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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죽음은 유리하모니카 때문”

음악전문가들 “납 다량 함유… 연주하다 납중독” 주장

  • < 김현진/ 연세대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 hyunjinkim@yahoo.com >

“베토벤 죽음은 유리하모니카 때문”

“베토벤 죽음은 유리하모니카 때문”
불후의 명작을 남긴 악성 베토벤의 삶은 늘 죽음에 가까운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다. 열악한 가정환경, 젊은 시절부터 시작된 청각장애, 40년 가까이 그를 괴롭혔던 폐렴, 간 경화, 수종, 심한 복통 등의 육체적 질병과 우울증으로 인한 극도의 정서불안에 시달리던 그는 56세가 되던 1827년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다. 그런데 최근 그의 죽음이 천상의 소리를 낸다는 유리하모니카(Glassharmonika)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돼 베토벤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새롭게 일고 있다.

베토벤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억측이 나돌았는데 그것은 사후 진단기록과 해부소견서가 불타 없어졌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1827년 빈의 베링어 묘지에 안장될 당시 사람들은 그가 간질환과 수종으로 사망했다고 했으며 베토벤의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는 돌팔이 의사가 다량 투여한 모르핀과 비소가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30년 동안 음악사가들은 베토벤이 매독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납중독 사실 DNA 검사로 밝혀져

“베토벤 죽음은 유리하모니카 때문”
그러나 사후 172년이 지난 2000년 10월, 과학자들이 수년에 걸친 베토벤의 DNA 검사로 밝혀낸 사인은 납중독이었다. 젊은 음악가였던 페르디난트 힐러는 베토벤이 죽은 다음날 그의 머리카락을 뽑아 간직하다 나치시대에 유대인을 도왔던 덴마크 의사 케이 프레밍에게 건네주었다. 이 머리카락은 다시 94년 경매를 통해 미국의 베토벤 추앙자인 이라 브릴러이 손에 넘어갔고 그가 시카고의 한 연구소에 DNA 검사를 의뢰함으로써 여덟 가닥의 머리카락에 대한 연구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네퍼빌 보건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인 윌리엄 월시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이 4년에 걸친 머리카락 분석 결과, 진통제로 사용됐던 모르핀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비소는 극소량만 발견됐다. 또한 매독 치료제로 사용됐던 수은도 거의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베토벤이 매독으로 고통받았을 거라는 견해도 신빙성을 잃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발표됐으나 정작 납중독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음악연구가들은 갖가지 추정을 뒤엎고 ‘유리하모니카’라는 악기가 바로 베토벤을 죽음으로 몰아갔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리하모니카란 1761년 벤저민 프랭클린에 의해 제작된 악기로, 큰 유리종 안에 작은 유리 종들을 크기에 따라 차례로 넣은 다음 수평축에 고정시켜 추를 이용해 돌려가며 젖은 손으로 건드리면 피리 비슷한 소리가 나도록 되어 있다. 특수한 울림소리를 내는 이 악기는 음악가나 작가, 철학자들을 매료시켰는데 그 열광자들에 속했던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각각 유리하모니카 소품들을 작곡하기도 했다.

오늘날 유리하모니카는 순수한 유리로 만들어지지만 베토벤 시대에는 부분적으로 납유리가 사용됐다. 또 고운 소리를 위해 종 위에 덧입힌 색상에도 납이 함유돼 있었다.

베토벤이 살던 시기에는 술잔이나 촛대, 담배파이프 등 갖가지 일상용품에 납이 함유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하모니카만이 납중독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지금에 와서 납중독의 출처까지 과학적으로 규명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젖은 손으로 종을 건드려 소리를 내야 하는 유리하모니카가 연주자에게 납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어느 정도는 타당하다.

가시가 있는 장미가 아름답고 독부가 절세미인이라는, 죽음과 아름다움의 모순적 상관관계는 유리하모니카와 베토벤의 죽음에도 해당되는 듯하다.



주간동아 2001.03.29 277호 (p66~66)

< 김현진/ 연세대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 hyunjinkim@yah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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