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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정국의 ‘바로미터’ 한화갑

‘포스트 DJ’ 여권 중심으로 급속 부상… 대권 출마 앞서 ‘지지 기반’ 정비에 나서나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임기 말 정국의 ‘바로미터’ 한화갑

임기 말 정국의 ‘바로미터’ 한화갑
민주당 신임 대표는 정균환 의원?” 최근 여권 일각의 핵심 정보통들 사이에서 이같은 말이 은근히 흘러 다녔다. 정의원이 올 들어 특보단장과 당 후원회장을 겸임하는 등 한층 강화된 위상을 확립한데다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워 조만간 모종의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며, 그 역할이 당 대표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 전망은 정의원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청와대 일각에서 정의원 의사와는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부풀려 흘린 성격이 강하다는 반론이 곧 뒤따랐다. 연속된 ‘대표 교체설’로 김중권 대표를 흔들었는데도 김대표에 대한 김대통령의 재신임으로 ‘대표 진입’의 꿈을 달성하지 못한 모 인사측에서 이번에는 ‘정의원 카드’를 내세워 재차 흔들기에 들어갔다는 것. 다시 말해 지난 3월 개각을 전후해 본격화한 동교동 구파 일부에 의한 김중권 대표 체제 흔들기 작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렇듯 대표 자리를 둘러싼 여권 내 ‘파워 게임’이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복잡다단한 모습으로 가지치기를 계속하는 것은 그만큼 여권 내부가 전열을 제대로 가다듬지 못한 양상을 반영한다. 급기야 남궁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나서 지난 7월18일 “지금은 당이나 정부나 쇄신론이 불거져 나오거나 조직이 흔들리기에는 당면한 문제가 너무 많다” “10·25 재-보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당 조직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8월 당정 개편설을 거듭 부인한 것도 여권 내부의 갈등 양상에 따른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8·15를 전후해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8월 당정 개편설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동교동계의 한 중진의원은 “지금 당정 개편설에 대해 주요 인사들이 하는 이야기는 일종의 호가호위(狐假虎威)와 같다. 저마다 김심(金心:김대통령 마음)을 빌려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속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어느 이야기도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 ‘자가발전’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향후 여권의 세력 재편구도를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여권에서는 “한화갑 최고위원을 주목하라”는 말이 많다. 한화갑 최고위원의 행보를 보면 향후 정국 운용이나 여권 세력 재편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기 말 정국의 ‘바로미터’ 한화갑
이같은 전망은 지난 6월 한위원이 김대통령과 두 번의 독대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최근에는 지난 7월6일에도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한위원의 한 측근에 따르면 김대통령과 한위원은 최근 거의 매일이라고 할 정도로 잦은 전화통화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대통령은 정치권 외곽 주요 포스트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화갑을 도우라”는 부탁을 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따라서 한위원은 김대통령이 임기 후반기를 이끄는 데 필요한 사전 정지작업을 수행하는 일종의 ‘키(key) 맨’으로 보아도 별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사실은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제일가는 측근이라 할 수 있는 김옥두 의원이 한위원을 깎듯이 대하는 태도 변화에서도 읽힌다.

그렇다면 김대통령과 한위원 사이에는 과연 어떤 교감이 오갔을까. 한위원이 이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므로 정확한 내용을 알 길은 없다. 한위원은 측근 인사들에게조차 이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위원이 곧 어수선한 동교동계 내부 분위기를 정리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준비하는 당 체제 정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기가 올 것이라는 추측, 다시 말하면 8월은 아닐지라도 올해 하반기에 한위원이 당 대표로 임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추측이다.

동교동계 힘의 향배에 매우 민감한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인제 최고위원 진영에서 최근 한위원에 대해 ‘전향적인 접근’을 하는 것도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위원과 이위원은 지난 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일정 도중에 따로 만나 1시간 30여 분의 만찬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한위원측은 “이위원측이 이를 언론 플레이에 이용했다”고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고, 그 이후 두 사람 사이의 ‘접촉’은 중단된 상태다. 최근에도 이위원측이 한위원측에 두어 차례 회동 요청을 했으나, 한위원측에서 계속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동교동계 단결론’이 표출하면서 한위원이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적자(嫡子) 자격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이에 대해 그의 한 측근은 “일단은 여권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심만 잡히면 그 다음 일은 출마 선언을 하든 아니든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한다. 기반을 정비하지 않은 대권 도전 선언은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한화갑 최고위원은 지난해 8·30 전당대회 경선에서 1위로 최고위원이 되었는데도 그동안 여권 중심의 위치를 점하기보다 계속 외곽을 맴돈 느낌이 강하다. 정치권의 쟁점들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현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으로 다니면서 국제외교에 치중한 것이 그의 처세술이기도 했다. 이는 그의 표현대로 김대통령 뜻을 거스를 수 없으며, 권노갑 전 위원을 ‘장형’으로 모시는 호남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리더십은 강한 카리스마보다 온건한 대중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그렇게 은인자중하면서 김대통령의 뜻을 기다린다는 복심(腹心)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여권 권력 지형도는 한위원이 중심에 나서는 구도로 재편되는 기류가 강하다. 이는 ‘포스트 DJ’를 염두에 둔 구도기도 하다. 김대통령과 한위원 사이에는 이미 어떤 ‘교통정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간동아 2001.08.02 295호 (p18~19)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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