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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구약이 명약? ‘한방 외용약’ 뜬다

좌약·연고제 등으로 내복약 한계 보완…부작용·내성 방지에 효과적

구약이 명약? ‘한방 외용약’ 뜬다

구약이 명약? ‘한방 외용약’ 뜬다
한약재로 쓰이는 식물, 동물, 광물에 대하여 그 형태나 효능을 연구하는 한의학의 한 분야가 바로 본초학(本草學)이다. 본초학의 역사는 궁극적으로 내복약, 다시 말해 탕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본초는 ‘경구 투여’의 방법으로 약물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좌약이나 연고제 등 한방 외용약을 가미한 치료법이 그 적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방 외용약은 3세기경부터 쓰였을 만큼 그 역사가 깊다. 그러나 그동안 거의 사장되다시피 하다가 내복약이 갖는 한계 때문에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내복약의 단점은 국소 치료를 하는 데도 상당히 많은 양의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는 점. 즉 짧은 반감기(약물이 체내에 남아 있는 시간) 때문에 투약이 자주 이뤄져야 하고 입을 통한 모든 음식물이 간을 통과하므로 약물의 약효가 반감될 뿐 아니라 간에도 상당히 무리가 가는 것이다.

그러나 외용약은 약 50% 정도가 간 대사를 거치지 않고 환부에 직접 작용하며 국소 부위에 적정한 약물 농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게다가 한방 외용약은 천연 약재를 사용하므로 양방의 연고제에 비해 부작용도 거의 없다. 한방 외용약이 양방의 외용약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외용 처방이 아니라 내복약과 마찬가지로 약물이 피부로 흡수돼 혈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때문에 내복약과 병용하면 그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외용약을 들자면 전립선 치료를 위한 좌약과 비염에 쓰는 삽약, 아토피성 피부염에 직접 바르는 외용약 등을 꼽을 수 있다.

좌약은 대표적인 남성 질환 중 하나인 전립선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다. 전립선염은 성인 남성의 반 이상이 일생에 한번 이상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특히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전립선 비대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치료는 매우 어렵다. 전립선의 위치가 인체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독특한 피막 구조를 갖고 있어 약물이 잘 침투하지 않기 때문.



한방 좌약은 종전의 전립선 치료의 단점을 보완하여 직접 전립선에 약효를 전달한다. ‘좌양단’은 내복약인 탕제와 함께 전립선 질환에 응용되고 있는 좌약으로 전립선에까지 약물의 효과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장 연동을 촉진하며 항문 주변의 혈류순환을 개선함으로써 간접적으로는 치질 치료에까지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부수적으로는 정력 증진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한방 좌약은 전립선과 인접한 부위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면역세포(식세포)의 활동을 촉진해 약물 침투를 용이하게 하는 적작약, 대황, 고백반, 유향, 몰약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평활근 세포로 이뤄진 전립선을 부드럽게 해주는 향부자, 방기, 모과, 오가피 등과 남성호르몬을 강화하는 쇄양, 음양곽 등 다양한 약재가 들어 있다.

좌약 치료는 동시에 체질과 증상에 맞는 탕제와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탕제를 함께 투약하는 이유는 인체 자체의 면역세포를 강화시켜 자가치료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자가치료는 한방치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항생제 등으로 균주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데 목표를 두는 양방과 달리, 인체 자체의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를 가지므로 항생제 남용에 따른 2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내성 저하로 인한 약효의 반감이 없으며 재발이 거의 없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또 전립선 비대증의 경우 양방에서 쓰는 평활근 이완제는 자칫 허탈감, 피로, 혈압 저하, 발기부전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에 반해 한방의 약효는 좀 더 무리없이 전립선 평활근을 이완시키고 방광 내압을 증가하게 한다. 때문에 1차적으로 배변 장애가 해소된다. 특히 좌약과 함께 처방하는 환제인 ‘해전환’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역시 한방 외용약 치료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다. 한방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혈열’이라고 한다. 혈열은 단순히 아토피성 피부염을 지칭하는 병명이 아니라 면역 이상이나 알레르기까지도 포함한 포괄적 질환의 명칭. 글자 그대로 피에 열이 많아서 생기는 질병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한방으로 치료할 때에는 꾸준하게 내복약을 복용하여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재발도 방지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 치료법의 단점은 당장 병변이 생긴 곳의 피부 손상을 막을 대책이 없다는 것. 따라서 환자들은 치료에 양방의 연고제를 병행하곤 한다. 그러나 양방에서 흔히 쓰이는 피부 연고제엔 스테로이드 성분이 많아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과 함께 내성이 생기고 만다. 특히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제를 함유한 약을 사용하다 이를 끊을 경우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라고 하는 급격한 증상 악화를 동반하게 된다. 이때 양-한방 치료법의 단점을 보완한 한방 외용약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발적이 생기고 주름이 지면서 가려운 병변에 직접 효과를 발휘해 당장의 피부 손상을 막을 수 있으며 양방의 연고제로 인한 부작용과 내성을 방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외용약을 만들기 위한 약재는 소량으로도 강력한 치료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하고 피부친화적인 요건에 합당한 재료여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치료를 위해 피부 역친화적인 요건까지도 충족시켜야 한다.

이에 합당한 대표적인 약재가 바로 건피산(健皮散)이다. 건피산은 혈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자초와 간의 독성을 없애주는 인진, 가려움증을 제거하는 백지, 상처를 쉽게 아물게 하는 황기 등이 주재료이다. 이런 약재를 혼합해 계란 흰자위에 잘 개어 끈기를 준 후 개어 바르기도 하고 잘 달여 그 용액으로 전신을 샤워하듯 씻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사용 전엔 반드시 그 농도와 사용법에 대해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외용약이 뛰어난 약리작용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면역 자체의 항진이나 내장기관의 기능 이상으로 인한 질환 등에 보다 근본적이고 빠른 치료를 원한다면 역시 탕제를 병용하는 것이 좋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장기간 앓으면 신체의 면역기능이 떨어지면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눈병도 동반하게 마련이다. 한방에서는 이런 때 코에 넣는 좌약이나 안약도 함께 처방한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비후성 비염의 경우 코에 넣는 삽약이 상당히 효과적이다. 삽약은 코에 직접 넣어 치료한다. 이 삽약은 고백반, 백지, 연교, 과체 등의 약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코에 넣고 있는 동안 상당히 많은 분비물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알레르기나 염증에 의한 점막 부종이 빠지는 증거다.

한방 외용약은 양방에 밀려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빛을 보고 있는 케이스다. 세심하게 주위를 살펴보면 굳이 한의학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잠자고 있는 유용한 지식이나 물건들이 의외로 많다. 이를 볼 때마다 옛 선인들의 지혜에 새삼 숙연해진다.



주간동아 2000.10.12 254호 (p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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