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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공중충돌’은 NMD가 화근

남중국해 중국 구축함·전술 미사일 감시중 사고… ‘전략적 동반자’로 반전 가능성도

  • < 오규열/ 한국외국어대 강사·국제정치학 >

美-中 ‘공중충돌’은 NMD가 화근

美-中 ‘공중충돌’은 NMD가 화근
지난 4월1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가데나 기지를 이륙한 미국 해군 소속 EP-3 정찰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잔(殲)8-Ⅱ(F-8) 전투기와 충돌하였다. 이 사고로 중국 전투기는 추락하였고, 미국 정찰기는 중국 하이난(海南)섬에 비상 착륙하였다. 이로 인해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만에 대한 이지스함 판매를 두고 불편한 관계에 있던 양국 사이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사고 원인을 두고 양국은 치열한 외교적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은 미 정찰기가 중국 영공인 하이난섬 남동쪽 104Km 지점에 출현하였고, 영공 수호를 위해 출격한 자국 전투기를 향해 미 정찰기가 갑자기 기수를 바꾸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사고 지점은 하이난섬 남동쪽 112Km 상공으로 중국영공에서 19Km 벗어난 공해상이라는 주장이다.

누구의 주장이 진실이든 간에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미군 정찰기가 무엇 때문에 중국 영공 근처에서 활동했는지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군 정찰기는 충돌 직전까지 중국의 셴다이(現代)급 구축함 소브르메니(Sovremenny)를 1시간 이상 집중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축함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최신예 함정(7600t)인데 미국의 집중 감시대상이 된 이유는 비행속도 마하2, 사정거리 150마일, 600파운드의 재래식 탄두 또는 핵탄두의 장착이 가능한 SS-N-22(Sunburn) 대함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미사일은 미국이 보유한 사정거리 270마일, 비행속도 마하1인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과 비교할 때 사정거리는 짧지만 비행속도에서 크게 앞서 이에 대한 방어책 마련이 미국의 당면 과제였다.

미사일에 대한 방어책은 몇 가지가 있으나 미사일 공격에 직면했을 때 종말유도를 교란시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안이다. 예를 들면 능동레이더로 함정의 모양을 흩뜨려 놓아 미사일이 잘못 타격하도록 교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군이 사용하는 표적추적장치의 구조와 신호체계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군 정찰기는 셴다이 구축함의 신호체계와 SS-N-22 미사일의 표적추적장치를 파악하기 위해 정찰중이었다.

미 해군 소속 EP-3 에어리스(Aries)는 본래 12명이 탑승하는 미군의 주력 정찰기 P-3 오리온(Orion)에 24명을 탑승시킬 수 있도록 개량하여 최첨단 관측장비를 탑재한 록히드마틴사의 제품이다. EP-3는 미군이 현재 운용중인 정찰기 가운데 가장 우수한 최신예기종으로 수상 탐색 정찰기로서뿐만 아니라 대잠 정찰기로도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EP-3를 중국 영공 근처에 배치하여 활동하였다는 것은 미국이 중국에서 얻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있음을 암시한다. 중국은 최근 셴다이 구축함을 최신예 지뤄(基洛)급 잠수함과 통합 운용하여 중국해군의 원양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99년 8월 중국은 사정거리 8000Km에 이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어 11월 무인 우주왕복선 선저우(神舟) 발사에도 성공하였다. 이에 고무된 중국은 사정거리 8000km에 달하는 잠사(潛射) 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2호 시험발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중국이 핵미사일 발사장치의 다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핵무기의 조준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소수의 핵무기로 핵강국에 대한 최대한의 억지효과를 거두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볼 때 쥐뤄급 잠수함은 쥐랑-2호를 실전 배치할 경우 장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종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원했던 미국이 이 지역에서 정찰활동을 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문제의 미군 정찰기는 중국의 셴다이 구축함뿐만 아니라 해저의 지뤄급 잠수함의 동태 그리고 이들 사이의 통합운용체제를 감시하였음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4월 말이면 부시 행정부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하여 요격하는 조기경보레이더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 네 척을 대만에 판매하는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이지스함은 전술미사일에 대한 방호체제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미국이 추진하려는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와 나아가 동북아에 구축하려는 전역미사일방어(TMD)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할 중요한 해상장비이다.

미국이 대만에 이지스함을 판매하려는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우선 대만의 군사력을 보강시켜 중국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긴요하게 활용해 왔던 대만을 지속적으로 미국측에 묶어두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1척당 10억달러에 달하는 이지스함을 대만에 팔 경우 판매대금뿐만 아니라 이 구축함의 제조사인 제너널다이내믹스사와 리튼인더스트리사의 2005∼2007년의 건조공백을 메울 수 있어 조선소를 가동하지 않는 데 따른 인프라 비용상승을 막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다. 또한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해상장비인 이지스함을 대만에 판다면 NMD에 대한 논의는 TMD로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미국이 추진하려는 미사일방어체제의 최상위개념인 탄도미사일방어(BMD) 체제의 추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더욱이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의 TMD 체제에 편입되기를 강력히 희망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대만이 이지스함을 사게 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추진은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이지스함을 대만에 팔 경우 대만과의 통일 가능성이 한층 낮아질 뿐만 아니라 중국이 반대해 왔던 미국의 NMD 추진이 힘을 받을 것을 우려해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첸치천(錢其琛) 부총리를 미국에 파견하였다. 그러나 첸이 부시에게서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중국으로 돌아온 상태에서 미-중간 공중 충돌사고가 난 것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미군 정찰기는 미국이 대만에 대한 이지스함 판매 명분으로 내세우는,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배치한 전술미사일체제에 대해서도 관측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미국은 대만에 이지스함뿐만 아니라 키드급 구축함 네 척과 이번에 충돌한 EP-3의 전신인 P-3정찰기 판매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자국 무기의 우수한 성능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최정예 전투력이 미국에 의해 낱낱이 관측되는 것은 묵과할 수 없었다. 더욱이 미국의 정찰을 바탕으로 대만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가 이루어지므로 이에 대한 제지는 필연적이었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러한 상호간 견제가 전투기와 정찰기의 충돌을 초래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미-중간 갈등이 심화해 신냉전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부시가 중국에 대해 ‘전략적 경쟁자’로 바라보던 관점을 ‘전략적 동반자’로 수정하여 양국간의 관계가 극적인 반전을 이룰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양국이 자국 내 여론과 국제적인 역학관계 등을 고려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취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더욱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양국이 얻을 이익이 현재의 구도를 유지하는 것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많은 외교전문가들이 예견하듯 미국과 중국은 현안을 두고 제한적인 힘 겨루기를 시도할 것이다. 이렇게 양국이 극단적인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이번 사태의 주도권은 확실히 중국이 쥐고 있다.

부시는 대통령 취임 후 외교안보정책에서 극단적인 미국 중심의 결정만을 내놓았다.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NMD 추진을 위해 요격미사일제한협정(ABM)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부시의 신냉전적 정책방향이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선택을 강요 당할 위기에 놓일 공산이 크며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우리로서는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미-중 공중 충돌사건은 우리에게 다행스러운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클린턴도 유세기간 내내 대중 강경책을 천명하였고 취임 초기 이를 추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정책 수행과정에서 이를 수정하였고, 마침내 두 번째 임기에서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까지 발전시켰다. 따라서 부시도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협과 협상을 학습하여 극우적이고 미국 중심적인 정책에서 세계 모든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방향을 수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간동아 2001.04.17 280호 (p14~15)

< 오규열/ 한국외국어대 강사·국제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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