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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가 본 지구촌 경제

기지개 켜는 러시아 경제

기지개 켜는 러시아 경제

기지개 켜는 러시아 경제
러시아 경제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구(舊)소련이 붕괴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92년 이후 계속 뒷걸음치던 경제가 98년에 처음 0.9%의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되더니 99년에는 3.2%로 성장폭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지난 1∼5월에는 성장률이 연 7.3%로 치솟는 등 올 들어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99년에 85.7%였던 인플레도 올 1·4분기에는 연 6.4%로 둔화되는 등 고질적인 물가상승 추세가 진정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제신용평가업체인 영국의 피치IBCA가 최근 러시아 정부 발행 유로본드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올린 데 이어 미국 무디스사와 S&P사가 신용등급 상승을 시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다면 러시아 경제의 급성장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전세계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러시아가 반사적인 혜택을 받은 영향도 있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에 금융위기가 시작된 98년 8월 이후 99년 3월까지 무려 75%나 폭락, 수입을 격감시킨 반면 수출을 크게 증가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99년 한해에도 루블화 가치는 7%나 떨어져 99년 말에는 달러당 27루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중앙은행은 시장개입 정책을 통해 루블화 약세를 지속시킨다는 방침이어서 루블화 가치는 올 연말 달러당 29.5루블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급등도 경제성장을 가속화한 요인이다. 런던석유거래소(IPE)의 북해산 선물 가격이 98년 말 배럴당 10달러 이하에서 1년여 만에 30달러 수준으로 오르는 등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올 상반기 러시아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43%나 증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관료들의 의식이 사회주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한 시장경제가 발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 보니 에너지와 철강 등 제조업 부문에서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은 단지 국영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지원에만 목을 매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그러나 이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러시아판 재벌인 ‘올리가르흐’(Oligarch)에서 나온다. 현재 러시아 경제는 에너지 및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20여개의 올리가르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탈세는 물론 매월 10억∼20억 달러의 외화를 빼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손쉬운 루블화의 평가절하 유혹에서 탈피, 외화 도피 방지를 포함해 조세 제도를 정비하고 정경유착 근절 법안을 제정하면서 올리가르흐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늘어 … 98년부터 플러스 성장



올해는 한-러 수교 10주년을 맞는 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조그마한 경제적 성공에 도취돼 러시아 경제를 은근히 낮춰본 감이 없지 않다. 물론 러시아 채권에 투자했다 떼어먹히고 꿔준 돈도 일부만 현물로 보상받는 등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대한 천연자원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러시아는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하에 경제대국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러 경제협력 관계 강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최근 한반도는 긴장이 완화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편승,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 정치적인 접근뿐 아니라 경제적인 접근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정부가 러시아와 자원협력협정 및 해운협정 체결 등을 추진 중인 것은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대(對)러 수출 확대를 위한 대외경제협력개발기금 지원 등 범(汎)정부 차원의 대책도 기대해 본다.

◇ 그동안 연재돼온 ‘와이즈가 보는 지구촌 경제‘는 이번 호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창간 5주년을 맞는 다음 호부터는 디지털 경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제현상을 분석하는 ‘이코노 클릭!‘ 칼럼이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주간동아 2000.09.07 250호 (p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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