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1

2002.02.07

얼굴 흉터 장애등급 ‘여성우대’는 逆 성차별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04-11-10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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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흉터 장애등급 ‘여성우대’는 逆 성차별
    노동자가 업무수행중 얼굴을 다쳐 흉터가 남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때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적용받을 수 있는 장애등급은 어느 정도일까. 정답은 당사자의 성별에 따라 다르다. 대상자가 여성이면 남성보다 훨씬 ‘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

    현행 산재보험제도는 치료가 종료된 후 얼굴에 똑같은 흉터가 남더라도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장애등급 판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얼굴 흉터가 장애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는 흉터 크기는 길이 3cm. 3cm 이상 5cm 미만의 흉터가 남았을 경우 남성은 장애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14급 판정을 받는다. 반면 여성은 12급. 흉터가 5cm 이상이면 남성은 12급, 여성은 그보다 훨씬 높은 7급을 적용받는다. 3cm 미만의 작은 흉터는 장애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얼굴 흉터를 제외한 다른 신체부위의 모든 상해에 대한 장애등급 판정(1∼14급)엔 남녀 차이가 전혀 없다. 유독 얼굴 흉터에만 산재보상 기준을 차등화한 까닭은 뭘까.

    근로복지공단 보상부 관계자는 “1964년 시행된 산재보험의 보상기준을 정할 당시, 얼굴 흉터로 받는 정신적 고통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다는 사회 통념을 반영한 때문”이라며 “아직 이 기준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역(逆) 성차별 아니냐는 민원도 제기돼 현재 노동부에서 관련규정의 개정을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남성들도 취업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성형수술을 할 만큼 시대가 바뀐 요즘 보상기준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다쳐 심한 흉터가 남은 택시기사 K씨(38ㆍ부산)의 경우 장애 12급 판정을 받았지만, 거듭된 성형수술에도 흉터가 계속 남아 있자 이 흉터에 대한 추가적 요양을 승인해 주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5월 1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승객을 상대하는 택시기사에겐 외모가 무척 중요하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



    그러나 노동부 산재보험과 관계자는 “보상기준의 손질을 검토중이지만, 재조정 여부를 명확하게 답할 시점은 안 됐다”고 밝혔다. 어쨌든 남성들도 얼굴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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