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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노무현이 헷갈려!

경제 살리고 기강 잡고…

‘청해대 구상’ 국정 시스템 보강에 초점 … 책임총리제 강화·‘우향우’ 행보 수위 조절 가능성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경제 살리고 기강 잡고…

”대통령직을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

5월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입에 올린 이 말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다수 언론은 이를 1면 머릿기사로 다루었고 국민들은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돼 터져 나온 대통령의 신세한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상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대통령이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한 것은 오래 전부터라고 한다. 노대통령은 방미 전 사업을 하는 고교 동창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학창시절부터 허물없이 지낸 이 친구에게 노대통령은 “밖에서 보면 대통령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와서 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속마음를 열어 보였다고 한다. 노대통령 주변인사들은 “본인은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평가가 좋지 않아 울적할 때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한 인사는 “지도자는 홀로 울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신세한탄을 때와 장소를 가려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타래처럼 꼬인 정국 해법 찾기에 지친 노대통령이 2박3일 청해대 휴가를 떠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현안에서 한발 물러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100일 맞아 위기 정국 타개책 직접 공개 검토

여권 한 관계자는 5월25일 노대통령의 ‘청해대 구상’과 관련, “특단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정국을 풀 수 있는 왕도(王道)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대통령의 원칙과 명분을 재확인하는 게 청해대 구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단 ‘방향은 맞다’는 판단에 따라 경제 살리기와 사회기강 확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전술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번째가 시스템의 보강. 노대통령은 청해대에서 시스템과 매뉴얼에 의한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했다는 후문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국정기조는 유지하되 각종 이익집단의 집단행동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노대통령의 소신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한 인사는 “최근 국정혼란의 핵심은 시스템 부재에서 출발했고, 이를 어떻게 보완하느냐 하는 것이 노대통령의 고민이었다”고 말해 청해대 구상의 일단을 시사했다.

시스템 기능의 보강과 관련, 여권 한 고위 관계자는 책임총리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노대통령은 중·장기적 국정과제를 맡고, 고건 총리는 일상적 내각업무를 전담하는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책임총리제는 시스템을 통한 국정운영이라는 노대통령의 소신과 일치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 일부 부처에서 이와 관련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지지그룹의 대거 이탈을 부른 ‘우향우’ 행보에 대한 수위와 완급을 조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핵심측근인 청와대 비서관들마저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향우 행보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 신주류 인사들이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것.

그러나 ‘노무현식’ 국정운영이 강화될 것이란 예상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선보인 운동권 방식과 시민단체적 사고로는 사회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잖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6월4일 취임 100일을 맞아 노대통령이 위기정국 타개책을 직접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노대통령이 위기를 타개할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낼 수 있을까.



주간동아 387호 (p18~18)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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