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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력 출범설… ‘기호 3번을 잡아라’

‘시기가 문제’ 정치권 뜨거운 감자로… 개혁파 의원들도 움직임 활발

  • < 박민/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

제3세력 출범설… ‘기호 3번을 잡아라’

제3세력 출범설… ‘기호 3번을 잡아라’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제3세력 출범설’이 5월 정국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제3세력은 DJP연합과 한나라당이 맞서는 현 정치구도를 깨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가리킨다. 특히 이같은 제3세력 출범은 내년 대선에서 ‘기호 3번’ 후보 출마로 이어져 차기 대권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11일은 ‘설’이나 소문 수준에서 논의된 제3세력이 가시화할 조짐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여의도에서는 여야 개혁성향 중진의원들이 추진한 ‘화해 전진포럼’의 준비 모임이 열렸다. 민주당의 김근태 정대철 김택기 김희선 `이회웅 의원과, 한나라당 이부영 김덕룡 김원웅 조정무 김영춘-안영근 이성헌 의원 등이 참석했다. 모임의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 각각 15~16명씩과 시민사회에서 비슷한 규모의 각계 인사가 포럼에 참여키로 했으며, 특히 김상현 이철 유인태 조홍규 전 의원과 인기 영화배우 안성기 문성근씨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고 말해 포럼의 규모가 최소한 60~70명 규모에 이를 것임을 시사했다.

같은 시간 여야는 신당설로 떠들썩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가 신당 창당에 합의하고,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과 무소속 강창희 의원, 이수성 이홍구 전 총리 등의 동참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설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화해 전진 포럼’ 관계자들은 즉각 “정치 개혁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일 뿐 제3세력이나 신당 창당과는 무관하다”고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고, 정몽준-박근혜 의원측도 신당 창당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의 부인에도 이날 이후 정치권에서는 제3세력 출범이나 신당 창당과 관련해 “시점이 문제일 뿐”이라고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제3세력 출범설… ‘기호 3번을 잡아라’
당장 ‘화해 전진 포럼’만 하더라도 그 규모나 참여 인사의 면면을 볼 때 제3세력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먼저 민주당측 핵심인사인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미 올 초부터 여권, 특히 동교동계에게서 차기 대권주자로 낙점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홀로서기’를 시도해 왔고, 그 방법론으로 과거 민주화세력이 힘을 모으는 ‘신민주세력연대론’을 주창해 왔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지난 4월18일 경희대 특강에서 “직선제를 실시한 이래 어느 대선도 양당 후보구도로 치른 적이 없다. 이번에도 시간이 갈수록 제3의 정치세력이 생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제3세력’이란 단어를 사실상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특히 김의원의 핵심측근은 최근 “지역주의와 1인지배 정당 타파를 위해 김의원이 자신을 버리는 방안도 신중히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과거 제3세력 출범이 당권이나 후보 경쟁으로 무산되거나 4분5열된 점을 감안할 때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지분을 가진 김의원이 사심을 버리고 제3세력 규합에 나설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박근혜 의원의 신당 창당설은 정의원측이 구상중인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 박근혜 부총재와 창당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의원의 한 측근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 정의원이 출마 쪽으로 기울었고 특히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 신당 창당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고 말해 머지 않은 장래에 정의원 역시 제3세력 출범의 한 축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들 외에도 정치권에는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박근혜 의원의 ‘영남당 창당설’ ‘개혁당 추진설’ 등 제3세력 출범과 관련한 각종 ‘설’들이 나돌고 있다. ‘김윤환 박근혜 신당설’은 ‘영남후보론’을 주장해 온 김대표가 민국당을 해체하고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신당을 창당해 박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다는 것. 개혁당 추진설은 여야의 보수성향 대권 후보에 맞서 여야의 진보성향 인사들이 시민단체, 재야인사 들과 개혁당을 출범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보안법 개정 등과 관련해 진보 성향을 드러낸 여야 의원들의 ‘정치개혁모임’(정개모)은 지난 3월 단합대회를 통해 제3세력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미래연대’ 소속 한 의원도 “이회창 총재가 대북문제 등과 관련해 보수 성향을 넘어 반동화 경향까지 보이고, 여권 역시 지역분할 구도에 편승하기 위해 김중권 대표와 같은 보수성향 인사를 대권 후보로 내세울 경우 개혁세력의 결집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이처럼 제3세력 출범설이 확산하는 것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현재의 정치구도를 변화시키려는 세력이 여야 내부와 제도 정치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여권으로서는 영남권을 기반으로 삼는 야당에서 이회창 총재를 단일후보로 선출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영남권 잠식을 겨냥한 ‘영남후보론’이나 영남권 분열을 위한 ‘다자후보론’ 등을 구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여권 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경우 차기 대선구도가 지역주의 위주로 개편할 경우 대권도전 기회가 봉쇄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민주세력연대론’이나 ‘개혁연대’ 등 새로운 정계개편 화두를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회창 총재를 제외한 한나라당 내 대권후보들 역시 ‘영남출신 후보론’이나 “개혁연대’ 등을 통한 틈새 모색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비교적 높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박근혜 의원의 최근 행보는 자연히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박의원은 지난 5월4일 인터넷 정치전문 사이트인 ‘폴컴’과의 인터뷰에서 “근대화 민주화 세력 간 미래지향적인 화해는 김영삼 전 대통령뿐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화세력 전체와의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런 계기가 있으면 김대중 대통령과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8일에도 3김의 차기대선 영향력에 대해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향력이 있으리라 본다”며 “개인 욕심을 채우기보다 나라를 위해 봉사할 만하다 싶은 후보를 세 분이 합심해 낸다면 국민도 이해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의원은 이즈음 후원회 축하에 대한 인사 명목으로 김영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종필 명예총재를 방문하기도 했다. 마치 3차례에 걸쳐 ‘킹메이커’ 역할을 맡은 김윤환 대표의 ‘영남권 후보론’을 그대로 따르는 듯한 행보다. 김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차기 대선에서는 특정 정파가 단독으로 정권을 잡을 수 없는 만큼 자신과 3김이 공동으로 지지하는 영남 출신 후보가 대선에 당선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더구나 정계개편 필요성을 절감하는 여권 내 핵심 동교동계가 박의원에게 보내는 구애의 손길 또한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은 최근 자신의 마포사무실에서 “JP가 축사에서 (박의원을) ‘훌륭한 인재’라고 했는데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고 치켜세운 뒤 “그녀는 국정을 위해서라면 여당과의 연대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인 만큼 앞으로 그녀와 협력하는 방안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의원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여야를 통틀어 이회창 총재를 빼고는 영남지역에서 가장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대구 매일신문과 대구 M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남지역에서 이총재의 지지율이 47.9%로 1위를 차지했지만 절반을 넘지 못했으며, 박부총재는 20.3%로 지난 1월보다 1.2%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의원이 차기 대선에서 ‘3번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박의원 주가는 제3세력 출범이나 정계개편의 주요 변수라는 점에서 비롯한 것일 뿐 차기 대권후보로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박의원을 대권후보로 내세우는 체제라면 세력화도 어렵다는 것이다.

어쨌든 제3세력 출범설은 현 구도를 유지하려는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올 하반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동아 2001.05.24 285호 (p18~19)

< 박민/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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