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4

2001.12.20

값싸고 쓸 만한 ‘세컨드 PC’가 좋아

문서 작성·인터넷 거뜬 폭발적 반응 … 구입시 부품 등 꼼꼼 비교는 필수

  • < 명승은/ 하우PC 기자 > mse0130@howow.com

    입력2004-12-10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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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값싸고 쓸 만한 ‘세컨드 PC’가 좋아
    산본 신도시에 살고 있는 김낙규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구입한 최신형 PC를 한 살 터울인 두 딸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업무 때문에 PC를 써야 할 때는 이 다툼에 끼어들게 된다. 김씨의 부인도 주부교실에서 배운 인터넷을 실습해야 한다고 한몫 거든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많은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PC가 대학생이나 회사원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 초등학생, 노인, 주부까지 인터넷과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서로 PC를 독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컴퓨터를 보유한 가구가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나 두 대 이상 갖춘 가구는 3.5%에 그치고 있다.

    김씨나 김씨 부인이 PC를 이용하는 용도는 워드프로세서와 인터넷 검색이 전부. 이를 위해 100만원, 200만원을 호가하는 PC를 하나 더 장만하는 것은 분명 부담이다. 김씨와 같은 사람이 구입하기에 안성맞춤인 PC가 바로 세컨드(Second) PC다.

    세컨드 PC란 글자 그대로 2류급 PC를 말한다. 정품인 퍼스트(First) PC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을 대폭 낮춘 알뜰형 컴퓨터다. 간단한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검색에 주로 사용된다. 성능을 떨어뜨렸다고는 하지만 실제 컴퓨터 초급자나 중급자가 쓰기에는 저장 용량, 구동 속도, 안정감, 초고속 통신의 속도에서 큰 불편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픽 작업이나 3차원 게임 같은 고사양을 요구하는 작업을 제외한 웬만한 전산사무, 인터넷 통신은 훌륭히 소화해낸다. 오히려 간단한 작업이라면 정품 PC로 작업하는 것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원래 세컨드 PC는 초보자들이 중고 컴퓨터 부품을 이용해 조립 연습을 하거나, 중고 부품 판매점에서 부품을 처리하는 데 활용됐다. 그러나 경제가 침체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런 저가 조립 PC가 엄연한 새 제품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이런 점에서 세컨드 PC는 중고 PC와 개념이 다르다). 세컨드 PC는 전자상가나 인터넷 공동구매 사이트에서 주로 판매된다. 서울의 경우 용산전자상가 내 선인상가 1층에 이른바 북간도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이 세컨드 PC의 메카로 통한다. 완제품 세컨드 PC를 구입할 수도 있고 원하는 사양의 부품을 따로 구입해 즉석에서 조립해 살 수도 있다.



    세컨드 PC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 결론적으로 본체(모니터 별도)는 20만원이면 충분하다. CPU는 펜티엄 200∼400MHz, 하드디스크는 2∼10GB, 메모리는 64∼128MB 정도 된다. 운이 좋으면 펜티엄 MMX 200MHz를 10만원대에 구입할 수도 있다. 다리품 팔아 가격을 비교해 보며 쇼핑하면 좋은 부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다. 단, 운영체제는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값싸고 쓸 만한 ‘세컨드 PC’가 좋아
    세컨드 PC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인터넷 쇼핑몰이다. 지난 11월 인터넷 공동구매 사이트 마이공구(www. my09.com)엔 네티즌들의 주문이 폭주했다. 이 사이트 공동구매 코너에서 기획 판매한 세컨드 PC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셀러론 433MHz가 24만9000원, 최고 사양인 1GB 셀러론 PC가 44만9000원이었다. 메모리128MB, 하드디스크 20GB가 장착됐다. 리눅스 운영체제, 오피스 프로그램, 6개월 무상 애프터서비스가 제공됐다. 세컨드 PC의 주 소비층은 크게 세 부류. 인터넷 게임방과 중소기업, 값싸고 쓸 만한 가정용 PC를 찾는 사람들이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도 마이 세컨드 PC라는 전용 메뉴를 마련해 놓고 20만∼60만원대 세컨드 PC를 판매하고 있다. 엘지이샵(www. lgeshop.com)도 세컨드 PC 전용페이지를 개통했다. 30만~60만원대 PC가 주류를 이룬다. 경매 사이트 옥션(www.auction.co.kr)에서도 30만~ 40만원대 세컨드 PC 사양이 쉽게 발견된다.

    최근엔 펜티엄4급의 짱짱한 성능을 갖춘 세컨드 PC까지 등장했다. 인터파크 구스닥(www.goodsdaq.co.kr)에선 1.4GHz CPU, 20GB 하드디스크, 256MB 메모리, 52배속 CD-ROM을 장착한 펜티엄4 PC를 59만9000원에 출시했다.

    가격이 싼 만큼 세컨드 PC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사양이 낮아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제한적이다. 대표적으로 고사양 게임에는 무리가 따른다. 재고 부품이나 이미 단종된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고장날 경우 애프터서비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세컨드 PC에는 평균 수명이 3∼4년 정도인 4∼10GB급 하드디스크가 장착되어 있다. 그러나 수명이 6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CPU를 만나게 될 위험성도 있다. 하드디스크에 운영체제가 깔려 있지 않거나 설치가 까다로운 리눅스를 제공하는 점도 불편한 일이다.

    벤치마크 전문 사이트 하드웨어랩(www.hwlab.com)의 운영자인 정호성씨는 “세컨드 PC가 인터넷에서 잘 포장되어 나오지만 결국 한물간 PC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씨의 말 중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대목. “성능이 낮은 세컨드 PC를 나중에 업그레이드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앞으로 나올 많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사양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는 것도 세컨드 PC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최신형 PC도 1년만 지나면 퇴물 취급받는 게 현실. 구입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세컨드 PC는 정품 PC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PC가 한 대 더 필요하다면 세컨드 PC에 우선 눈을 돌려보라”고 권한다. 세컨드 PC는 1인 1PC 시대를 앞당길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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