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미술관장 하종현씨
사실 서울시립미술관 표류의 근본 원인은 서울시가 미술관을 직접 운영하려 하는 데 있다. 자연히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3년 전에 90억원이 넘는 예산이 책정되어 화려하게 시작된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디어-시티 서울’ 행사는 2회째인 지난해에는 예산이 6억원으로 대폭 축소돼 초라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직을 지나치게 홀대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사(큐레이터)는 모두 3명. 부산시립미술관이 8명, 국립현대미술관이 11명인 데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규모다. 그나마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사들은 모두 계약직이라 당장 2월의 재계약 여부를 걱정하고 있는 처지다. 한 사람의 큐레이터가 기획전시를 할 정도의 안목을 키우려면 최소 5년이 걸리는데 이같이 단기적인 방식의 미술관 운영으로는 좋은 기획전시나 작품구입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김달진 미술연구소 김달진 소장은 “문화기관의 운영은 전문가에게 일임하고 행정가들은 이를 지원해야 하는데 거꾸로 되어 있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369호 (p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