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0

2000.09.07

헤비메탈, 그 폭발적인 사운드

  • 입력2005-06-15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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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비메탈, 그 폭발적인 사운드
    ‘시끄러운’ 록음악 중에서도 가장 ‘극악무도’한 것이 헤비메탈이다. 헤비메탈은 자본주의 문화상황에서 반항하는 모든 것의 극단적인 총화이며 네이팜탄이 쏟아지는 듯한 높은 출력의 소음 아래 폭력, 마약, 사디즘, 그리고 남성중심주의 같은 과격한 이미지들까지도 자신의 음악적 텍스트에 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따라서 헤비메탈은 1960년대 후반 이래 극소수의 세계적 성공사례를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주류적 질서 내의 대항언어이자 반(反)문화다.

    80년대 중후반 한국의 언더그라운드계에서 순식간에 발아한 이 장르는 언더그라운드 내에서조차 비주류 장르였지만 랩 세대 이전의 메탈 키드들에게는 컬트적 열망의 대변자가 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헤비메탈 음악의 운명은 마치 쇼트트랙 스케이팅이나 필드하키의 그것과 같다. 미약한 저변, 상설 공간 하나 변변치 않은 여건에서의 악전고투.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스포츠 종목들은 세계 정상에 올라 ‘의지의 한국인’임을 만방에 과시했다는 것.

    순화된 음을 미덕으로 삼아왔던 우리의 대중음악사에 메탈음악이 형성한 영향력은 녹록치 않다. 이승철과 김종서, 그리고 서태지 같은 90년대 신주류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한편, 신대철 김도균 안회태 박현준 강기영 등등 이름만으로도 아찔한 연주자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거점 아닌가.

    한국 헤비메탈의 산파역은 다름아닌 한국 록음악의 아버지 신중현이었고 그의 장남 신대철은 전설이 된 밴드 ‘시나위’를 이끌며 헤비메탈의 중흥을 견인했다. 이들의 1987년 두번째 앨범 ‘Down & Up’에서 솟구치던 김종서의 보컬과 질주하는 신대철의 기타가 연금하던 ‘새가 되어 가리’의 흥분감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이 ‘어둠의 자식들’은 대부분 주류시장으로 전향서를 썼으며 남은 생존자마저 얼터너티브와 펑크로 무장하고 새롭게 부상하던 홍대 클럽의 악동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비틀거렸다. 이제 아무도 헤비메탈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 신예 밴드 디아블로의 데뷔앨범이 초라하게 몸을 떨며 문 밖에 서 있다.

    영어와 한국어가 반반씩 섞인 디아블로의 처녀작은 짧은 인트로를 지나 ‘Broken Arrow’로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하고 75년 송창식의 명작 ‘고래사냥’을 메탈 스타일로 리메이크하며 앨범을 마감한다. 재소자들의 소외의 심정을 진지하게 그린 ‘부러진 화살’의 처절한 분노는 바로 이들 자신의 진혼곡이다. 이들은 자신의 음악 노선에 대해 확신에 차 있으며 그것을 신인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는 놀라운 사운드 팀워크로 증빙하고자 한다.

    과연 이 앨범이 1만장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차게 앤 아스카’의 내한 공연을 필두로 본격화하는 일본 대중음악의 한국 상륙 시점에서 우리가 찬찬히 짚어보아야 할 것은 과연 우리 대중음악 중 무엇이 일본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다. 이 땅의 10대들의 우상 H.O.T? 아니면 이미 진출했다고 하는 S.E.S? 클론의 근육미는 일본에서도 통할까?

    디아블로 데뷔 앨범은 일본시장에서 싱글로 발매될 예정이다. 우리의 일천한 경쟁력은 거품으로 뒤덮인 아이돌 스타의 음악이 아니라 지하실에서 묵묵히 땀을 흘린 변방의 이런 음악에서 승부를 낼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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