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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라팔·타이푼, ”600km 미사일 주겠다”

최초공개 차기 전투기 사업 내막…F15 스트라이크 이글·수호이 35보다 파격 제의, 미사일 주권 중요한 전기

라팔·타이푼, ”600km 미사일 주겠다”

라팔·타이푼, ”600km 미사일 주겠다”
한국 공군이 어렵게 어렵게 살려낸 차기 전투기(FX) 사업이 최근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프랑스 닷소사의 ‘라팔’(Rafale·‘돌풍’이라는 뜻)과 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 4개국(이하 유러파이터사로 약칭)이 개발한 유러파이터 ‘타이푼’(Typhoon), 미국 보잉사의 ‘F15 스트라이크 이글’, 러시아 로스보르제니아사의 ‘수호이 35’가 도전장을 던진 이 사업의 규모는 대략 40억 달러(약 4조3000억원). 한국 공군은 이 사업을 통해 최신예 전투기 80여대를 도입해 한국 공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투비행단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1개 전투비행단은 대개 70∼90대의 전투기로 편성된다).

80여대 40억 달러 규모 ‘군침’

이 사업이 후끈 달아오른 이유는 유러파이터사와 프랑스의 닷소사가 자사 전투기 구입을 조건으로 한국에 최고 사정거리가 무려 600km인 공대지 크루즈 미사일 ‘스톰 섀도/스칼프 EG’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그러나 두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최고 사정거리는 300km다). 잘 알다시피 한국은 ‘유약한’ 노태우정권 때인 1990년 10월 외무부 안보정책과장 명의로 ‘최고 사정거리 180km, 탄두부 최대 중량 500kg 이상의 미사일과 로켓은 갖지 않는다’는 서한(Letter)을 주한미국대사관측에 전달함으로써, 180km 이상 날아가는 미사일은 개발도 보유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러는 사이 북한은 2150km를 날아간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함으로써(98년 8월31일), 많은 국민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미국에 의해 억압된 미사일 주권을 되찾기 위해 여러 차례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였으나, 미국은 “사정거리를 300km로 늘리되 한국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미사일에 관한 모든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라”는 단서 조항을 제시함으로써 번번이 협상을 무산시켜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FX사업에 참여한 유러파이터사와 프랑스가 동시에 최고 사거리 600km인 크루즈 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으니 미국으로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때문에 미국도 한국이 보잉사의 F15를 선택해 준다면, 180km 제한 규정을 300km로 늘려주고, 한국이 미사일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가입을 학수고대해온 MTCR(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FX사업은 숙원 사업인 공군력 강화와 더불어 ‘10년 묵은 체증’인 미사일 주권까지 회복하는 계기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스톰 섀도/스칼프 EG는 영불 합작사인 마트라 BAe 다이내믹스사가 개발한 공대지 크루즈 미사일로 영국 공군에서는 ‘스톰 섀도’(storm shadow), 프랑스 공군에서는 ‘스칼프(Scalp) EG’로 부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핵심 군수공장과 주요 전략시설들은 평북도와 자강도 일대의 광활한 산악 지대에 숨겨져 있다. 이 공장들은 산속 지하에 건설된 데다 입구는 전부 북쪽(중국 쪽)을 향하고 있어, 유사시 휴전선 이남에서 아무리 강력한 화력을 퍼붓고 한미 공군기가 그 지역까지 출격해도 입구조차 제대로 파괴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때문에 초저공 비행으로 적의 레이더를 따돌리고 날아가, 목표물 부근에서 U턴한 다음 1차로 산속 지하로 연결된 입구를 파괴하고, 통로를 따라 들어가 최종 목표물에서 다시 폭발하는 장거리 크루즈 미사일의 보유가 절실했다(입구 파괴시 1차 폭발, 최종 목표물 파괴시 2차 폭발). 이러한 능력을 갖춘 크루즈 미사일로는 미국의 토마호크가 대표적인데, 이 미사일은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인공위성으로 유도된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인공위성이 없기 때문에 발사 직전에 입력해준 목표물과 실제 목표물을 대조해가며 혼자 목표물을 찾아갈 수 있는 크루즈 미사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는데, 스톰 섀도/스칼프 EG가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 닷소와 유러파이터사의 설명이다.

