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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돈줄 찾아 삼만리’

조직정비, 大選 등 대비 핵심 과제… 후원회, 예산 재정위원 위촉 ‘黨費 모금’ 독려

민주당 ‘돈줄 찾아 삼만리’

민주당 ‘돈줄 찾아 삼만리’
후원회 개최, 예산재정위원회 활성화 등 ‘돈’을 잡기 위한 민주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 조직체제를 정비하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돈’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런 분위기를 “실탄이 있어야 전쟁을 할 것 아니냐”는 말로 표현했다.

민주당 안팎에서 부쩍 ‘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것은 1월29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있었던 민주당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수회 이후부터다. 연수회에 배포된 ‘2001 조직강화 지침’이라는 소책자의 핵심 내용은 올 6월까지 56만명의 핵심당원을 양성하고 이들이 다시 5명씩 당원을 끌어들이도록 해 연말까지 330만명을 당원으로 만든다는 것. 민주당의 목표대로라면 대략 전국 유권자의 10%가 민주당 당원이 되는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런 구상이 알려지자 곧바로 당 내에는 “당지도부가 자금마련을 위한 비책을 세운 것 같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엄청난 규모의 조직강화 방안을 마련할 리가 없다는 것.

박상규 총장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민주당의 현재 자금사정은 “심각하고 갑갑한 상황”이라는 게 당직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상규 사무총장은 취임 직후 당직자로부터 당 재정현황을 보고받고 “어려울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총장은 “당 재정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주변에서 “당이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다”는 말을 듣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 경리국 고위관계자는 “당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는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며 ‘다른’ 얘기를 했다.

민주당 당직자들 가운데는 “그동안 당이 무기력하게 비친 것은 당직자들의 근무태도가 나태했던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당에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8·30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사업을 벌인 것이 거의 없을 정도라는 것. 김옥두 전 사무총장은 “돈이 없는데…”라며 적극적인 자금마련 방법을 찾기보다는 긴축하는 쪽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의 측근은 “이렇다 보니 당직자들의 의욕이 꺾이고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29일 연수회도 박상규 사무총장이 취임 직후부터 동분서주한 뒤에야 열릴 수 있었다. 사무총장실 관계자는 “비용의 80%를 차지하는 숙식비와 피복비를 반으로 줄였기에 연수를 치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수를 치른 중소기업연수원과 연수복을 만든 피복조합은 모두 박총장이 회장으로 있던 중소기업중앙회 산하에 있다. 1월24일 설을 앞두고 한때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설에는 과거보다 격려금을 많이 준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부장급 60만원, 국장급 80만원 등 과거와 똑같은 금액이 지급됐다.

민주당이 현재 돈을 마련하는 창구는 공식적으로 당비, 후원금, 국고보조금 등 크게 세 갈래다. 민주당 당규는 당비를 일반당비, 직책당비, 특별당비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당비는 일반당원이 월 1000원 이상 내는 돈이고 직책당비는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가 직책에 따라 내는 당비다. 특별당비는 중앙위원회 등 당내행사나 선거 등 특별한 경우에 받는 당비.

당비 가운데 그나마 수입이 되는 것은 직책당비다. 매월 총재 500만원, 대표 150만원, 최고위원 100만원, 사무총장 70만원, 국회의원 20만원 등을 내도록 당규에 정해져 있다. 물론 이마저 안 내는 사람도 있다. 경리국 고위관계자는 “당비와 관련해 매월 당에 들어오는 금액은 대략 3000만∼4000만원 정도로 약간 편차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사무총장실 관계자는 “앞으로는 당원이 당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당 활동에 참여하는 당을 만들어 당비 수입을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또 3월쯤 당 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총선 전인 지난해 1월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후원회를 개최한 지 1년여 만이다. 민주당 후원회 권호순 사무총장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통보받지는 못했으나 (후원회 개최와 관련한) 여러 방안을 연구중이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해 1월1일부터 5월3일까지 474억300만원의 후원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원금은 지난해 4·13 총선 때 상당부분 쓰였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가뭄 끝 단비와 같다. 99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민주당의 수입(408억원) 가운데 국고보조금(82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 현재 의석수대로라면 올 3월15일에도 24억원 정도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주당은 지난해 8·30 전당대회 때 만들어졌으나 이름만 남아 있는 ‘예산재정위원회’(약칭 재정위)의 활성화에 나섰다. 재정위는 위촉된 재정위원이 한 명도 없고 위원장을 맡고 있던 장재식 의원마저 1월10일 자민련으로 당을 옮겨 위원장도 공석인 상태. 장의원의 이적 당시 민주당 내에서는 “우리 당 살찌우라고 예산재정위원장 맡겼는데 자민련만 살찌우고 있다”는 소리가 돌았다. 장의원의 자민련 입당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자민련은 올해 33억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더 확보한 반면 민주당은 16억원 가량 줄게 됐기 때문.

민주당 사무총장실 관계자는 “정치문화가 많이 바뀐 만큼 공식적인 조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투명하다. 재정위원들을 빨리 위촉해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거 여당이 했던 것처럼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재력이 있는 사람들을 ‘재정위원’으로 끌어들여 ‘특별당비’ 등을 확보한다는 것.

동시에 조직국과 사이버홍보국이 중심이 돼 민주당의 조직 시스템 자체를 정보화-과학화 해 장기적으로 경상경비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앙당과 시-도지부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당원을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처음에 돈은 들겠지만 시설투자 개념이어서 한 번 만들어놓으면 앞으로는 돈을 절약하며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까지 내다본 조직혁신-경비절감 작업의 하나로 해석된다.

당원 많은 곳 더 지원 ‘인센티브제’ 도입도

기업식 운영시스템도 속속 당에 도입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모든 원외지구당에 한해 월 250만원씩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당비를 많이 내는 당원을 많이 확보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곳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인센티브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당 운영도 실-국별 경쟁체제를 갖추는 등 이와 비슷한 기업식 운영원리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민주당 당직자들은 여당 시스템과 재계 사정에 밝은 김중권-박상규 체제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에 돈이 있는지, 어떻게 돈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김중권 대표는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자신의 이름으로 실-국별 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한 당직자는 “시민단체 출신인 서영훈 전 대표 체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며 “대표와 사무총장이 각각 구여권-기업인 출신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달라지는 조짐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중권 체제’가 당직자들의 이런 바람을 충족해 줄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1.02.15 271호 (p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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