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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리더십실종…표류하는 한국호

정책수행능력 부재가 위기 키운다

약체 행정부, 무리한 욕심으로 혼란 자초 … 가용 인재의 한계도 주요 원인

정책수행능력 부재가 위기 키운다

정책수행능력 부재가 위기 키운다
한국민 사이에 개혁의 초심(初心)이 사라지고 있다.” 스티븐 보츠워스 주한 미대사가 11월7일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한 말이다. 이임을 앞둔 외국대사가 주재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한 것부터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들 사이에 IMF 환란 직후의 개혁 의지가 쇠퇴하고 경제 체질 개선이 느슨해진 것은 전적으로 정부와 집권 여당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탓이 크다. 그러나 경제 위기의 원인 가운데는 내부 불안 요인 탓도 적지 않다. 집권세력의 체질이 허약한데 고강도 개혁을 남발하다보니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집권세력의 의지대로 정국을 운용해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지세력의 저변이 넓고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근본적으로 소수 정권이다. 가용 인재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현 정부의 개혁 정책은 역량이 미치는 한도 내에서 힘을 집중하는 제한적 개혁 정책의 밑그림을 짜야 했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부는 거의 전 분야에 걸친 전방위적 개혁 조치를 들고 나왔다. 우선 김대중 대통령의 ‘욕심’부터가 그랬다. 언덕을 오르는데 추진력이 밑받침되지 않으니 차가 뒤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대 하용출 교수(국제정치학)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리더십 위기’의 원인으로 ‘약체 행정부’를 주목한다. 과거 행정관료들과 새롭게 수혈된 관료들의 알력 속에서 각종 정책 입안과 집행은 혼란을 겪고, 정치적 행정적 비밀 유지도 어렵게 되며, 정보체계가 흔들리게 된다는 것. 그래서 “그 결과는 치고 받는 스캔들 정치의 연속”이라는 것. 현재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의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부활을 주문하기도 하지만 ‘경험 축적’ 없는 대책회의가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청와대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처음 집권을 하고 힘을 가진 세력이 으레 그렇듯 우리도 중반기까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고 실토한다.



두번째로, 지지세력이 넓지 않으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용출 교수는 “정치 패배세력들은 타협보다는 정쟁을 통해 자체 그룹의 단결을 도모한다”고 지적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처음 경험한 패배이기에 그 강도는 더 거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김대중 정부는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치가 교착국면으로 꼬일 때마다 영수회담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외쳤지만, 정책 집행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야당 설득에 나섰는지는 의문이다.

“국회법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접근 방식으로는 결코 야당을 설득할 수 없다. 민주당 중진 김원기 의원이 11월27일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려면 재집권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김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인 쓴소리를 한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김고문은 “사정이나 개혁도 (차기 대선의) 표와 연결돼 있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에 제대로 안 된다”고 지적했다.

리더십 위기의 요인을 말할 때 개혁정치와 현실정치를 구분해서 접근하는 김대통령의 이중적 잣대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검찰총장 탄핵안 처리를 놓고 청와대에서는 ‘단 1%의 가능성(탄핵안이 처리될)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김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당이 일사분란하게 따라주는 과거 관행을 선호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8월 전당대회 때부터 불거진 당정쇄신론이 아직도 구체적인 결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다.

11월20일 서울대에서 민주화교수협의회 주최로 열린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정책 그 평가와 과제’ 학술심포지엄에서 서울대 김수행 교수(경제학)는 “혼자만 실세인데, 김대통령의 인기까지 점점 더 하락하는 데다 국민 대부분이 장래를 매우 걱정하고 있어 현 정부 전복 시도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혼자서 하는 구호 개혁’으로는 도저히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주간동아 2000.12.07 262호 (p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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