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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 2라운드는 ‘전송권’

저작권협회 “파일 불법 전송 권리 침해” … 소리바다 “기술적으로 어려울 땐 예외 인정”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소리바다 2라운드는 ‘전송권’

소리바다 2라운드는 ‘전송권’

소리바다에 대한 음반협회의 고소가 공소기각됨으로써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국판 냅스터 사건’으로 불리며 2년 넘게 법정공방을 벌여왔던 소리바다 사건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법원이 소리바다 사건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림으로써 음반협회와 소리바다측의 공방은 아무런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2라운드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검찰은 판결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공소기각 판결에 대해서는 음반협회와 소리바다측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소리바다측은 법원이 사실상 무죄라는 판단을 내려놓고도 공소기각이라는 방식으로 ‘핵심을 비껴갔다’고 보고 있다. 소리바다측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태평양 류광현 변호사는 “이용자들에게 특정한 음악파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알려주는 냅스터와 달리, 온라인상에 어떤 이용자들이 있는지만 알려주는 소리바다와 같은 P2P(Peer-to-Peer File Sharing·일대일 파일공유) 서비스 운영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냅스터 사건과 소리바다 사건은 본질부터가 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측은 법원이 공소장에 일시, 장소 등을 적시하지 않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공소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 내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지검 정진석 전문부장은 “설령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한이 있더라도 디지털 저작권 분야에서 새로운 판례를 기대했는데 공소기각이라는 법원의 판결은 형사소송 사건에 판례를 하나 추가한 데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공소기각 판결 양측 모두 불만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번 판결 이후다. 원점으로 돌아간 이번 소리바다 판결보다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오히려 이번 사건의 고소인인 음반협회가 아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저작권협회)가 소리바다를 상대로 낸 1억3000여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이라는 게 디지털 저작권을 다루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작권협회는 지난해 8월 소리바다가 음악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운영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이 재판은 아직 1차 공판 기일도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5월15일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은 ‘소리바다 1.0’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재판 결과 설령 소리바다를 개발한 양일환씨 형제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고 하더라도 정작 지난해 7월부터 서비스를 중단한 ‘소리바다 1.0’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별도의 조치는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저작권협회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송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둘러싸고 벌어질 법적공방 때문이다. 2000년 개정된 저작권법에는 ‘전송권’이라는 개념이 새로 도입된 바 있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콘텐츠가 교환되는 변화된 현실에 맞춰 기존의 저작권이나 배포권 이외에 ‘전송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 지난 2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음반업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리바다에 대한 음반복제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린 바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음반제작자의 권리인 복제권 침해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수많은 네티즌에 책임 물을 수도



따라서 전송권이라는 개념은 디지털 저작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진일보한 조치임이 틀림없다. 이번에 공소가 기각된 음반협회가 전송권의 당사자냐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았다. 소리바다측은 음반협회 같은 제작·유통업자는 전송권에 관한 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으나 검찰측은 음반협회 같은 인접저작권자도 전송권의 당사자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내세워왔다.

그러나 소리바다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저작권협회만큼은 전송권 문제에 관한 한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원저작권자인 가수나 작곡가가 협회와 권리신탁계약을 맺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 아직 1차 공판도 시작하지 못한 이 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작권협회측의 박구진 변호사는 “형사소송건의 공소기각 판결이 민사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소리바다측이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교사 내지는 방조한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소리바다 2라운드는 ‘전송권’

냅스터에 대한 폐쇄 명령 이후 법망을 피해 메인 서버를 거치지 않는 P2P 방식의 파일공유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소리바다 개발자인 양일환씨 형제의 ‘소리바다 2.0’ 역시 그런 경우.

소리바다 사건의 전개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의 음악파일 공유프로그램의 전철을 밟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냅스터’는 2001년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음반업체와 MP3 운영자와의 싸움은 음반업체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진일보한 파일공유시스템이 나왔다. 메인 서버를 이용하지 않는 P2P 방식의 음악파일 공유시스템이 선을 보인 것이다. 소리바다 역시 법원이 자신들에 대한 음반복제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자 서비스를 중단하고 슈퍼피어 방식을 이용한 소리바다 2.0 베타버전을 선보였다.

결국 미 연방법원은 지난 4월 네티즌들이 P2P 방식으로 음악을 복제할 때 사용하는 ‘그록스터’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 판결의 요지는 미 음반산업협회에 의해 불법복제 혐의로 제소된 인터넷 파일교환 서비스업체 ‘그록스터’와 ‘스트림캐스트 네트워크’가 이용자들의 파일교환 행태를 통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불법복제 책임이 없다는 것. 그록스터는 냅스터처럼 메인 서버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산된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자들끼리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데 대해서 업체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판결 요지였다. 결국 이 같은 판결은 비슷한 형태의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프로그램인 ‘카자’ 등 유사 케이스에 대한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법원 판결의 핵심은 이용자들이 P2P 방식으로 음악파일을 주고받는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시스템 운영자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소리바다측의 류광현 변호사는 “우리 저작권법에도 시스템 운영자가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기술적으로 통제, 관리할 수 없을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리바다에 대한 저작권협회의 손해배상소송 역시 유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음반제조업자들은 이러한 미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소리바다와 같은 시스템 운영자들이 사실상 음악파일 공유사이트를 이용해 각종 영리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음반업체들은 음악파일의 불법 전송에 대해서도 시스템 운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개별 이용자들, 즉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판이다. 실제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세계 주요 음반회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불법복제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네티즌들의 컴퓨터와 인터넷망을 공격하는 소프트웨어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이 비밀리에 개발한 소프트웨어 중 일부는 음악파일을 다운 받으려는 네티즌을 찾아내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 시스템을 최대 몇 시간까지 마비시키거나 무작위로 음악파일 이용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검색해 불법 음악파일을 골라 삭제하는 등 ‘공격적’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보안업체들이 디지털 콘텐츠 보호를 위한 워터마킹(디지털 저작물에 눈에 띄지 않는 기호를 삽입해 불법복제를 막는 기술) 등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일부 음반업체들이 DRM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음반업체건 소비자건 지불해야 할 비용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 소리바다의 공소기각 판결을 계기로 음반업체들은 지금까지보다 더 심각한 이중 삼중의 딜레마에 빠져버린 셈이다.



주간동아 387호 (p24~25)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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