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2

2000.12.07

“다음엔 또 누구냐” … 연예인 ‘비디오 괴담’

‘O양’ 이어 ‘백지영 사건’ 일파만파 … 90년대 ‘비디오 문화’ 이후 노골적 관음증 확산

  • 입력2005-06-03 11:4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다음엔 또 누구냐” … 연예인 ‘비디오 괴담’
    닮아도 이렇게 닮을 수가 없다. 최근 가수 백지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소위 ‘비디오 파문’이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 지난해 ‘O양 비디오’ 사건과 유사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처음 비디오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점, 화면 속 주인공으로 지목된 연예인의 부인, 비디오 원소유자의 등장, 그리고 당사자의 잠적….

    ‘백지영 비디오’ 파문은 조만간 열리게 될 백양의 기자회견에서 대강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비디오에 나오는 인물이 백지영일 가능성이 높고,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연예활동을 계속하기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백지영 비디오의 경위는 이렇다. 지난 봄부터 연예계에서 알음알음 소문으로 ‘백지영 비디오가 있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비디오의 실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아 일본 에로배우의 포르노물이거나 합성한 것으로 추측돼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1월19일 연예 관련 사이트에 일부 네티즌이 영상물을 띄워놓으면서 이 비디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디오 중간의 일부만을 공개한 이 샘플에는 풀 버전을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의 주소가 적혀 있었고, 이 사이트에 하루 10만건 이상 접속하면서 서버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미국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제의 포르노사이트는 동영상의 풀 버전을 유료로 제공하면서 복사를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ID’기술을 적용했다. O양 비디오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유통되었으나, 백지영 비디오는 누군가에 의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통해 돈벌이를 목적으로 배포되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런 면에서 더 악의적인 범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덕분(?)에 O양 비디오처럼 시중에 급속도로 유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1월26일 밤 일부 해커(크래커)들이 복제방지 암호를 푼 뒤 개인사이트에 게재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27일부터는 개인이 운영하는 리눅스 관련 사이트와 MP3 검색사이트에 잠금장치가 해제된 40분짜리 동영상이 속속 게재되면서 네티즌들이 무더기로 접속해 다운로드했다.

    한편, 사이버 공간에는 벌써 또 다른 비디오가 있다는 루머들이 돌고 있다. 백지영의 공개 안 된 비디오가 있다는 ‘속편’ 소식에서부터, 다른 연예인의 것도 곧 공개된다는 ‘신작’ 소개도 있다.



    “다음엔 또 누구냐” … 연예인 ‘비디오 괴담’
    사실 연예인들과 비디오에 대한 소문이 이처럼 난리를 피우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30대 이상의 남자라면 80년대 중-고교 시절 한번쯤 여배우 K씨가 일본에서 ‘성인영화’에 출연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 K씨 외에 여배우 L씨나 J씨 등도 그런 소문의 단골로 등장했다. ‘한국 배우가 일본에 몰래 가서 야한 영화를 찍고 온다’는 식의 소문은 술좌석에 등장하는 호사가의 실없는 입담으로 치부됐지만, 공교롭게도 80년대 중반 이후 한 일본 잡지사가 한국에 원정 와 당시 대표적인 우리 여배우들의 ‘야한 사진’을 찍어 가는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비디오 문화가 뿌리를 내리면서 이른바 ‘토종 포르노’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때 등장한 것이 탤런트 L씨의 비디오다. 이 비디오는 여러 면에서 O양 비디오나 백지영 비디오 파문의 원조라 할 정도로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무명 시절의 지극히 사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 장면 도중 자신의 이름을 말해 신원을 밝히는 것 등이 나중 두 편과 유사하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계산된 영상’이 아니라 연예인의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자연스런 모습’은 이후 등장하는 각종 음란물의 경향을 바꾸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전에는 얼마나 멋진 사람이 등장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지가 인기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은밀하게, 또 얼마나 사적인 장면을 담아내는지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특히 연예인 ‘몰카’에 대한 수요는 이후 연기자 C양, S양, 가수 U양, 심지어 10대 스타 J양에 이르기까지 각종 영상물(물론 합성물이나 가짜가 대부분이다)이 범람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노골적인 관음증의 산물인 일본이나 우리의 스타 비디오에 비해 미국은 무명 시절 출연했던 작품들이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베스터 스탤론, 마돈나, 데이비드 듀코브니, 케빈 코스트너, 샌드라 불럭 등 쟁쟁한 스타들이 모두 무명 시절 포르노나 야한 에로물에 출연했던 전력이 드러나면서 문제의 비디오가 재출시되는 소동을 겪었다. 물론 육체파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과 그녀의 전 남편 토미 리의 비디오처럼 개인적으로 촬영한 정사장면이 몰래 유출돼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 파멜라 앤더슨의 비디오는 한때 전세계 인터넷의 성인 사이트에서 최고 인기 상품으로 꼽혔는데, 이후 그녀는 비디오의 인기를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는 데 적극 활용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