만한 여성은 명품 가방이나 구두 하나쯤 갖고 있다. ‘명품의 일반화’는 이미 대세다. 게다가 경기도 타지 않고 반품도 적어 도매시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욕심낼 만하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서 개인무역업자까지 수입상도 늘고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명품이 일반화하면 차별화에 대한 욕구도 강해지게 마련이다.

“명품 시장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에 45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이중 최고가로 꼽히는 두 개 브랜드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명품의 일반화’와 ‘명품의 양극화’ 현상을 가장 실감나게 하는 것이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고 명품점들이다. 말 그대로 쓰던 중고 명품들을 위탁판매하는 가게들인데 8년 전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 상가에 처음 선을 보이더니 최근 20곳 가까이로 늘었다.

1년 전 이곳에 문을 연 ‘뉴욕명품’의 김민지 사장은 “주로 강남 사람들이나 연예인들이 명품을 팔러 오는데 강남 일대에서뿐 아니라 지방에서까지 사러 온다. 상태가 좋으면 대개 구입가의 50%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는데 우리는 10%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더 좋은 명품을 사려고’ 갖고 있던 명품을 처분한다. 남성 시계와 여성용 가방을 팔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다는 한 여성(43)은 “젊은 애들까지 다 들고 다녀 이젠 영 들고 다니기 뭣하다. 남편도 더 좋은 시계를 사서 전에 산 것은 안 차더라”고 말했다.

5월25일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중고 명품시계 경매를 실시한 ㈜서울옥션의 조정용 총괄팀장은 “일본에서는 최고급 백화점에서 정기적으로 중고품 경매를 한다.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세컨드핸드 시장도 급속히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소수 고객 판매, 물품의 희귀성 등을 자랑했던 명품은 이제 주요 백화점에서 팔리는 브랜드만 120개가 넘고, 도매시장과 할인판매점은 물론이고 아파트 상가 중고 판매점 진열대에서까지 너무나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상품’이 아니라 ‘이미지’를 팔기 위해 엄청난 홍보비를 쓰고 있는 명품브랜드로서는 명동이나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오리지널’을 판다는 게 영 달갑지 않다. 더구나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던 명품회사의 한국법인들은 도매시장의 도전에 위기를 느낄 만도 하다.

대표적인 명품 중 하나인 P의 경우 지난해 유일하게 백화점 등 직영매장을 통한 매출이 줄어든 명품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도매시장과 인터넷 등에서 너무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바람에 정작 돈 많은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마케팅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구찌코리아의 영업관리 담당자는 “이태원처럼 가짜를 파는 게 아니라 병행수입을 통해 들어오는 물건을 팔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은 없지만,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기적으로 물건을 사서 밀라노로 보내 진품인지를 검사하고 있으며 매장 디스플레이에 구찌 로고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명품 이미지를 지키고 명품을 대중화하려면 다른 유통업자를 견제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이름값’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300만~400만원짜리 옷을 팔면서 자체 서비스센터 하나 없어 수선집에 보내고,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팔면서 정품 시계고리가 없어 철물점에서 만든 가짜를 돈 받고 ‘서비스’해서야 시장 물건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소비심리를 왜곡하는 명품이란 말을 ‘사치품’ 혹은 ‘고가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불경기 속에서도 그나마 명품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이지만, 이러한 명품의 대중화 현상이 지난 1년 사이 33%가 늘어나 114만명을 넘어선 20대 여성 신용불량자 숫자와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주간동아 387호 (p26~28)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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