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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DJ’ 노리는 2단계 全大論

민주당 ‘당권`-`대권 분리경선론’ 급속 확산… 동교동계 장기 포석의 수순

  • < 문철/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fullmoon@donga.com >

‘포스트 DJ’ 노리는 2단계 全大論

‘포스트 DJ’ 노리는 2단계 全大論
요즈음 민주당은 가히 ‘논(論) 풍년’이다. 대선 예비주자들이 앞다투어 제기하는 개헌론에 최근 불거져 나온 ‘2단계 전당대회론’, 귀에 익은 영남후보론, TK 연합론, (신)민주대연합론, 3자 연대론 등등 열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이들은 모두 여권의 차기 대선 구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최근 정가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연 개헌론과 2단계 전대론. 그러나 둘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개헌론은 발설자가 분명하고 공개리에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은 개헌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뜻을 여권 고위층에 전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강력한 개헌 반대자여서 정치권의 논의가 한 단계 뛰어오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반면 2단계 전대론은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이는 없지만 여권 내부에서 꽤 빠른 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더욱이 김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 경선 시기는 당에서 충분히 검토하라. 당에서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지면 나는 따라가겠다”(3월17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고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이 논의에 불이 붙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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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2단계 전대론은 무엇이고, 누가 어떤 명분으로 꺼낸 것일까.



2단계 전대론은 내년 1월 민주당 정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경선관리를 담당할 지도부를 구성하고 7, 8월경 임시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 대선 후보를 선출하자는 시나리오다. 한마디로 ‘당권 경선 전당대회’와 ‘대권 경선 전당대회’를 나눠서 치르자는 주장인 셈이다.

이 주장은 동교동계 일부 의원에게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외견상 내건 명분은 내년 양대 선거, 즉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잘 치르기 위해서다. 내년 5, 6월경 있을 지방선거에 당력을 집중할 수 있으며, 대선 후보 경선을 둘러싼 불공정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의 한 재선의원은 “지방선거 전에 대선 후보를 뽑으면 탈락한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열과 성을 다하겠느냐”며 “대권주자들이 지방선거에서 뛰게 만들려면 전당대회를 분리해 후보 경선을 지방선거 뒤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동교동계 구주류와 거리를 둬온 김중권 대표 견제용으로 보기도 한다. 또 다른 동교동계 의원은 “만일 전당대회를 분리하지 않고 지방선거 후에 실시하면 김중권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며 “따라서 (김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권 후보들이 반길 만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명분들은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가는 무엇보다도 2단계 전대론이 3·26 개각으로 동교동계 구주류가 득세하기 시작한 시점에 나온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권노갑 최고위원-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김옥두 사무총장’ 라인으로 2000년 한 해를 주름잡았다가 연말 여론의 역풍을 맞고 물러났던 구주류가, 2001년 봄 화려하게 재기하면서 내놓은 첫 작품을 2단계 전대론으로 보고 있는 것.

그런 점에서 2단계 전대론은 동교동계 구주류의 장기 포석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즉 동교동계 구주류가 2002년 대선 정국은 물론 DJ 임기 이후까지도 대비한 ‘큰 판 짜기’에 들어갔고, 2단계 전대론은 그것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교동계 구주류의 구상은 과연 무엇일까.

동교동계 구주류 인사인 K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동교동계가 내년 대선에서 후보를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한화갑 최고위원을 후보로 거론하는 이도 있지만 호남 후보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이 대선 후보를 비동교동계에 내줄 수도 없다. 대권-당권 경선을 동시에 치렀을 경우 의외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대비가 필요하다. 전당대회를 분리한다면 당권 전당대회는 동교동계의 뜻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대의원의 60∼70%가 호남 출신이고, 동교동계가 상당수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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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씨의 얘기는 더 적나라하다.

“동교동계는 절박하다. 정권 재창출을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못하더라도 동교동계가 제1야당의 중심세력으로 살아갈 준비는 해놓아야 한다. 까놓고 얘기해 먹고 살 게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게 뭐겠느냐, 바로 당권이 아니겠느냐.”

2단계 전대론과 관련해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동교동계 신주류 수장인 한화갑 최고위원이다. 구주류와 일정한 선을 긋고 독립적 행보를 보여온 그가 최근 구주류의 힘과 역할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

그는 4월3일 국민대 대학원 초청강연에서 “내가 주체성이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은) 나에겐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태생적 한계’를 강조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 이후 견지해 온 ‘분리 독립의 길’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9일에는 권 전 최고위원의 마포 개인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양갑(兩甲)의 화해’를 시도했다.

한최고위원의 노선 수정은 동교동계 내부 기류가 갈수록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우선 신주류는 구주류에 버금가는 세력으로 자립하지 못했다. 한최고위원은 분리독립 후 세 불리기에 신경을 썼지만 성과는 그다지 없었다. 문희상-설훈 의원 등 측근 그룹도 별달리 늘어나지 않았다.

권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동교동계에 한최고위원만한 인물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최고위원 주위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가 무언가 되려면 동교동계 전체를 등에 업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권 전 최고위원만 주저앉으면 동교동계가 자신의 차지가 될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행동한다면 어림없는 일이다. 동교동계는 한광옥 실장에게로 갈 가능성이 많다. 한실장은 두루두루 관계가 원만한 스타일이다. 한최고위원은 경쟁 상대가 권 전 최고위원이 아니라 한실장이라는 사실을 새겨야 한다.”

여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한실장이 내년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실장도 그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권도, 대권도 모두 잃어버릴 이런 상황이 한최고위원으로서는 가장 우려할 상황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최고위원이 ‘나홀로 행보’를 접고 구주류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입지 확보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당내 대선주자들은 2단계 전대론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선뜻 찬반 입장을 밝히길 꺼리고 있다. 아직은 이해득실을 따지기 이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인제`-`김근태`-`정동영 최고위원과 노무현 상임고문 등은 “처음 듣는 얘기여서 잘 모르겠다” “검토해 봐야겠다”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등의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2단계 전대론은 동교동계와 손잡을 대권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들의 경계와 불만을 촉발해 당내 분란의 불씨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김대표 등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대의원 숫자를 늘리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는 ‘대의원 쇄신론’이 나오고 있다.



주간동아 2001.04.17 280호 (p10~11)

< 문철/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fullmoo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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