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5

2001.08.02

“황소개굴아, 죽었니 살았니”

대대적 포획 개체 수 절반 이상 감소 … 외래종 자기조절·국내환경 적응 등 다양한 해석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5-01-13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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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개굴아, 죽었니 살았니”
    전북 정읍에서 ‘전국황소개구리유통센터’를 운영하는 박성식씨(44)는 요새 부쩍 한숨이 늘었다. 한동안 어마어마한 물량이 잡혀 짭짤한 재미를 본 황소개구리 포획사업이 요즘 계속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다.

    “98년에는 하루에 트럭 한 대씩은 팔았죠. 오지창(五枝槍)에 투망 들고 잡으러 다니는 사람만 20명이 넘었으니까. 거의 줍다시피 했어요. 한 사람이 하루에 150마리씩은 거뜬히 잡았거든요.” 그런 황소개구리가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해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잡는 사람도 4~5명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한 사람이 하루 열 마리 잡기도 어려워요. 다른 사업을 알아봐야 할 것 같네요.”

    황소개구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73년 일본에서 식용으로 수입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된 후 각종 토종생물을 먹어치워 민물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를 위협한 ‘무법자’ 황소개구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지난 7월20일을 전후해 취재진이 경기도 가평·고양 등의 저수지와 하천에서 개체 수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 황소개구리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고, 주민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유원지에서 야외 식당을 운영하는 김수혜씨(41)는 “밤에만 간간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요즘은 그마저 끊겼다”고 말했다.

    정읍의 박씨는 황소개구리가 줄어드는 것이 원망스럽지만 경기도 고양에 살고 있는 김모씨(59)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소일 삼아 민물고기를 잡는 김씨 또한 “요즘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한다. “고 녀석들이 밤마다 너덧 마리씩 걸리는 바람에 통발이 가득 차곤 했다는 거 아닙니까. 이제는 거의 없어요. 놈들이 잡아먹은 미꾸라지 같은 작은 고기들이 늘어났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통발을 확인하곤 한다는 김씨는 먹기도 그렇고 매운탕집에 팔 수도 없는 황소개구리 대신 민물고기가 걸린 통발을 들어 보이며 흐뭇해했다.

    “황소개굴아, 죽었니 살았니”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의 심재한 박사는 “97년 확인한 61곳의 황소개구리 서식지 가운데 강원도 일대에서는 거의 사라졌다”며 “전라도나 경상도 지역에서만 그나마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제자리에 서 있는 식물과 달리 정확한 개체 수 증감을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임에는 분명하다는 분석.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 역시 “영남지역 일대에서의 황소개구리 수 감소는 확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많던 황소개구리들이 이렇듯 줄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환경부 자연생태과의 이윤섭 사무관은 그동안의 퇴치사업이 효과를 나타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포스터 2만2000부 배포, 공공근로자, 군부대, 환경단체 등을 총동원한 사냥대회 등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라는 자평이다. 환경부는 지난 97년 4월 황소개구리를 인위적 박멸이 필요한 환경유해생물로 지정해 각급 행정기관과 지방환경청에서 황소개구리 서식지 신고를 받아 본격적인 포획에 나선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상업적인 목적으로 황소개구리를 포획해 온 업자들의 공도 만만치 않았다. 먼저 초등학생들의 생물 해부실습용 자재로 포획한 황소개구리 수가 엄청나다. 99년에는 일본과 황소개구리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서구에서 식용개구리의 대명사로 알려진 황소개구리 요리가 일본에서 이름을 얻기 시작하자 ㈜전남무역 등의 업체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 15개에 이르는 전문포획사업자가 잡아들인 숫자만 2000만 마리에 가깝다는 것이 업자들의 추산이다. 그러나 수량이 줄어든 현재, 포획사업자는 서너 곳으로 줄었고 일본 수출 역시 공급을 맞추지 못해 난항에 부딪쳤다. ㈜전남무역의 한 관계자는 “황소개구리 사업은 이제 완전히 포기한 상황이다”며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5년 이상의 수명에 1회에 6천~4만 개의 알을 낳는 황소개구리의 강한 번식력을 생각해 볼 때 인위적 포획으로 인한 감소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재한 박사는 “인위적인 요인보다는 자연적인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했다”고 말한다.

    심박사는 우선 외래종을 새로운 생태계에 도입하는 경우 증가 및 감소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설명한다. 도입 초기 폭발적인 모습으로 늘어난 개체 수가 일정단계에 이르면 정체하거나 감소해 적정한 수준을 맞춘다는 것. 한마디로 ‘생태계의 자기조절능력에 따른 환경적응’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근친교배로 인한 악성유전입니다. 저수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번식이 이루어지다 보니 열성 유전자들이 축적되어 생존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지요.” 황소개구리라는 종 자체가 유전적 다양성이 높지 못한 생물이라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소개굴아, 죽었니 살았니”
    올 들어 연이어 닥친 가뭄과 홍수도 개체 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가뭄으로 상당수 저수지가 말라버렸고, 뒤이은 홍수로 알이 모두 떠내려 간 점 역시 황소개구리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렇듯 황소개구리가 줄어든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학계에서는 폭발적인 증가 추세가 꺾였다는 사실은 반길 만하지만 황소개구리의 ‘급증·감소’ 사이클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자연 스스로가 국내 환경에 유입된 외래종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외래종 문제에 대해선 최소한 10년 이상의 관찰과 조사를 거친 후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추진한 황소개구리 박멸사업의 부분적인 문제점도 지적한다. 녹색연합의 이숙례 간사는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진 ‘황소개구리 박멸교육’이 아이들에게 “개구리는 죽여야 하는 것이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참개구리 도롱뇽 맹꽁이 등 양서류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아이들에게 심어주었다는 이야기다.

    황소개구리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적어진 99년 이후 환경부는 별다른 실태조사나 변화추이 분석을 시행하지 않았다. 학계와 환경단체에서는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한 지금 황소개구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체계적인 분석을 쌓아 다른 외래종 문제에 대입할 수 있는 모델로 삼기 위해서라도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순식간에 끓어올랐다가 완전히 잊어버리는 단발성사업 대신 진지하고 지속적인 눈길로 환경을 지켜보는 정책 시스템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민물고기를 낚는 김씨는 “요즘은 황소개구리 대신 조그만 거북이가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강가에서 발에 차이는 게 청거북(붉은귀거북)이라는 것. “하나가 없어졌으니 다른 하나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거겠죠, 뭐.”

    결국 황소개구리 문제는 수많은 외래종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5년새 600만 마리를 수입해 많은 생물을 먹어치운다는 청거북 문제는 또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 황소개구리 문제에서 얻을 교훈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단순한 ‘발생-소탕’의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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