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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문화재가 죽어간다

자긍심 하나로 지켜가는 문화재

열악한 인원과 장비로 보존처리 작업… 피해 예방 차원서 흰개미 등 생물도 키워

  • 이명희/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장

자긍심 하나로 지켜가는 문화재

자긍심 하나로 지켜가는 문화재
우리나라에서 문화재의 과학적 보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 말부터다. 문화재보존 전문가가 생겨난 것도 1969년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실 안에 2명으로 ‘보존과학반’이 만들어지고 나서다. 그 뒤 무령왕릉 발굴(1971년)과 신안해저유물발굴(1974∼76년) 등이 잇따르면서 보존과학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1980년대 들어서는 엑스선 회절분석기, 형광 엑스선분석기 등 첨단 분석기기를 도입해 발굴 및 소장 유물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최근 보존과학기술을 잘 보여준 것은 1998년 나주 복암리 3호분에서 출토된 1500여년 전의 인골에 대한 유전자 분석 작업 결과다.

유전자 분석은 최근 고고학 분야에 새롭게 도입돼 세계 각국의 관심을 끌고 있는 최첨단 보존기술. 일본에서는 이 방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뿌리까지 찾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유전자 증폭장치를 도입, 핵유전자형 분석과 미토콘드리아 유전자형 분석을 통해 인골 시편 3편 중 두 편이 남성, 한 편은 여성임을 밝혀냈다. 남매 혹은 모자 등 모계가 동일한 친족의 합장이거나, 부부묘일 경우 근친상간의 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 첨단기기를 이용한 과학적인 문화재 보존처리를 선보인 대표적인 사례였다.

현재 보존처리 중에 있는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에 있던 선각왕사비의 경우도 우리의 보존처리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회암사지에 화재가 발생해 보호각이 붕괴돼 이 비는 산산조각 났다. 어지간한 파편만 360조각이나 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이 비는 거의 원형을 회복했다. 보존처리 전문가들이 6개월 동안 작업한 결과다.

보존처리라고 모든 부분을 다 복원`-`수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기술로 하기 힘든 것은 그대로 놔둔다. 선각왕사비 같은 경우도 복원된 부분이 표시가 나도록 처리됐다. 보존처리 전문가들은 감쪽같이 복원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복원했다는 표시를 남겨야 다음에 기술이 발달됐을 때 제대로 보존처리할 수 있다.



첨단기술이 항상 보존처리에 더 나은 것도 아니다. 회화 같은 경우 첨단 기술보다 오히려 전통적인 방법을 중요시하는 경우도 많다. 전통적인 기법에 현대적인 첨단 과학기법을 보태야 제대로 된 보존처리를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문화재 보존 하면 보수-복원을 생각하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에는 흰개미 등의 생물도 기르고 있다. 방균-방충제 등을 개발하는 것도 크게 봐서 문화재 보존의 한 범주이기 때문이다. 현재 숭례문에 칠해진 단청도 순수하게 우리 기술로 개발한, 환경오염에 강한 단청이다.

최근에는 부쩍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돼 대기나 수질 등도 보존처리 전문가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인공산성우(人工酸性雨) 기계를 도입해 실험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우리의 문화재 보존기술은 단순한 복원-수리를 넘어 예방 차원으로까지 넓혀졌다.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처리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감은사지 사리함이다. 무려 3년 6개월이 걸렸다. 손이 많이 가는 등 담당자의 각별한 노력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이런 예에서 보듯 보존전문가들은 한자리에 오래 앉아 세심하게 유물을 살피고 보존처리를 해야 하므로 성격이 급한 사람은 하기 힘들다. 자칫하면 유물이 상할 수 있어 유물을 찍은 x-ray를 보면서 보존처리를 하는 이들의 정성은 실로 눈물겹다. 약품처리 등에서 나오는 냄새 등을 견뎌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눈도 좋아야 하기에 보존처리 전문가 중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항상 현미경을 들여다 보고 있어 눈 주위에 ‘안경자국’이 생기는 것도 보존처리 전문가들의 공통점이다.

보존처리 전문가들은 문화재 복원을 ‘죽은 자식 살려내기’로 비유한다. 그만큼 문화재 복원에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잘못 손대면 조상의 훌륭한 문화재를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없다는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 단, 우리나라의 경우 석조문화재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성비 문제 등 환경적인 요인과 결부된 석조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간동아 2000.12.07 262호 (p48~48)

이명희/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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