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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깊어갈수록 ‘사람이 재산’

아낌없이 교육 투자에 돈쓰는 기업들···일정 수준 미달 땐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

불황 깊어갈수록 ‘사람이 재산’

불황 깊어갈수록 ‘사람이 재산’
헬스케어 전문 벤처기업인 ㈜메디다스의 매달 두 번째와 네 번째 토요일은 `‘학습의 날’이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개발 관련교육이나 인성교육 관련 강의가 빠지는 적이 없다. 메디다스는 이를 위해 올해 사내 교육에 투자하는 예산을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렸다.

메디다스에는 `‘전파 교육’이라는 고유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직무 지식과 관련해 외부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온 직원이 똑같은 내용을 동료 직원들에게 강의해 퍼뜨리는 피라미드형 교육 방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외부 교육을 수강한 뒤 전파 교육을 맡은 직원에게는 3만∼5만원의 강사 수당을 별도로 지급한다는 것. 이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 중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사내학점제다. 메디다스는 시간당 1학점, 외부 교육은 시간당 0.5학점씩을 부여해 연간 총 52학점을 이수해야만 한다는 `‘강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업무에 쫓기다 보면 사내 교육으로 대충 학점을 채우려는 직원들이 생겨날까 봐 마련해 놓은 보완 규정인 셈이다. 물론 회사가 요구하는 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승진, 급여 인상 등 인사고과상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전체 직원이 약 180명 정도인 이 회사가 책정한 연간 교육예산은 약 2억원 정도지만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만 있다면 굳이 예산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엄진희 홍보팀장은 “회사의 핵심은 곧 인력이고 직원들의 업무 관련 노하우가 곧 회사의 매출 증대를 가져온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불황 깊어갈수록 ‘사람이 재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모든 기업들이 해외 연수나 사내 교육 투자를 너도나도 줄이는 마당에 오히려 활발한 교육 투자를 통해 `‘사람만이 재산이다’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고 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벤처업계에서도 요즘 들어 적극적인 인적 자원 투자에 나서는 기업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고 말해 불황기에 ‘사람’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암시해 주기도 했다.

유력 경제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로부터 그룹 연수원인 인화원이 사내 교육 우수 사례로 뽑히기도 했던 LG의 사내 교육 투자 역시 불황기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LG IT 자격제도’를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임원 승진에서 배제하는가 하면 일반 사원들을 대상으로는 사내에 지식동아리를 만들어 `‘맞춤형 인재개발’에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회사측은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지식동아리에 서적 구입이나 세미나 개최에 따른 경비를 지원하고 우수 동아리를 선정해 포상하기도 한다. LG전자에는 현재 약 70개의 지식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사내 인트라넷이 새롭게 개통되면서 열흘도 안 되어 40개에 가까운 동아리가 등록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LG전자 인재개발부문 지식경영팀 이종임 과장은 “지식동아리 활동이 경영 성과면에서도 커다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최근 e비즈니스 분야만을 특화하여 아예 전문 교육기관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강대 국제대학원에서 개설한 글로벌 e비즈니스 과정이 그것. 기존의 전자상거래 관련 교육에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사이트 창업 노하우를 접목시킨 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업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 깊어갈수록 ‘사람이 재산’
그러나 사내 교육에 관해 몇몇 기업이 획기적인 투자를 했음에도 아직 대부분의 경영자나 근로자들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근로자 1029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는 사내 재교육에 관한 근로자들의 인식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내 교육을 받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1.7%만이 자발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답변했을 뿐 무려 49.2%가 `‘상사의 요구에 의해’ 사내 교육에 참여한다고 응답해 근로자들 대부분이 재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나마 자체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은 형편이 괜찮은 편.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경우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아예 직원들의 능력 재충전을 위한 교육 투자는 엄두도 내기 힘든 형편이다. 중견기업에 속하는 D산업의 교육 담당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육 관련 예산은 정확하게 절반이 줄어들었다. 직무 교육과 관련한 OJT 이외에는 전혀 재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업들일수록 근로자들은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반면, 경영자들은 근로자들이 사내 교육에 대해 단순히 업무에서 벗어나 `‘쉬는 시간’ 정도로 이해한다는 푸념을 한다. 그러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사원들에 대한 재교육 비용 지출에 더욱 인색할 수밖에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영현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사내 교육과 관련한 정부의 비용 환급 조치를 받기 위해 의무 시간수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사내 교육을 규제의 하나로 인식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 내용과 관련해서도 면밀한 수요 조사에 입각한 프로그램이 짜여지기보다는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행사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육 투자가 적은 회사일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영현 연구위원은 “지식 경제 시대일수록 사내에서 이뤄지는 집체식 교육보다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학습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외부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말하자면 `‘물 좋고 경치 좋은’ 연수원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집단 연수부터 없애라는 주문이다





주간동아 2001.04.17 280호 (p28~29)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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