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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개인전

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작가 정소연의 세번째 개인전인 이 전시(11월15일∼12월5일 갤러리 인더루프)는 크게 세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풍경과 정물로 나뉜 작품은 모니터와 영상을 사용한 설치로 구성되어‘같은 공간 속에 존재하는 다른 시간’이란 주제를 그려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가 첫번째로 마주치게 되는 풍경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으로 연출돼 있다. 화면 오른쪽엔 갤러리 앞길 가로등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현재의 거리풍경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과거의 풍경은 왼쪽 옆에서 마치 현재인양 천연덕스럽게 존재한다.

전시장의 한쪽 벽면 전체를 비추고 있는 이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중간 지점이다. 예를 들어 화면 왼쪽에서 멀쩡히 달려오던 오토바이는 이 지점에 이르러 무엇엔가 빨려들어가듯이 사라진다. 그런가하면 오토바이가 사라진 자리에서 불현듯 자동차가 나타난다. 우리는 이 풍경작품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엄밀히 따져보면 이 지점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현실의 증거인 셈이다.

또 다른 풍경작품은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수련’이나 ‘루앙성당’을 연상시키듯 비슷해 보이는 정원 풍경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장미와 풀이 무성한 정원은 동일한 장소지만 각기 다른 시간대에 촬영되었고, 작가는 이것을 10대의 TV모니터를 통해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촬영될 당시 시간과 날씨, 그리고 계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각각의 모니터는 시간의 기록인 동시에 기억의 저장소로서 존재한다. 이 작품 앞에 선 관객은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눈앞에 펼쳐진 정원과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정원의 기억이 겹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한편 정소연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전시장 벽을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이 벽엔 화려한 금박으로 치장된 액자가 걸려 있고 그 액자 속엔 캔버스가 아닌 모니터가 들어 있다. 빛을 발산하는 모니터는 어두운 전시장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신의 전시를 위해 갤러리 공간을 완벽히 장악한 작가의 치밀함과 욕심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회화의 전통적 소재인 정물을 실재 대상과 비디오로 촬영한 화면으로 제시하고 있다. 풍경과 달리 정물은 작가의 의도를 적극 개입해 사물을 선택하고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정씨에 의해 선택된 화분 과일 시계 거울은 작품의 원본이라 볼 수 있는데 실재 정물과 촬영된 정물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고정되어 있는 정물과 모니터 작품 사이에는 단서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정물 중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시계바늘이다. 시계바늘은 일정한 차이를 두고 따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작가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다. 같은 정물임에도 불구하고 두 정물 사이에는 부인할 수 없는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정소연은 이번 전시에서 평범한 일상의 이미지를 채집해 우리에게 시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일상의 평범한 대상과 이미지를 신세대적 감수성과 비디오 작업으로 소화해내면서 2차원의 회화 영역을 새롭게 확장하고 있다.

문의:02-3141-1377.



주간동아 2000.12.07 262호 (p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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