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9

2003.01.23

“철새의원 낙천시켜라”

한나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들 영입파에 맹공 … 계보·지역별로 끼리끼리 ‘핵분열’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1-17 10: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철새의원 낙천시켜라”

    2003년 1월9일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가운데 열린 한나라당 개혁특위 워크숍. 1월7일 개혁특위 워크숍에 참석한 의원들(아래).

    한나라당은 지금 핵분열 중이다. 국회의원, 원외지구당 위원장, 당직자들이 계보별, 성향별, 지역별, 소속부서별로 별도 모임을 결성하고 있다. “의사 개진 통로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당내 여러 조직이 ‘이익단체화’하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현재 한나라당에서 일고 있는 ‘해체바람’이 ‘헤쳐 모여’가 될지, ‘그대로 헤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당내 파열음은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특정 의원 공천 배제 주장 ‘이번이 처음’

    한나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 40여명은 1월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중회의실에 모였다. 원외위원장의 대표격인 홍문표 제2사무부총장은 1월11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을 공개했다. 참석자들은 현 정권 부정부패 청산과 정책정당으로의 전환을 당 지도부와 개혁특위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파란을 예고하는 발언은 그 다음 토론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한 위원장이 전용학 의원이 당내 개혁특위 위원으로 선정된 점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선거 직전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철새 성향 의원은 개혁특위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대부분의 위원장들이 이 문제제기에 공감해, 회의 참석자들은 전의원의 개혁특위 위원 선임을 취소해줄 것을 당 지도부와 개혁특위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논의는 이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홍부총장은 “대선 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구태정치’ ‘철새정치’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이 앞으로 당직을 맡거나 17대 총선(2004년 4월) 때 공천을 받으면 당 개혁의 의미는 흐려질 것이라는 게 이날 모임에 참석한 원외위원장들의 뜻”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온 현역 의원들의 공천을 막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특정 현역 의원 그룹에 대한 공천 제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외위원장 모임이 주장한 ‘정책정당론’은 미래연대의 ‘원내정당론’과 각을 세우는 것이다. “‘원내’라는 말을 빼달라”는 주문이다. 원외위원장들은 이러한 주장들이 다음주까지 관철되지 않으면 전국 원외위원장 모임을 열어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04명 선인 원외위원장들이 결집하면 수적으로 당내 최대 모임이 된다. 이들은 사실상 세력화에 나선 셈이다.



    1월8일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 380여명은 사무처협의회를 창립했다. 사무처 한 관계자는 “사무처 의사도 개혁특위에 전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부 부대변인, 원내·외 위원장은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는 ‘통합개혁포럼’을 결성했다. 여성의원 6명 등 한나라당 선대위 소속이었던 여성인사 30여명은 ‘여성개혁연대’를 만들었다. 초·재선 의원과 원외지구당 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 재선·3선 의원 모임인 ‘희망연대’에 이어 최근엔 ‘국민 속으로’라는 또 다른 개혁성향 의원 모임이 탄생했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기자에게 “호남 위원장 등 김덕룡 의원 계보 의원·위원장들의 결집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속으로’ 한 인사가 “민정계는 마피아”라고 ‘폭탄선언’한 것이 계기가 되어 최근엔 보수성향 의원들이 잇따라 모임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80여명에 이른다. 김용갑 의원 주도의 ‘안보모임’은 대표적 보수파 의원들의 모임. 영남지역 한 의원은 “역풍을 우려해 이름이 붙는 별도 모임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올 들어 성향이 비슷한 의원들과 자주 회동을 하며 서로의 의견을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모임에서 나오는 일관된 목소리는 “아직은 전열 정비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 한나라당 인사들도 수개월 뒤의 한나라당 운명을 예견하지 못한다. 한 당직자는 기자에게 “‘조직 간에 정말 박터지게 세게 붙어야 한나라당이 제대로 개혁된다’는 얘기도 있고, 반대로 ‘당내 갈등을 이대로 방관했다가는 당이 두 동강 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