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5

2003.05.22

거참, 볼수록 신기하고 새롭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05-14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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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참, 볼수록 신기하고 새롭네

    신기한 리모컨 ‘가차컨’과 필립스가 개발한 무전력 라디오 ‘AE-1000’.완벽한 먹이사슬을 보여주는 작은 어항 에코 스피어(왼쪽부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미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이 사는 사람과 사는 게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사람.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의 삶이 호기심과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 5월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제품과 함께하는 얼리어답터(Early-adopter) 전’은 바로 이런 이들을 위한 전시회다.

    이곳엔 허공에 떠서 돌아다니는 공중부양 팽이,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레인보우 메이커, 사이버 물고기를 키우는 어항 뮤츠 등 사는 게 즐거운 사람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색 물건들이 가득하다.

    “세상에 이런 물건도 있었어?”라는 경탄을 자아내는 전시품들은 얼리어답터들이 국내외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발굴해낸 ‘세계 최초의’ 아이디어 제품들. 2001년 8월부터 얼리어답터 사이트(www.earlyadopter.co.kr)를 통해 소개된 500여개의 물건들 중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것들만 따로 모은 것이다. 전시품들은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물건’이라는 컨셉에 맞게 하나하나가 색다르다.

    세계 최초 아이디어 제품 총집결

    일본 메이와 전기의 새로운 리모컨 ‘가차컨’을 보자. 겉모습으로는 용도조차 파악할 수 없는 이 엉뚱한 리모컨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최근 세태에 반기를 드는, 발칙하기까지 한 물건이다. 구식 TV에서 손잡이 부분만 떼어 붙인 것 같은 돌림판, 전원을 켜고 끄는 역할을 하는 작은 스위치가 제품의 전부. 이 리모컨으로 채널을 찾으려면 돌림판을 찰칵찰칵 돌려야 하고(‘가차컨’의 ‘가차’는 ‘찰칵’의 일본어 의성어다) 음량은 그 아래 작은 전원 스위치를 돌려 수동으로 맞춰야 한다. 표시할 수 있는 채널은 1부터 12까지 딱 열두 개뿐이라 채널이 수십개에 이르는 요즘의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은 볼 수조차 없다. 그러나 이 복잡하고 다루기 귀찮은 물건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현대인들에게 ‘반란’의 기쁨을 준다.



    필립스가 개발한 무전력 라디오 AE-1000은 가차컨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튼튼하게 생긴 이 라디오를 움직이는 것은 건전지가 아닌 사람의 힘. 전면에 달린 레버를 1분간 열심히 돌리면 이 기계는 30분 동안 AM/ FM 라디오를 들려준다. 아프리카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이 제품은 홍수나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은 지역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거참, 볼수록 신기하고 새롭네

    사이버 물고기를 키우는 어항 뮤츠, 방송 녹화 및 재생, MP3 플레이어 기능까지 갖춘 샤프의 휴대용 AV 플레이어, 폭스바겐 자동차 비틀의 모양을 한 귀여운 CD 플레이어(위부터).

    물론 ‘최첨단’을 달리는 이색적인 물건도 있다. 지갑에 들어갈 만큼 작은 크기의 디지털 카메라 ‘엑실림’은 가로 88mm, 세로 55mm에 무게는 85g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메라. 우주선이나 바닷물 속에서 중력과 무관하게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스페이스 펜’도 있다.

    작은 어항 안에 붉은 새우 세 마리와 작은 조약돌, 해조류, 바닷물을 담아놓은 ‘에코 스피어’는 약간의 햇빛만 있으면 완벽한 먹이사슬을 만들어내는 신기한 구조의 장난감.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이 물건은 광합성을 통해 자라난 해조류가 새우에게 먹이와 산소를 공급하고, 이를 먹고 자라난 새우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박테리아를 서식하게 하며, 박테리아가 만드는 무기영양소가 해조류를 다시 자라게 하는 균형 잡힌 먹이사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주 비행선 안에서 오랫동안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했다는 이 물건은 ‘생명의 힘’을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의 수집품이 됐다.

    알람 시간이 되면 권총 찬 허리를 이리저리 틀면서 머리에서 번쩍번쩍 빛을 쏘는, 어떤 잠꾸러기라도 깨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로봇형 알람시계 ‘로비’와 태엽을 감아두면 제 시간에 부르르 몸을 떠는 ‘뉴욕 벌레’, 찌개 끓일 때 국물이 안 넘치도록 하는 ‘돼지 뚜껑’과 연인끼리 손을 마주 잡은 채 만지면 소리가 나는 ‘러브테스터’ 등 발랄한 상상력으로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물건들도 많다.

    이 물건들을 모으고 전시한 얼리어답터 최문규 대표는 “새롭고 신기한 물건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뿐 아니라 미래의 트렌드까지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회는 많은 이들에게 상상력과 호기심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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