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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표제, 대선 판도 바꾼다

여야 구도 지각변동 가능성 높여… 한나라당 “선거법 개정은 대선 후에”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1인2표제, 대선 판도 바꾼다

1인2표제, 대선 판도 바꾼다
1인 1투표제에 의한 현행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정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조짐이다. 제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는 1인2표제가 오는 17대 총선은 물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물론 다음 총선은 차기 정권이 출범한 뒤인 2004년에 치러지므로 그때까지 여야가 어떤 형태의 선거법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또 1인2표제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선거법 개정을 대선 이후로 미룰 예정이어서 당장 가시적인 판도 변화를 논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선거법 개정안이 정당명부식 1인2표제로 가닥이 잡히고 선거구제가 바뀔 경우 정치권은 오는 연말 또는 내년 연초를 기해 지각변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과 정계개편과의 상관관계. 여권은 정국 운영의 한계를 실감할 때마다 정계개편을 시도했고 지금의 구도대로 대선을 치를 경우 매우 불리할 것이란 자체 판단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여권의 새로운 판짜기는 내년 대선에 현 구도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한나라당의 거센 저항으로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1인2표제 도입은 이같은 여야의 경직된 자세에 상당한 ‘유동성’을 부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인물과 정당에 대한 투표 분화가 특징인 1인2표는 기존의 양당구도를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양당 사이의 틈새를 군소정당이 비집고 들어와 새로운 정치지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정당 내 비주류 또는 중진들의 ‘변신과 결단’을 충동질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특히 보스 또는 총재와 갈등을 빚는 일부 중진들의 경우 “더 이상 눈치볼 필요 없다”는 판단에 따라 홀로서기라는 유혹에 빠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한나라당 정치개혁특위의 선거법개정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의원은 “1인2표제를 도입하면 야당의 분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박상천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일부 인사들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1인2표제가) 특히 TK(대구 경북)`-`PK(부산 경남) 등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의 조직적 반발이나 돌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한다. 여권의 영남후보론과 동진정책이 1인2표제와 어우러질 경우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여야 선거법 협상이 막바지에 달한 지난해 1월 여권이 1인2표 정당명부제를 주장하자 “1인2표제가 될 경우 기회주의자들이 준동해 TK`-`PK에 지역군소정당이 난립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고민이 선거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판정으로 훨씬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계개편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기 위해 여권이 몇 가지 사전 정지작업을 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당명부식 및 선거구제의 변화를 시도하려는 여권 인사들의 의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려는 여권 움직임은 한나라당을 민감하게 자극하고 있다. 선거구제를 바꿀 경우 정치권의 지각변동은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당선을 의식해 거대 정당의 울타리 내에 안주한 의원들도 이제는 예전처럼 탈당이나 분당을 굳이 망설일 필요가 없다. 웬만한 지명도만 있다면 중·대선거구제라는 보호막 아래 2등 또는 3등 전략으로 등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총재와 맞지 않지만 지역구도에 묶여 고개를 숙인 중진들이나 초·재선 그룹을 자극하고 독자노선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정 정치인의 영향력이나 카리스마는 1인2표제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독자세력화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인2표제는 여·야의 대선 후보 경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선에서 탈락한 중진들의 경우 남의 들러리를 서기보다 독자세력화를 모색해 끝까지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이 경우 여러 개의 군소정당이 생길 수 있고 이 군소정당은 기존의 정당과 새로운 합종연횡으로 정치지형의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번 결정이 DJP공조를 견인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들어 JP는 선문답식 행보를 계속하면서 여권 인사들의 속을 끓게 하였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결정을 계기로 JP도 DJP 공조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민주당 인사들은 보고 있다. 1인2표제가 자민련으로서는 그다지 유리한 정치제도가 아닌 만큼 공동여당의 ‘연합’을 통한 활로 모색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DJP 공조라는 명분보다, 공조해야만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정치 현실이 JP의 등을 떠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인사들은 각종 선거의 연합공천이 보다 쉬울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지난번 선거 때에는 비례대표를 의식해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도 후보를 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1인2투표제가 토대가 된 연합공천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민주당은 궁극적으로 1인2표제가 내년 대선에서 자민련과 민국당 등 3당 공조의 틀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역 정당이란 한계를 벗어나 열세지역인 영남권에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1인2표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당장 내년 대선에서도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괜찮은 사람’이 꽤 나올 것으로 보는 것. 민주당 한 당직자는 “2004년 총선에서 그들의 설 자리를 보장해 줄 수만 있으면 활동영역은 상당히 넓어질 것이다”고 말한다.

민주당이 권역별 정당명부제라는 변형된 제도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영남권 내 민주당 세력을 지원하려는 계산에서 비롯한 것이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영남에서 민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다”면서, 그 결과 선거법 개정이 지역대립 구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의 계산은 조금 다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당명부제는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당명부제가 지역구도 타파라는 명분을 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당의 영남권 잠식에는 유리한 반면 자신들의 호남세 확대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 면밀한 계산을 끝낸 한나라당의 반응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차기 총선을 2년 반 이상 남겨둔 지금 당장 법 개정에 나서기보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끌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 선출방식의 변화가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17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는 1인2표제 등 선거제도 개정문제를 대선 전에 잘못 손댈 경우 현 구도를 흐트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가급적 ‘만만디’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 이 구도, 이 체제로 가는 것이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선의 대선전략이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이 제도 변화에 소극적일 경우 비판 여론이 일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 실제 법 개정과 관계없이 이미 1인2표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정치권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굳어지는 점도 한나라당을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실 정치에 몸담은 정치인들 역시 이미 1인2표가 지배할 정치지형에 대해 분주한 계산에 나서는 상태다.

여야는 현재 선거법 개정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 및 전략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1인2표제의 도입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기성 정치판에 일대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오는 한편, 내년 대선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1.08.02 295호 (p20~21)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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