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4

2003.03.06

정치인들, 슬픔의 대구로… 대구로…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2-28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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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들, 슬픔의 대구로… 대구로…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는 노무현 대통령(위쪽)과 사고 현장을 둘러보는 한나라당 관계자들.

    2월18일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뒤 많은 정치인들이 참사 현장을 찾았는데이들의 ‘조문정치’가 눈길을 끌었다.

    이 지역이 텃밭인 한나라당은 사고 현장에 자원봉사 부스를 설치했다. 이 부스를 지키던 강재섭 의원은 2월19일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실종자 가족들의 억울함을 달래주어야 하니 휴대폰 위치추적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사고 희생자와 단순 실종자를 가리는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는 휴대폰 위치추적에 대해 휴대폰 업체들이 “본인 동의 없는 위치추적은 법 위반”이라며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휴대폰 업체들이 강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치추적 작업을 한 결과 380여건의 실종신고 중 4분의 1 정도는 최종 휴대폰 위치가 중앙로역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월22일 강의원은 대구공항으로 가서 서청원 전 대표를 사고 현장까지 안내했다. 차기 당권 도전설이 나오는 두 사람의 ‘승용차 내 독대’는 주변의 관심을 끌었다.

    2월20일 당선자 신분으로 대구를 찾은 노무현 대통령도 ‘변호사 출신’다운 해법을 즉석에서 제시해 실종자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실종자 인정 문제에 대해선 행정기관에만 맡기지 않고 전직 경찰, 변호사, 시민이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최종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 실종자 가족들은 노대통령이 분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등 노대통령에게 호의를 보였다. 노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구민심 수습’에 대한 건의를 받았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대구 출신 이정우 간사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3일 뒤 이간사는 정책실장으로 확정됐다.

    대통령선거 직후 다리수술을 한 한인옥 여사는 2월22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미국에 체류중인 이회창 전 후보가 한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불편한 몸이지만 대구에 내려가서 시민들을 위로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전 후보는 20일 한나라당 사고대책위에 위로전화를 했다.



    1990년대 중반 광주 정무부시장 재직시절부터 대구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영·호남 화합행사를 자주 열어온 민주당 김태홍 의원(광주 북을)은 2월23일 광주시민 50여명과 함께 대구를 찾아 유족들에게 성금과 위문품을 전달했다.

    그러나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난처한 입장에 처한 정치인들도 나왔다. 한나라당 울산 울주군 지구당(위원장 권기술 의원)이 2월21일 ‘예정대로’ 주민 2000여명을 불러 술과 음식을 곁들인 ‘잔치판’을 벌인 바람에 빈축을 산 것. ‘대구사고 대책 마련’이 주요 안건인 2월1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 도중 민주당 의원들은 “다른 일정이 있다”며 전원 자리를 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럴 수 있느냐”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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