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2

2000.12.07

한스종금, 나랏돈 4500억도 ‘꿀꺽’

정통부 등 6곳 예치금 못 받아 … 사실상 1월부터 지급불능 상태서 영업

  • 입력2005-06-01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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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종금, 나랏돈 4500억도 ‘꿀꺽’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27)이 단돈 10달러에 사들인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은 11월28일 현재 고객들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상환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서울 무교동, 삼성동 등에 위치한 사무실은 영업 정지상태다. 진부회장은 ‘외자유치 사기극’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바로 이 부실덩어리 회사에 정부와 정부투자기관이 4500여억원을 예치했다가 못 받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보전을 위해 여기에도 공적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제2금융권, 정치권에선 한스종금의 영업과정에서도 정-관계 인사와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한 로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주간동아’에 제공한 ‘한스종금의 예치금 자료’에 따르면 6개 정부부처와 정부 유관기관들이 총 4505억8100만원을 한스종금에 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보통신부가 1930억1100만원, 한국도로공사가 1800억원, 한국산업은행이 173억9100만원, 한국은행이 33억원, 한국수출보험공사가 418억9000만원, 한국전력공사가 149억8900만원을 예치해 아직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자금운용의 통상적 방법으로 종금사 중 하나인 한스종금에 정통부 내 예금자금, 보험자금을 예치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보험공사측은 “한스종금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데다 한스종금측이 수시 입출금용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다른 곳보다 높게 쳐줘 이곳에 돈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 기관들은 엄의원측이 밝힌 수치가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실제 금액과 거의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통상적으로 예치했다가 통상적으로 떼이게 됐다’는 주장에 의문을 나타낸다. 2000년 1월과 3월 한전과 수출보험공사는 한스종금측에 각각 300억원의 예금 인출을 요구했다. 한스종금측은 ‘자금부족’을 이유로 이 요구를 여러 차례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상 1월부터 한스종금은 ‘지급불능’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9년 12월말 BIS비율 9.73%였던 종금사가 어떻게 20일 만에 항구적인 예금지급 불능상태에 빠질 수 있는가. △금융감독위원회가 한스종금에 영업정지결정을 내린 것은 7월19일인데 사실상 올 초부터 한스종금의 예금보장능력이 상실됐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졌는데도 금감위는 다른 선의의 예금 피해자를 막기 위한 조치를 왜 이처럼 늦게 내렸는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정부부처 및 투자기관의 돈이 부실금융기관에 7개월 이상 방치되다시피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공기업측은 “한스종금에 맡긴 예금은 법적으로 전액 보장되기 때문에 원금회수를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엄의원측은 “이미 1월에 문 닫았어야 할 부실금융기관의 생명을 금감위, 예치기관 등 정부기관이 연장해준 측면이 있다. 수백억∼수천억원의 돈을 종금사에 맡기는 과정에서 로비가 개입된다는 금융권의 소문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진승현 부회장, 신인철 한스종금 사장 등 한스종금 경영진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목적으로 20억∼100억원대 비자금을 모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스종금은 한국-중앙-영남종금과 함께 하나로종금으로 통합돼 정부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예치금은 회사 자산을 우선 처분해 지급되지만 상당부분은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 부처와 투자기관들이 선뜻 납득되지 않는 과정을 통해 부실종금사에 떼인 돈을 국민이 세금으로 책임져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부의 자금운용 담당자는 “사실 이런 시각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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