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5

2001.08.02

디지털+아날로그 ‘만남의 미학’

  • < 이준희/ 월간미술 기자 > damdam@wolganmisool.com

    입력2005-01-13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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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아날로그 ‘만남의 미학’
    언제인가 전자 손목시계가 큰 자랑거리인 시절이 있었다. 왕복운동하는 시계추와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바늘만 보다 숫자로 표시하는 시간을 보고 마냥 신기해한 시절이 있었다. 빛 바랜 사진 속 추억처럼 기억하는 그 시절이 아마도 아날로그 시대를 살던 우리가 일상에서 디지털을 처음 경험한 때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를 봐도 ‘디지털’이란 말이 따라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미술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은 이제 특별하거나 새로운 표현 매체로 눈길을 끌지 못할 만큼 보편적인 화두가 되었다. 이와 같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21세기 초 혼성적 시·공간을 재현함으로써 미래예술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달 29일까지 대학로에 있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리는 ‘디아나의 노래(Digital Dreams, Analogue Desires)展’이 바로 그것이다.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걸치는 중견작가 14명이 참여하는 이 전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정보체계의 개념을 빌려 우리 나라 미술계의 단면을 조망하고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설치, 영상, 디지털 사진, 컴퓨터 그래픽, 가상현실 등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 모두와 관련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아날로그적 전통을 고수한다거나, 반대로 아날로그 과정과 질료를 활용해 디지털 이미지를 구체화하듯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중간 세대인 40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획함으로써 세대 간, 매체 간 모호한 경계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아날로그 ‘만남의 미학’
    미술회관 전관에 걸쳐 디스플레이한 작품 중 1층 전시장과 2층 전시장 사이 계단에 설치한 정동암의 ‘희생’이란 작품이 먼저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관객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바닥에 설치한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전면에 보이는 영상이 반응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가상현실 작품이다. 관객이 계단을 밟으면 화면 속 인물이 고통스럽게 괴성을 지르면서 계단모양으로 찌그러지고 적선함에 동전을 넣으면 화면엔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가 하면 뉴욕에 거주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코디 최의 회화작품은 실제 건축가의 설계 드로잉을 컴퓨터로 변형해 특수하게 처리한 캔버스에 프린트함으로써 단순한 컴퓨터 그래픽을 넘어선 ‘데이터 베이스 페인팅’이란 새로운 개념의 회화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문예진흥원 큐레이터 김혜경씨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아날로그 세대, 곧 40대 작가들의 디지털적 또는 아날로그적 작품들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과 섞임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시의 기획 취지를 밝혔다. 문의 : 02-760-46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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