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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덫에 걸린 공적자금

끊이지 않는 국부 유출 논란

조기 회수 집착 부실자산 헐값에 매수… 외국계 투자회사만 재미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

끊이지 않는 국부 유출 논란

끊이지 않는 국부 유출 논란
대한종금을 퇴출하면서 남아 있는 자산을 정리하고 있는 대한종금 파산재단(관재인 이강록)은 최근 이 재단이 보유한 부실자산 가운데 그래도 쓸 만한 물건 8000억원어치를 골라 국내외 투자자를 상대로 공매를 실시했다. 공매에 앞서 자산 분류작업을 위한 실사를 회계법인에 맡기느라 10억원이 들었지만 이 공매는 무산되었다. 국내외 투자자들 가운데 관심을 보인 기관이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초 8000억원 규모의 부실자산을 일괄 공매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말한다. 국내 자본은 말할 것도 없고 외환위기 이후 활발히 투자해 온 외국 자본도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만한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 이후 외국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한종금 파산재단이 미국계 투자회사 L사와 접촉, L사로 하여금 구미에 맞는 물건을 고르도록 했고, 이에 따라 L사가 8000억원어치 가운데 3000억원을 골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대한종금 파산재단 이강록 관재인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대한종금 정리과정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이상 남아 있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제 값을 받고 처분해 조기에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게 예금보험공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퇴출 종금사 파산재단의 한 관재인은 “경위야 어쨌든 현재로선 이 자산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은 외국계 투자자뿐이고, 결국에는 이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공적자금의 조기 회수도 중요하지만 조기 회수에만 집착하다 보면 부실자산의 헐값 매각을 통한 국부 유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매달리는 사이 국내 부실자산 인수로 재미를 보는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외국계 투자회사. 이들은 국내의 쓸 만한 부동산이나 부실채권을 헐값에 인수, 되파는 방식으로 상당한 투자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이미 외국계 투자자가 ‘큰손’으로 떠오른 지 오래되었다.

한국 부동산 투자의 선두격인 론스타 코리아는 서울역 앞 24층짜리 벽산125빌딩을 비롯해 쌍용그룹이 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한 부동산 중 상당 부분을 사들였다. 이밖에 미국계 투자회사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 도심의 서울 파이낸스 빌딩을 인수한 싱가포르 투자청 등도 쓸 만한 빌딩을 속속 손에 넣고 있는 상황.



외국계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것은 부동산뿐만이 아니다. 국내 부실기업도 이들의 입질 대상. 문제는 이들이 국내 부실기업을 매입할 때마다 헐값 매각 논란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고 있는 헐값 매각 논란은 기업 인수-합병의 국제적인 관행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협상을 제대로 못해 헐값 매각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들이 협상 미숙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게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매각 협상. 대우차 매각과정에 관여했던 한 전문가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포드 자동차의 인수 포기 이후 대우차의 기업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면서 “당시 매각 협상의 어드바이저로 선정된 법무법인 등 전문가 집단은 포드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단독 선정했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을 정도로 정작 중요한 결정에서는 전문가 집단을 배제하였고, 결국에는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한보철강의 경우도 마찬가지. 작년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했던 네이버스 컨소시엄에 자문했던 한 전문가의 회고.

“당시 컨소시엄 내부에서는 한보철강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 마당에 인수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채권단이 계약상 지켜야 할 의무를 하지 못하겠다고 나왔다. 네이버스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다. 당연히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란 결국 ‘빚잔치’이므로 외자유치 등을 통해 국민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외국자본에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외자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 ‘약’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이를 맹신해 과용하다간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1.04.17 280호 (p22~22)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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