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5

2001.08.02

한국연극사 집대성 … ‘동양극장’ 산파역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14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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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연극사 집대성 … ‘동양극장’ 산파역
    요즘 1930년대 연극계를 다룬 KBS 주말드라마 ‘동양극장’이 화제다. 당대의 명배우 황철과 차홍녀,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작가 임선규와 조선 최고의 미녀로 불린 문예봉 부부, 동양극장 홍순언 사장과 조선 최초의 서양무용가 배구자 부부 등 실존 인물이 줄줄이 등장해,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숨은 주역이 단국대 대중문화 예술대학원 유민영 원장(64)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유교수가 1960년대부터 발로 뛰어 모은 자료와 구술기록 등이 아니었다면 이런 드라마를 구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교수는 동랑 유치진 선생을 비롯해 박진, 복혜숙, 이서구, 서월영, 변기종, 서항석, 석금성, 지최순 자매 등 이미 고인이 된 연극인들과 김동원, 고설봉, 이원경 선생 등 원로들을 쫓아다니며 생생한 증언을 채록했고, 사진첩을 열게 해서 귀한 사진 자료들을 모아두었다. 이를 토대로 1990년 ‘우리시대 연극운동사’를 썼고 11년 후 다시 근현대 한국연극사를 집대성한 ‘한국연극운동사’(태학사 펴냄)를 펴냈다. 연극과 관련해 유교수의 스무 번째 저서다.

    “근대 연극사를 쓰면서 역사를 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어요. 그동안 한일합방과 동시에 과거는 단절되고 신문화가 시작했다고 보는 게 정설이었는데, 그게 아니더란 말이죠. 전통이 단절한 게 아니라 창극이라는 형식으로 이어졌고, 일본에서 들어온 신파가 대중극으로 자리잡았다면 서구연극은 정통 신극으로 또 다른 맥을 형성하면서 우리 연극은 세 갈래로 발전해 왔어요.”

    요즘 유교수는 우리 연극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연구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한국 연극의 방향타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재능 있는 사람은 TV, 영화로 빠져 나가 연극무대에는 미숙한 작품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람부터 길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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