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5

2003.05.22

‘투란도트’ 공연의 숨은 ‘일등 공신’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05-14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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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란도트’ 공연의 숨은 ‘일등 공신’
    5월8일부터 4일간 성대하게 무대에 오른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의 주역은 누구일까. 공연을 기획한 장이모 감독? 주연을 맡은 성악가들? 세트 공사를 담당한 스태프진? 이들 못지않게 공연의 원활한 진행에 기여한 숨은 공신이 있다. 상암파출소 김춘옥 소장(42)이 그 주인공.

    김소장은 2월19일 상암파출소에 부임한 이후 관할구역인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의 치안을 담당해왔다. 그는 공연 계획이 잡힌 당시부터 매일 오전 월드컵경기장에 들러 공연장의 공사 진척 사항을 확인해왔고, 공연중에는 수만명의 입장객이 불편 없이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도록 경비 태세를 강화했다. 조용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연을 도운 그가 있었기에 ‘투란도트’ 공연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김소장은 여자 파출소장이란 이유로 부임 때부터 주변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현재 서울 시내에 근무하는 4명의 여자 파출소장 중 한 명이다. 1983년 동대문경찰서 정보계 순경으로 출발해 올해로 꼭 20년째 경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엄마’ 같은 포용적 리더십으로 파출소 식구들과 관내 주민을 성실히 대하면서 ‘여자 파출소장이 잘 해내겠냐’는 편견을 보란듯이 깨고 있다. 사실 그가 상암파출소장을 맡게 된 것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상암동 지역은 ‘평화’의 이미지를 가진 여성 파출소장이 담당하는 게 좋겠다는 주변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기 때문. 사람들의 기대 속에 맡게 된 직책인 만큼 김소장의 어깨는 무겁다.

    ‘투란도트’ 공연이 끝나도 김소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월드컵경기장과 60만평에 이르는 월드컵공원을 일일이 걸어다니며 순찰한다. 파출소의 후배 경찰들이 세 시간씩 지치지도 않고 도보로 순찰하는 김소장의 체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근 김소장의 주된 관심사는 월드컵경기장에 새롭게 들어선 웨딩홀, 영화관, 대형 마트 등의 치안 관리다. 월드컵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점은 없는지 귀 기울이고 이곳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꼬박꼬박 점검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일과가 됐다.

    여성 파출소장으로서 그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부분도 많다. 김소장은 순찰을 돌며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거리에 떨어진 ‘음란 전단지’를 일일이 수거한다. 어린 학생들이 불건전한 매체에 노출돼선 안 된다는 배려에서다. 뿐만 아니라 독거노인을 방문해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자비로 떡을 해 돌리는 선행도 베풀고 있다.



    “상암동은 한국인들에게 가슴 터질 듯한 감동과 행복을 전했던 역사적 장소입니다. 소중한 기억이 오래 간직될 수 있도록 상암파출소장으로서 이 지역의 치안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여전히 당찬 그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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