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5

2001.05.24

여자축구, 가자! 월드컵으로

  • < 배극인/ 동아일보 체육부 기자 bae2150@donga.com >

    입력2005-01-28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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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축구, 가자! 월드컵으로
    프로축구 아디다스컵 결승전,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표팀 명단 발표… 지난 한 주 국내 축구팬의 눈과 귀는 온통 ‘남자축구’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이 사이 경기도 이천 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여자축구가 또 하나의 월드컵 고지를 향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걸 아는 팬은 드물 것이다.

    지난 5월8일 개막한 국내 유일의 여자축구 국제대회인 제2회 숭민배 전국여자축구대회에서 한국 실업 양대산맥인 인천제철과 숭민 원더스는 각각 중국 베이징시 청년여자축구단을 완파한 것을 비롯해 대만 국가대표팀, 지난해 일본 여자리그를 제패한 NTV 벨레자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놀라운 실력 향상을 선보였다.

    1999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미국 여자월드컵 다음 무대는 2003년 북경에서 열린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본선 진출권 16장 중 아시아에 할당할 몫은 개최국 중국을 포함해 2.5장. 일본-대만-북한과 나머지 1.5장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할 한국으로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본선 진출의 자신감을 얻은 셈이다.

    한국 여자축구가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탄 것은 지난 99년 말 숭민 원더스를 창단하면서부터. 숭민은 이듬해 대통령배 대회에서 인천제철을 2-0으로 눌러 인천제철이 일인지천하던 여자 축구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박종환 전 대표팀 감독이 단장으로 취임한 후 숭민은 인천제철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체상태에 빠진 한국 여자축구의 수준을 급속하게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이들의 실력을 남자와 견줘보면 어느 정도일까. 정확히 말하면 중 3 수준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중 2팀에 5∼7골차로 패하던 게 다반사였지만, 요즘은 이기는 횟수가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미국 여자대표팀이 국내 고교 2∼3년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계 정상수준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여자축구 선수들에겐 두 가지 징크스가 있다. 바로 헤딩과 태클. 여자라 외모에 신경을 쓰기 때문인지 신체조건상 취약해서인지 여자 경기에서 헤딩 장면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 태클도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 잔디가 패인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여자선수들과는 거리가 멀다. 실업팀에서 대부분 4-4-2의 압박축구를 하는 것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 강호들의 빠른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처진 스위퍼를 둔 3-5-2를 쓰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02년이 남자축구의 해라면 2003년은 분명 여자축구의 해다. 한국 여자축구가 그 주인공 중 하나로 얼굴을 내밀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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