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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의원님들, 정말 잘 뭉치십니다!

  • < 유시춘 작가 >

의원님들, 정말 잘 뭉치십니다!

의원님들, 정말 잘 뭉치십니다!
16대 국회 출범 이후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사사건건 대치, 질시하던 여-야가 돈세탁 방지법을 두고 모처럼 보기 좋은 합의를 이뤘다. 이것이 국민의 고통을 덜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법안이라면 얼마나 보기 좋으랴.

애초 이 법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외환 자유화 조치에 대응, 자금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포함한 검은돈의 세탁을 방지하고자 한 개혁적인 취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여-야 합의 결과 돈세탁을 추적하는 금융정보분석원을 독립기구 아닌 재정경제부 산하 실무 집행기구로 설치하기로 하면서 계좌추적권을 삭제하고,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사항은 종이호랑이로 만들었다. 결국 검은돈에 대한 감시나 관리는커녕 정치자금 면피를 위해 탈세나 마약 등과 관련한 범죄마저도 파악하기에 어려워지고 만 셈이다. 돈세탁 방지법이 아닌 ‘돈세탁 방조법’을 위해 견원지간으로 으르렁거리던 여-야가 보란 듯이 담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퇴행적 야합’이라고 정치권 전체를 매도하기에는 다소 지나친 감은 있을 것이다. 민주당 조세형 천정배 두 의원 등이 ‘오히려 보안 유지만 어렵게 해 속 빈 강정이 돼버린’ 법안의 재수정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색이 대의정치의 꽃인 국회에 두 의원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개혁을 ‘상품’으로 판매했던 ‘386 의원님’들은 다 무엇하고 계실까. 민주화 공간에서 성장한 각종 이익 단체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정부의 개혁정책의 발목을 잡음으로써 결국은 개혁의 지체와 혼선을 초래한 것과 관련, 양식 있는 많은 국민들이 부끄러워하는 것에 비해 이 ‘오월동주’(吳越同舟)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국회는 몰염치 그 자체가 아닐까.

‘돈세탁 방조법’의 합의를 지켜보는 시민단체나 애초의 입법 취지에 동의하는 국민들은 냉소할 수밖에 없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독려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모성보호법 시행을 유보한 것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이것도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최빈국 방글라데시보다 낮은 한국의 부끄러운 정치현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담합하는 이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시정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절망감 때문이다.



돈세탁 방지법은 먼저 당장 정치인들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른다. 월급쟁이들처럼 자신의 지갑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보인다면 모골이 송연해질 수도 있다.

오늘의 이 재앙에 가까운 정치혐오와 불신은 아무래도 맨 먼저 정치인들의 부패 커넥션에 그 원인이 있다. 지역패권에서 비롯하는 패거리정치, 비민주적 관행, 이념적 편협성 등 국민을 정치에서 등돌리게 하는 요인은 많지만 그중 으뜸이 자유당 정권을 상징하는 ‘민나 도로보데스’라는 말에 있을 것이다.

퇴색한 돈세탁 방지법… 여-야 담합 언제까지

정치에 돈이 든다는 것은 현실이라고 치자.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검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늘 ‘감옥의 담장 위’를 걷는다. 자칫하면 감옥 안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시적 위험 속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법정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고도 당당하게 문을 나서는 거물정치인 민국당 김윤환 대표의 표정을 보라. 정치의 속내를 모르는 조무래기들을 조롱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자금이 투명해야 하는 가장 절박하고도 긴요한 근거는 현행 돈선거 및 이와 비슷한 관행을 지속하는 한 철벽과도 같은 정치시장 안으로 젊고 개혁적인 새로운 정치세력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 20, 30대는 투표율이 매우 낮다. 그들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지역주의라는 고질만 점점 더 기승을 부린다. 한국 정치는 현재의 이 난장판을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이 젊은 유권자 집단을 표밭으로 인식하였다면 이 ‘돈세탁 방조법’부터 기필코 다시 한번 세탁해 원래 입법 취지대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1.05.10 283호 (p108~108)

< 유시춘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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