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4

2000.10.12

표적·편파수사 여전 법 신뢰도 계속 추락

‘법앞에 모두 평등하다’ 29% 불과

  • 입력2005-06-24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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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없이도 살 사람’은 착한 사람을 뜻하고, ‘법대로 하는 사람’은 모난 사람,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고, ‘有錢無罪, 無錢有罪’란 말이 있는 이 땅에서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1998년 10대 이상의 도시거주자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홍기획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사회에서는 법대로 사는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는 말에 대해 8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생각한다니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엔 중-고등 학생들의 80%, 기혼남성의 91%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10대부터 그런 생각을 갖다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더 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동의 비율이 92년에는 74%였던 것이 94년에는 84%, 98년에는 88%로 점점 늘어나고 있어 더욱 더 걱정스럽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는 법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97년 7월 당시 공보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법을 잘 지키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만이 그렇다고 하면서 ‘스스로 법을 잘 지키는가’에 대해서는 90%가 잘 지킨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국정홍보처가 1999년 2월 국민 1000명에게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였더니 ‘그렇다’는 응답이 29%에 지나지 않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1%나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정치권에 의해 표적수사와 표적사정이 벌어지고, 내편은 봐주고 네편은 편파수사하면서 법치보다는 인치가 횡행함으로써 법에 대한 신뢰는 점점 더 추락하는 것 같다.

    최근에 어느 경제학자가 쓴 ‘한비자가 나라를 살린다’에서 법치주의의 대가 한비자는 ‘꾀를 내어 법을 굽히기 좋아하고, 걸핏하면 私로써 公을 얼룩지게 하고, 법률과 금령이 쉽게 바뀌고 호령이 자주 떨어지면 (나라가) 망하기 쉽다’라고 경고하였다. 경제위기에다 신뢰위기가 중첩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려면 지도층의 솔선수범, 엄격한 법집행을 통한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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