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6

2000.06.01

“당 차원 小義 보다 국가 大義 선택”

  • 입력2005-12-05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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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차원 小義 보다 국가 大義 선택”
    이총리지명자는 자신의 총리 임명과 관련해 “여권 공조의 파기는 당 차원의 소의(小義)였으며, 국가경영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소의는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완벽하게 뒷받침하고 경제 구조조정과 민생문제 등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공동정권(민주당과 자민련의)의 끈은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숙명적인 것이다. 점진적으로 공조로 가는 게 순리다.” 5월22일 신임 총리로 지명된 자민련 이한동총재(66)는 총리 지명 발표 직후 자민련 중앙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이총재의 총리 지명으로 그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DJP공조’ 추진이 다시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DJP 회동 후 합당 재추진’설이 나오기도 한다. 정권 초기에 느슨한 공조 형태를 가동해본 결과, 득보다는 실(失)이 많았던 경험에 따라 이제는 완벽한 공조를 이룰 때가 됐다는 논리다.

    어찌되었든 김대중 정부의 총리는 계속 자민련에서만 나온 셈. 김종필→박태준→이한동으로 이어지는 ‘자민련 총리 계보도’가 그려지게 되었다. “소수당인 자민련에서 계속 총리가 나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한동총재 이외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한동총재측은 박태준 전총리의 재산 은닉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총리직 수락을 위한 준비를 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총재가 5월21일 김종필 명예총재(JP)의 신당동 집을 방문한 것도 이런 ‘준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루 전인 20일 저녁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은 JP와의 면담에 성공했고, 이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광옥 비서실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김종필 명예총재가 분명한 추천 의사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사실 경력면으로 보았을 때 이한동 총리지명자는 별다른 흠이 없다. 서울지법 판사와 서울지검 부장검사 등의 법조 경력에, 내무부 장관과 국회 부의장을 거친 6선 의원으로 입법 사법 행정부를 두루 거친 경륜이 이를 말해 준다. 여당 원내총무 세 번, 사무총장 두 번, 한나라당 대표 등의 화려한 정치 경력도 쌓았다. 그가 중부권 대표주자로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이총리지명자로서는 “또 정치 총리냐”는 비판론을 피해가기 어렵게 된 것도 사실이다.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경제팀 불화설 등이 나오는 와중에 이총리지명자가 이를 조정할 능력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 또한 그의 보수주의적 색채로 인해 과연 모든 개혁 조처를 일관되게 이끌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앞으로 자민련의 사전에 공동정부란 말은 영원히 없다”고 말하는 등 공조 파기를 선언한 것도 부담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로 해서 한나라당은 이미 총리 임명동의안 거부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이회창총재는 임명동의안 문제와 관련, “국민 기만 행위에 대해 야당이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총리지명자의 전도가 매우 어려울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총리지명자는 자신의 총리 임명과 관련해 “여권 공조의 파기는 당 차원의 소의(小義)였으며, 국가경영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소의는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완벽하게 뒷받침하고 경제 구조조정과 민생문제 등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시장경제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경제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일단 경제문제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 현안을 직접 챙긴 박태준 전임 총리와는 달리 간접적으로 경제 현안에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총리지명자에게 이번 총리직은 하나의 정치적 실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총리직을 어떻게 수행해내는지에 따라 민주당의 이인제 노무현 김근태, 곧 입당할 예정으로 알려진 무소속 정몽준의원 등으로 짜이는 여권 차기 후보군에서의 위치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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