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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무술감독 정두홍의 액션스쿨

연예인 몸 만들기 내게 맡겨라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연예인 몸 만들기 내게 맡겨라

연예인 몸 만들기 내게 맡겨라
2월중 국내 극장가에 걸릴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알리’는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생애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알리 역을 맡은 이는 ‘맨 인 블랙’ ‘인디펜던스 데이’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잘 알려진 흑인 배우 윌 스미스. 좀 마른 듯한 체격에 입담 좋고 시종 촐싹거리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캐스팅이 좀 의외로 느껴질 법하다.

그런데 미국에서 벌써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윌 스미스는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윌 스미스는 영화 촬영에 앞서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가 되기 위해 몸무게를 16kg이나 늘리고, 운동선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 갖가지 운동에다 모래자루를 차고 산을 오르내렸다는 것. 이런 노력 탓인지 알리가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권투시합 장면에서, 전설처럼 전해오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의 실체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역시 왕년에 영화 ‘성난 황소’에서 주인공 역을 소화하기 위해 몸무게를 무려 27kg이나 늘린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연기자에게 필요한 것이 꼭 연기력과 수려한 외모만은 아닌 듯하다.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선 ‘몸 만드는’ 실력도 갖춰야 하는 것.

할리우드의 윌 스미스와 로버트 드 니로에 비견할 만한 ‘악바리’ 배우가 우리 영화계에도 있을까. 역시 권투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유오성이라면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친구’에서 고교생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양 볼이 볼록해지는 주사까지 맞은 유오성은 곽경택 감독의 신작 ‘챔피언’에서 고(故) 김득구 선수 역을 맡아 6개월의 훈련 끝에 프로복서의 몸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최근 공개된 유오성의 상반신 누드사진을 보고 ‘컴퓨터그래픽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그는 완벽하게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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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으로 똘똘 뭉친 팔과 기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배, 거기에 보기 좋게 부푼 가슴까지…. ‘아름답다’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이 몸을 만들기 위해 유오성은 지난해 7월부터 보라매공원 내 액션스쿨에서 매일 5시간씩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조각처럼 다듬어진 유오성의 몸은 헬스기구에 의존한 웨이트트레이닝의 결과가 아니라 달리기와 줄넘기, 윗몸일으키기 등 권투선수들이 주로 하는 운동으로 만든 것이기에 더욱 놀랍다.



그를 지도한 정두홍 무술감독마저 유오성의 자세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 그의 배우 근성이 존경스럽다”며 감탄했다. 정감독이 ‘악바리’로 유오성과 나란히 꼽는 사람은 설경구. 영화 ‘공공의 적’에서 나태한 형사 역을 맡아, 평소보다 2배 이상 먹고 가능하면 몸을 움직이지 않는 방법으로 88kg의 거구가 되는 데 성공한 그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음 작품 ‘오아시스’의 전과자 역을 위해 ‘새처럼 먹고 끊임없이 운동하는’ 방법으로 한 달 만에 다시 20kg을 감량했다.

“단기간 살빼기에는 권투와 달리기가 최고”라고 나름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설경구. 그의 체력단련 장소 역시 정두홍 감독의 액션스쿨이었다. “‘단적비연수’ 찍을 때 여기서 훈련하며 하도 고생해 ‘내가 다시는 오나 봐라’ 했어요. 정감독요? 어휴, 고문관이 따로 없어요.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지…. 그런 원망이 영화 찍으면서는 고마움으로 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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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무술감독 정두홍(37)이 운영하는 액션스쿨은 말하자면 배우들의 ‘삼청교육대’다. 액션영화 촬영을 앞둔 배우라면 반드시 이곳에 와서 강훈련을 해야 한다. ‘몸 만드는’ 배우들로 사시사철 한가한 날이 없는 곳. 정감독은 이곳에서 기초체력 훈련에서부터 영화 속 액션 지도까지 배우를 맹조련해 액션연기를 해낼 수 있도록 한다. 남자배우들뿐 아니다. 이미숙, 전도연, 최진실, 김윤진 등의 여자배우들도 이곳에서 땀을 흘리며 액션연기를 익혔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통해 처음 액션연기에 도전한 전도연은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곳”이라며 “훈련이 너무 힘들어 엉엉 울기도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정감독에게 ‘얼렁뚱땅’ ‘대충’이란 건 있을 수 없는 말이다”고 전한다.

“인정에 끌려 마음을 열다 보면 딱한 마음이 앞서서 이 힘든 걸 가르칠 수 없어요. 배우의 몸은 연기의 시작입니다. 단순히 그럴듯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시각적 효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몸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인물과 작품의 성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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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배우를 꿈꿨고, 배우가 되고 싶어 영화계에 들어온 정감독은 스턴트맨으로 시작해 대역배우를 거쳐 지금은 무술감독이라는 직함을 가진, 한국 영화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다. 액션배우 육성을 위해 4년 전 서울 액션스쿨을 설립한 정감독의 개인 이력은 그 자체가 한국영화 액션의 발달사다. ‘장군의 아들’ ‘테러리스트’ ‘쉬리’ ‘반칙왕’ ‘무사’ ‘흑수선’ 등 수많은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정두홍은 액션영화의 지평을 넓혔을 뿐 아니라, 무술감독이라는 스태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해 왔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액션팀은 현장에서 ‘몽둥이’라고 불리며 무시당해야 했다. 정두홍은 이 같은 풍조를 자신의 몸으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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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액션이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액션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보면 부러운 것이 스턴트맨, 액션배우에 대한 대우입니다. 낮은 개런티도 문제지만 인식 자체가 너무 낮아요. 부상당할 위험이 많은데도 그에 대비한 경제적 대책이 너무 취약합니다.”

무술감독과 스턴트 연기자들을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액션스쿨은 지금까지 5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6개월마다 희망자를 모집해 무료로 무술연기를 가르치지만 100명이 찾아와 3, 4명만 남을 정도로 혹독한 과정이다. “꼭 필요한 액션연기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감수한다”는 정감독의 고집과 투지는 액션스쿨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의 후배들도 재작년부터 최근까지 무술감독으로 속속 데뷔했다.

요즘 정감독의 과제는 한국적 액션을 디자인하는 것. 김성수 감독의 영화 ‘무사’를 함께 하면서 일본의 ‘7인의 사무라이’, 미국의 ‘벤허’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신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졌던 그는 남성적이고 거친 맛이 풍기는 한국적 액션으로 홍콩영화의 화려한 액션과 차별화되는 사실적 액션을 연출하고자 했다.

“한국의 액션신을 세계에 선보이고 싶습니다. 홍콩의 누아르 액션이 ‘미션 임파서블’ 같은 영화에 도입된 것을 보면서 우리 액션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이 배우고 연구해 국내 액션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이제 곧 개봉할 류승완 감독의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는 무술감독에서 배우로 변신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일 액션은 연기자의 감정이 처절하게 살아나는 ‘감정 액션’이라고. 한층 더 멋진 영화 속 액션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주간동아 321호 (p84~85)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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