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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낙하산 인사의 ‘反국민성’

낙하산 인사의 ‘反국민성’

요즈음 정-관계의 퇴직 인사들이 ‘공수훈련’중이란다. 최근 불거진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비꼰 얘기다. 올해 4월 이후 선임된 15개 공기업 사장 및 공단 이사장의 경우 거의 3분의 2가 전문성과 관계없는 정치-관료-군-경찰 출신 인사들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인재풀을 통해 능력 있는 인물을 뽑을 수 있도록 여권의 청탁 자체를 요청한 것이 무색하게 되었다. 기관장 후보 추천위원회와 같은 제도가 낙하산 인사를 합리화하는 들러리 공개모집으로 전락했으니 더욱 한심한 일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바르게 추진될 리 없다. 실상 정부가 추진한 4대 부문 개혁 중 가장 부진한 곳이 공공부문이다. 우리 정부조직은 김대중 정권 출범시 17부 2처 16청(경제 및 통일 부총리 폐지)으로 축소하였다가, 후반기에 들어와 2부총리 18부 4처 16청(경제 부총리 부활과 교육 부총리 신설)으로 확대하였다. 장관급 위원회도 여럿이다. 이건 김영삼 정권 시절의 2부총리 2원 14부 5처 14청보다 더 커진 셈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정권이 내건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허상(虛像)을 쉽게 알 수 있다. 민간이나 지방으로의 권한이임은 매우 적다. 중복되거나 분산된 부처의 기능적 업무조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정부조직만 커졌을 뿐이다. 인력은 하위직만 줄었고, 고위직은 도리어 늘어났다. 관료부패와 무사안일을 시정할 제도적 장치도 미약하다. 인사제도 쇄신과 근무의욕 고취를 위한 고위 공무원의 개방적 임용, 공무원 채용제도 개선, 성과관리제도 도입 등이 겉돌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의 방향도 민영화에 초점을 둔 나머지 그저 파는 데만 신경을 쓴 흔적이 많다. 그것도 국내보다 해외 매각을 중시함으로써 공기업이 지니는 국민복지와 공공서비스 제공의 기능을 스스로 약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경쟁의 도입에 앞서 정부 개입을 줄여야 한다. 낙하산 인사가 갖는 폐해는 주무 부서의 경영간섭으로 인해 구조개혁과 투명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데 있다.

우리 공기업들은 현재 4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국가채무의 두 배에 달한다. 물론 낙하산 인사라 해서 모두 무능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윗줄’을 타고 내려온 인사들은 대체로 고위층의 눈치를 살피려는 나머지 조직쇄신이나 책임경영에 신경을 덜 쓴다. 공기업이 도덕적 해이 아래 ‘빚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자리 나눠먹기는 정부 불신, 사회 갈등 심화시켜



한국 사회의 미래는 온정주의와 같은 봉건적 유제를 얼마나 잘 타파하는지에 달려 있다. 인사 충원이 논공행상이나 연고관계로 이루어지는 한 공정성과 경쟁력은 뒤처지게 마련이다. “과거 정권 때는 낙하산 인사가 지금보다 더 심했다”는 집권여당의 논리는 “우리도 좀 해먹기로서니 말이 많다”라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는 개혁을 지향하는 공당(公黨)의 태도가 분명 아니다. 3당 공조의 틀에서 이루어지는 낙하산 인사는 그 의미가 정책연합이라는 미명 아래 원내 다수의석 확보를 위한 자리 나누어 먹기라는 세간의 의혹을 증폭할 뿐이다.

은행과 회사, 공장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바라보는 국민은 심란하다. “그래, 너희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분노의 목소리도 들린다. 가뜩이나 지역편중 인사로 나라가 갈라진 마당에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정부 불신과 사회 갈등을 악화한다.

요즈음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말이 시장경제지, 시장은 잘 안 보이고 관치만 보인다. 구조조정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정부개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견제와 균형을 위한 보완적인 성격일 뿐이다. 우리 경제의 회복은 자율과 책임을 각 주체에 더 나눠줌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은 민간이나 공공기업에 모두 적용된다. 정권유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에서 보이는 ‘국민의 정부’의 반(反)국민성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주간동아 2001.05.24 285호 (p10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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