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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문화재가 죽어간다

‘돌 보존처리’ 전문가 한명도 없다

국보 55점 보물 305점 정확한 진단에 한계… 체계적 연구·정확한 복원 사실상 어려워

‘돌 보존처리’ 전문가 한명도 없다

‘돌 보존처리’ 전문가 한명도 없다
문화재 보존과학은 종합 학문이다. 과학기술이 예술 및 역사와 접합된 특수연구 분야다. 일찍부터 문화를 꽃피웠던 유럽은 문화재 보존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각 분야별로 수십, 수백 명의 보존처리 전문가를 두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평생 동안 곰팡이만 연구한 문화재 보존 전문가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외국과 비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전문가층이 얇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화재 보존처리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국립문화재연구소. 그러나 이곳에서 보존처리를 담당하는 정규직원은 수복(修復), 환경, 생물, 분석 등 네 개 분야에 걸쳐 13명에 불과하다. 전에 20명이 넘던 연구원은 11명으로 줄어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도 정규직원은 단 네 명이다. 연구원들까지 다 합쳐도 20명.

이들은 한 사람이 보존처리에서 약품개발까지 담당하는 등 서너 개 분야의 일을 처리하고 있다. 제대로 일을 할 만하면 교수나 외부 미술기관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일상화된 일이다. 때문에 매번 신참을 새로 교육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담당자가 외국 연수라도 가게 되면 해당 분야 보존처리는 장기간 중단된다.

정책적 지원 없이는 보존과학 분야의 발전은 기약할 수 없다.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3억3000만원을 주고 ‘미소부 엑스선 회절분석기’ 등 첨단 기계를 들여왔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기계만 들여오면 뭐합니까. 한 사람이 여러 기계를 돌리고 있어 효율이 떨어지는데…”라고 하소연한다. 호암미술관 부설 문화재보존연구소 이오희 소장은 “북한과 교류가 증진돼 북한 벽화에 대한 보존처리 요청이 와도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은 인력 충원 필요성을 절감하고 지난해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끈질기게 요청해 정규직원을 9명까지 둘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막판 기획예산처 심사에서 밀렸다. “IMF 시기인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 이유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세한 분야까지 살필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보존에 대한 정책결정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석조문화재 보존처리와 관련해서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에서는 보존과학 및 보존처리기술자 중에 광물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존처리 전문가 중 ‘돌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국가지정 문화재 중 석조문화재는 국보 가운데 55점, 보물 가운데 305점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실정이 이런데도 광물학 전문가가 없어 석조문화재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다. 당연히 석조문화재의 복원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

석조물의 훼손 양상과 원인 분석, 오염물질, 환경적 요인 등에 대한 정밀하고 체계적인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국보 2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은영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장은 “석탑에 대한 보존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리관을 씌워 놔 앞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존과학자들은 “석재는 심하게 풍화될수록 숨을 쉰다”고 말한다. 석재 내부 공기와 바깥 공기 사이에 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대로’ 하지 않은 보존처리는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화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약품으로 보존처리를 한 결과 단기간에는 보존처리가 잘 된 것으로 보였으나 수 년 내지 수십 년이 지나면서 차라리 약품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 나았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김수진 교수는 석조문화재 보존방법과 관련해 △석조물의 내력 △석조물의 구조적 안정 상태 △석조물 근처의 지하수 이동 등 수리 지질 상태 △대기환경 및 기후 등의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진 뒤 훼손 복원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원작업도 △석조물 훼손 진단 및 연구 △보존처리를 위한 연구 △견본시료에 대한 보존처리 실험 및 평가 △보존처리 시공 등과 같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연구를 한 뒤 시행돼야 한다는 것.

또한 이런 연구의 전체 결과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 단계, 즉 각종 보존처리나 보존시공을 할 경우 그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나중에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존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주간동아 2000.12.07 262호 (p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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