1948년 육군항공기지부대로 출범한 공군이 보유한 최초의 항공기는 미군이 남기고 간 L-4 연락기였다. 6·25 전쟁을 겪으며 한국 공군은 더욱 미군과 밀접해져 현재 한국 공군의 전투기는 F5 타이거, F4 팬텀, F16 팰컨 등 100% 미국산이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비(非) 미국기는 스페인과 인도네시아가 공동 개발한 CN-235M 수송기와, 영국의 BAE 시스템스의 고등 훈련기 ‘호크’뿐이다. 따라서 한국 공군의 지나친 미국 예속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전투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FX사업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유는 이 사업에 참여한 미국 보잉사의 F15 스트라이크 이글이 ‘힘 좋고 탑재 무장이 대단한’ 세계 최고의 전투기임에 틀림없지만, 1972년 탄생한 ‘올드 패션’인 까닭에 디지털 시대인 현대의 최신 전자 시스템보다는 약간 처지기 때문이다. 신세대인 라팔은 전투기 역사상 최초로 전투기끼리 공중급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유러파이터사측은 수호이 27을 상대로 한 전투 모의실험에서 라팔의 승률은 50%, F15의 승률은 60%였으나 타이푼은 82%였다는 모 연구기관 자료를 돌리고 있다. 신세대 전투기들의 이같은 추격 때문에 현재 미국은 F15를 대체할 새로운 개념의 제공기인 F22 랩터(Raptor·‘맹금’(猛禽)이라는 뜻)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 항공기업계에서는 F15를 제4세대 전투기, F22를 제5세대 전투기로 보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인 것은 러시아나 유럽 국가에 비해 항상 한 세대 앞선 무기를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와 유러파이터사는 최근 제4세대 전투기인 라팔과 타이푼을 생산해냈다. 러시아는 그보다 10여년 앞서 제4세대 전투기인 수호이 35(처음 이름은 수호이 27이었다)를 개발했다. 때문에 같은 제4세대 전투기지만 F15와 수호이 35는 늙은 사자, 타이푼과 라팔은 젊은 사자로 분류되고 있다.

새로 개발된 전투기가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면 최소 800대를 생산해야 하는데, 타이푼이나 라팔은 아직 이러한 ‘영토’를 갖지 못했다. 반면 늙은 사자의 대표인 F15는 오랫동안 충분한 영토를 장악해 왔기 때문에 경제적 면에서는 이미 본전을 뽑은 상태다. 따라서 젊은 사자들이 F15와 싸워 이겨 영토를 빼앗지 못하면, 그들은 개발비만 날린 채 말라죽고 말 처지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타이푼과 라팔은 물론이고 F15와 수호이 35조차도 한번도 점령한 적이 없는 처녀지다. 때문에 네 마리 사자는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한미연합공군 체제를 고려하면 미국이 월등히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FX사업은 조종사들로 구성된 공군의 시험평가단이 8월25일부터 러시아를 필두로 미국 프랑스와 영국-스페인(유러파이터)을 각 4주씩 방문해 4개 기종에 대한 성능 평가를 함으로써 시작된다. 이 작업이 올해 말에 끝나면, 내년부터는 국방연구원이 6개월 내지 1년 동안 4개 기종을 상대로 비용 대 효과 분석에 들어간다. 그리고 16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2002년이 되면, 두 개 성적표를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그리고 여당 실력자들이 최종 판단에 들어간다. 이때 4대 메이커는 후원회를 통해 정치 자금을 제공,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 공군은 노태우정부 때 KFP사업을 추진했다 일이 꼬여 여러 사람이 ‘다친’ 적이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관계자들은 “FX 사업은 정치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이익이 되도록 치열하지만 가장 공정하고 깨끗한 방향으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0.09.07 250호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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